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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⑤ - 금지된 장난

기사승인 2018.10.01  13: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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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⑤ - 금지된 장난
 
  
  - 제작 : 1952년, 프랑스
  - 감독 : 르네 끌레망
  - 배우 : 브리지트 포시, 조르주 푸즐리 외
  - 필름 : 흑백
  - 상영시간 : 82분
  - 수상 :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 영화상
          뉴욕 비평가협회 외국어 영화상
 
 
 
 무차별 살육과 파괴, 굶주림의 공포와 가족의 해체, 무정부 상태가 불러오는 극단의 공황 등 전쟁의 참상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오늘 소개하는 ‘금지된 장난
(원제 : Les Jeux Interdits)'은 어린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눈에 비친 전쟁의 비인간적 기억들을 고발하는 추억의 명작이다. 사실적이면서도 시적 정서가 풍부한 서정적 언어, 영혼을 울리는 잔잔한 음악이 빚어낸 아름답고도 슬픈 반전(反戰)메시지 ’금지된 장난‘은 총을 든 병사를 등장시키지 않고도 전쟁의 비극을 얼마나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몇 안 되는 영화 중 하나이다. 
 
 프랑스 남부의 한 농촌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금지된 장난‘은 하루아침에 전쟁고아로 전락한 어린 소녀와 그녀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는 소년의 순수한 사랑과 파국을 이야기한다.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와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 영화상을 차지함으로써 작품성을 인정을 받은 ‘금지된 장난’은 1952년도에 제작됐다. 당시 한국은 전쟁 중이어서 곧바로 수입하지 못했고 1958년 뒤늦게 개봉했다. 6·25동란으로 전쟁고아를 낳았으며 이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우리 국민들이기에 ‘금지된 장난’은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소년 소녀의 위험한 무덤놀이
 
 ‘1940년 6월’이라는 자막이 뜨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파리에 살던 다섯 살 소녀 뽈레뜨(브리지트 포시)는 품에 강아지를 안은 채 아빠 엄마와 피난길에 오른다. 새까맣게 이어진 피란행렬. 갑자기 나타난 독일군 공습기가 폭탄을 쏟아붓자 현장은 일시에 아비규환이 된다. 뽈레뜨는 난리 통에 놀라 달아나는 강아지를 붙잡으려 달려가고, 뽈레뜨를 말리려 뒤를 쫓던 부모는 비행기 사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숨진다. 강아지 역시 죽는다. 졸지에 혼자 남은 뽈레뜨는 개울에서 건진 강아지 시체를 안고 길을 헤맨다.
 
 얼마 후 뽈레뜨는 숲에서 미셸(조르주 푸졸리)이라는 소년을 만나고, 미셸은 뽈레뜨에게 강아지를 묻어주겠다며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가난한 농사꾼 집안인 미셸의 가족은 전쟁고아가 돼버린 뽈레뜨를 불쌍히 여겨 함께 살게 된다. 한편 미셸로부터 ‘죽은 것은 땅에 묻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뽈레뜨는 새든 병아리든 벌레든 죽은 동물들을 다 모아 무덤을 만들어 주고, 미셸은 무덤에 십자가를 만들어 꽂아준다. 미셸은 사고로 죽은 형의 장례식 마차에 달린 십자가 장식물을 훔치는가 하면 예쁜 십자가를 원하는 뽈레뜨를 위해 가장 멋지다는 성당의 십자가까지 도둑질하려 한다. 그렇게 두 아이가 만든 물방앗간의 은밀한 묘지에는 십자가가 하나 둘씩 늘어간다. 그 와중에 아들 무덤의 십자가가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 미셸의 아버지 돌레(자크 마린)는 평소 앙숙처럼 지내던 이웃집 구와르(앙드레 와슬리)를 의심하여 치고받는 싸움까지 벌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고아를 찾아 적십자사에 인계하는 경찰이 찾아오자 미셸은 뽈레뜨를 데려갈까 봐 전전긍긍한다. 한편 성당 신부의 발설로 십자가를 훔친 주범이 미셸임을 알게 된 돌레는 십자가 있는 장소를 실토하면 뽈레뜨를 경찰에 넘기지 않겠다며 미셸을 꾄다. 아버지 말을 믿고 미셸은 십자가 숨긴 곳을 말하지만 아버지는 경찰에게 뽈레뜨를 넘겨버리고 만다. 약속을 저버린 아버지에게 실망한 미셸은 물방앗간으로 달려가 묘지를 허물고 십자가를 마구 뽑아버린다. 시냇물에 십자가를 집어던지는 미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 시각, 뽈레뜨는 가슴에 커다란 고아 명찰을 달고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역 대합실 한구석에 앉아 있다. 수녀 한 분이 나타나 뽈레뜨에게 주의를 준 뒤 잠시 자리를 비운다. 대합실은 가족을 찾거나 수속을 밟는 사람들로 복잡하고 시끄럽기만 하다. 그때 웅성이는 인파 속에서 어떤 여인이 누군가를 향해 “미셸~”이라고 외친다. 그 소리를 들은 뽈레뜨는 울먹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불현듯 미셸의 존재가 그리워진 뽈레뜨는 미셸의 이름을 계속 되뇌기 시작하더니 이내 군중 속으로 뛰쳐나간다. 무심한 대합실 상공에는 “미셸!”을 부르는 뽈레뜨의 슬픈 음성만이 메아리로 남는다.
 
