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는 어머니
이양희
사십구잿날에 봄은 깊어가고 어머니는 작아지신다
여든 여섯의 헐거워진 몸이
아버지의 영전에 절을 할 때
오체투지는 한없이 작아지고 낮아진다는 것을
몸은 저절로 알고 있어
떨리는 두 손이 받들고 있는
허공 위 아버지의 허공이 흔들리면
숨을 죽인 채 좌복 위에 엎드린 몸이
낮아지고 작아지다가
홀연 사라져버릴 것 같은데
어머니는 허물어져가는 몸을 일으켜
아버지의 허공을 부여잡는다
몸을 뚫고 번져나온 눈물 자국은
아버지의 허공에 키우는 꽃이었다
▷▶ 작가약력 ----------------------------------------------------
- 1958년 대구 출생
- 경북대학교 철학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철학과 졸업
- 199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시집 《사과향기가 만드는 길》, 《잘 익은 생각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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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inews 이양희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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