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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① - 자전거 도둑

기사승인 2018.08.21  1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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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① - 자전거 도둑  
 
  
  - 제작 : 1948년, 이탈리아
  - 감독 : 비토리오 데 시카
  - 배우 : 람베르토 마조라니, 엔조 스타이오라 외
  - 필름 : 흑백
  - 상영시간 : 93분
  - 수상 :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대상
 
 
 
 전후 이탈리아의 궁핍한 시대를 살아가는 도시 빈민들의 분노와 절망, 암울한 미래를 현실감 있게 묘사한 걸작 중의 걸작이다. 세계 유수 영화 사이트, 저명한 감독들이 주저 없이 ‘위대한 영화’ 베스트 중의 하나로 반드시 꼽는 영화 ‘자전거 도둑’은 가족의 생계가 달린 자전거를 잃어버린 한 가장이 자전거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좌절한 나머지 오히려 남의 자전거를 훔치게 되는 황당하면서도 씁쓸한 이야기를 담은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이다.
 
자전거 도둑을 쫓는 아버지와 아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탈리아 로마 시내는 실업자로 넘쳐난다. 주인공 안토니오(람베르토 마조라니)는 2년여의 실직 상태 끝에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그는 포스터 붙이는 일을 얻게 되지만 근무 조건에 따라 반드시 자전거가 있어야 하는 상황. 안토니오는 아내 마리아(리아넬라 카렐)의 도움으로 침대보 6장을 전당포에 맡기고 이미 저당 잡혀 있던 자전거를 찾아온다. 희망에 부푼 안토니오는 의욕적으로 일터로 향하지만 출근 첫 날 전 재산과 다름없는 자전거를 도둑맞고 만다. 충격과 실의에 빠진 안토니오는 어린 아들 브루노(엔조 스타이오라)와 함께 온 도시를 헤매며 도둑의 뒤를 쫓지만 자전거의 행방은 묘연하다. 하늘은 절망적인 빗줄기를 퍼 부으며 두 부자의 처진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범인을 잡지만 간질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는 범인과 그 이웃들의 거친 텃세로 두 부자는 쫓기듯 거리로 내몰린다. 더 이상 희망의 끈을 잡지 못하게 된 안토니오는 순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길가에 세워둔 남의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지만 이 어설픈 도둑은 얼마가지 못해 그를 쫓는 시민들에게 둘러싸인다. 아버지 곁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린 브루노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주인의 선처로 안토니오는 무사히 풀려난다. 어느덧 로마거리에는 해가 지고, 손을 꼭 잡은 아버지와 아들은 무심한 인파 속으로 묻혀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낡고 초라함이 불러오는 향수
 
 ‘자전거 도둑’은 할리우드 영화가 보여주는 현란하고 화려한 기교, 복잡한 스토리 구조와 반전, 억지로 짜 맞추려는 의도된 감동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먼 영화다. 네오리얼리즘을 상징하는 영화답게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우리 주변의 소시민들이 겪는 사회적 문제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어떻게 보면 매정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감독의 시선은 담담하기 이를 데 없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실업자들의 절규와 분노, 없이 사는 이의 등을 쳐 먹고사는 도둑 일당과 그를 감싸려는 이웃들의 악다구니, 전당포 앞에 늘어선 도시 빈민들의 무기력한 얼굴 등 도시는 온통 어둡고 암울한 모습뿐이지만 카메라는 일말의 동정이나 조롱도 없이 그저 담담하고 건조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영화 속 이미지들은 흑백사진 속의 추억처럼 온통 낡고 초라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점은 우리가 느꼈던 어린 날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아버지 안토니오와 아들 브루노가 연기한 부자관계의 모습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자전거를 훔치다 붙잡힌 아버지와 그의 곁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어린 아들. 수치심과 좌절, 허망함으로 고개 숙인 아버지와 그의 손을 꼭 잡은 아들의 관계는 보는 이로 하여금 미묘한 감정의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인을 캐스팅하여 출연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애초 제작자는 그에게 남자 주인공 역으로 당대의 미남 배우 게리 그란트를 기용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이야기의 두 축을 이루는 아버지 안토니오 역에 일반 철공소 노동자 람베르토 마조라니(사진 왼쪽)를, 아들 브루노 역은 로마 시내에서 신문팔이를 하던 아홉 살 소년 엔조 스타이오라(사진 오른쪽)를 캐스팅하여 영화가 지닌 사실성에 무게를 더했다. 귀여우면서도 불쌍한 꼬마 브루노를 연기한 엔조 스타이오라는 1939년 생으로, 성인이 되어서는 수학교사로 활동했다고 한다.
 
‘자전거 도둑’은 따스하면서도 그리운 정이 묻어나는 영화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고통이라고 여기는 사람, 관계와 관계 속에서 실존의 의미를 찾아보려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감상해 볼 것을 권한다.
 
 
▶ 용어 해설 : 네오리얼리즘 (Neorealism)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실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퍼져나간 이탈리아 영화의 한 경향을 이르는 말이다. 파시스트 정권하에서는 예술행위 억압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 종전 후에는 국내 사회상황에 대한 영화적 대응운동의 일환으로 번져나갔다.
 
현실과 사실에 기반을 둔 세팅과 영화 출연이 전무한 일반인을 캐스팅하거나 당대 사회문제와 에피소드를 담담한 카메라 시선과 편집을 통해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가공된 세트 없이 대부분 로케이션 촬영을 시도했고, 사운드 또한 현장 음을 살려 녹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조명 역시 자연광을 최대한 살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효과를 극대화했다.
 
“고달픈 현실을 아무리 기교 넘치는 화면으로 표현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했던 비토리오 데 시카의 말은 네오리얼리즘이 지향하는 바를 한마디로 요약한다. 사실 ‘자전거 도둑’은 유럽에서는 공산주의 계열의 영화로 평가되는 영화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보수성향이 강한 미국에서 이 영화를 제22회 아카데미영화제(1950년) 최우수 외국어영화로 선정했다는 사실이다. 같은 영화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 그 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감케 하는 케이스다.
 

silverinews 진고개 신사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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