뽕꽃
유희봉
발길을 벗어난 산골 한적한 산모퉁이 뽕잎을 따내 흙먼지 털고 이슬을 닦아
몽글몽글 토실토실한 산새들의 먹이
살 찬 오디를 먹느라 시간이 짧았다
암수 딴 그루로 이삭 모양의 수꽃 흰 애벌레 같은 암꽃에 열리는 열매
알갱이 하나에 들어 있는 작은 것이
큰 것을 만드는 것을 알려준 뽕나무
옹골지게 익은 검붉은 오디를 따낸 이불 같은 뽕잎더미 뼈만 남아가면
성큼 커버린 누에는 스스로 살며
만들어낸 비단실을 뽑아낼 때마다
맨살로 하나 둘 튀어나오던 번데기 뜨거운 물에 산 채로 튀기지 않았다면
부드러운 촉감 감옥을 허물고 나온
나비의 꿈은 작별이 아니었을 것이다
싸늘한 바람 불고 해거름 드리웠는데 사람 없는 산 속에 태어날 수 없을까?
햇살 위를 선회하다 나방이 한 마리 활주로에 내려앉아 혼자 중얼거렸다
▷▶ 작가약력 ----------------------------------------------------
- 1993년 <현대시>로 등단
- 시집 〈여명의 내일)(1991) 〈녹슨 안경을 닦으며)(1993), <작은 초가집 주인이 되고 싶어)(1994), 유황불(2000),
<꽃처럼 나무처럼 살며 사랑하며〉(2003) 등
- 산문집 <행복한 샘물>(2008)
- 시 창작집 〈시를 써야 미래를 쓴다)(2011)
- 국무총리상(1990), 대통령표창(2002), 녹조근정훈장(2008), 예술총연합회상, 국제교류문학상 수상
- 현재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수원대 출강 산업안전보건교육원 겸임교수, 대한민국 클린콘텐츠
국민운동본부 시문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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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inews 유희봉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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