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매니큐어
김영미
밤새 내린 비로 오전의 호흡이 소란스럽다 손톱에 말라붙은 매니큐어가
햇살에 반사되어 풀꽃을 찡그리게 하던 아직은 즐겁거나 편하지도 않은 한때 지난 며칠 우기와 주고받았던
몇 장의 엽서라도 읽어보듯 햇살로 코팅된 식물들의 매니큐어에서 흐린 문자들이 미끄러진다 숲을 헤치고 들어서니 잠을 설친 들꽃들이 화들짝 몸을 연다 헤아릴 수 없는 가파름 속에서
꽃잎이 무시로 가벼워지는 그 무중력은 간밤에 놓친 내 꿈의 잔영일까 겉치레를 벼리던 불면의 날들은
여물지 못한 속내를 감추려는 듯 빛 잃은 영혼에 매니큐어를 덧칠하는 존재의 표류일까 식물들의 민낯이 빛나고
숲이 등줄기를 곧게 펴는 늦은 오후에도 숲은 산란의 호흡이 거칠다 ▷▶ 작가약력 ----------------------------------------------
- 문예사조 시조등단
- 한국문인협회 경기지회 9대 회장 역임 - 시집 :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버린다 - 착각의 시학 제1회 시끌리오문학상 - 시와 수상 문학상 - 순암 문학상 |
silverinews 김영미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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