두 아역 ‘뽈레뜨’와 ‘미셸'
 
 1945년 르네 끌레망 감독은 전후 프랑스 철도노조원들의 항쟁을 재현한 기록적 극영화 ‘철로변 전투’로 제1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우리에게는 ‘금지된 장난’과 빈민가에 사는 한 여인의 가파른 삶과 몰락을 묘사한 ‘목로주점(1956)’, 청춘의 비뚤어진 욕망과 좌절을 그린 ‘태양은 가득히(1960)’로 친숙하다. 그는 다분히 낭만적이며 시적인 영상표현에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초기에는 네오리얼리즘의 색깔이 농후한 연출가였다. 전후 프랑스 영화계에 큰 족적을 남긴 르네 끌레망(1913~1996)감독은 영화 안에서의 허구성과 기록성을 예술적으로 접목시켜 온 인물이다. 
 
 ‘금지된 장난’의 도입부, 긴 피란 행렬과 이들을 향한 독일 공습기의 무차별 공격 장면이 흡사 다큐멘터리 필름처럼 실감나게 보이는 것도 이 같은 감독의 성향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감독은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그로 인해 갈 곳 잃어 방황하는 어린이들의 상처받은 영혼에 초점을 맞춘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세계 안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알아가지만 전쟁의 공포와 찌든 삶에 질식하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세계를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엔딩 장면은 전쟁의 비극이란, 단순히 눈에 비친 살육과 파괴뿐만 아니라 평범한 어른들의 이기적이며 폭력적인 야만성에도 기인한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뽈레뜨와 미셸을 연기한 브리지트 포시(1946~ ,사진 왼쪽)와 조르주 푸즐리(1940~2000, 오른쪽)는 영화출연 경험이 전혀 없었던 평범한 꼬마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랄 만치 풍부하고 설득력 있는 연기를 선보여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출연 당시 다섯 살이었던 브리지트 포시는 애처롭고 불쌍하지만 때로는 너무 사랑스러워 안아줄 수밖에 없을 만큼 귀여운 전쟁고아 역을 맡았다. 1946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올해 73세. ‘금지된 장난’ 이후 본격적인 영화배우로 활동했는데, ‘라붐1(1980)’ ‘라붐2(1986)’ ‘시네마천국(1988)’에서 나이든 이후의 그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라붐’에서는 주인공 빅(소피마르소)의 엄마 프랑소아르 역으로, ‘시네마천국’에서는 주인공 토토가 중년이 되어 만나는 첫사랑 엘레나 역으로 각각 출연했다.

 또 한 명의 주인공 조르주 푸즐리는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열한 살의 소년이었다. 영화에서 부모님 말씀을 잘 안 듣는 개구쟁이면서도 어린 뽈레뜨에게는 친오빠 이상으로 자상하고 따스한 마음씨를 보였던 그 역시 ‘우리는 모두 살인자다(1952)’ ‘디아볼릭(1955)’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1956)’ ‘사형대의 엘리베이터(1958)’ 등의 영화에 연거푸 출연하면서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다만 그 이후 행적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으며 61세가 되던 지난 2000년도에 안타깝게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망스’의 아련한 선율이 주는 감동
 
 이 영화를 연상하면 오리지널 테마로 쓰인 기타연주곡 ‘로망스’가 자동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영화의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여 깊은 여운과 감동을 준 이 음악은 스페인의 클래식 기타리스트이자 열두 줄 기타의 장인으로 불리는 나르시소 예페소가 연주했다. 청춘시절 통기타를 배워 본 사람이라면 빠짐없이 ‘로망스’ 악보를 놓고 코드 연습을 했을 정도로 유명한 연주곡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한국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주인공 권상우가 이 곡으로 기타 연습을 하는 장면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애조 띤 감정을 목가적인 선율로 담아낸 ‘로망스’는 한국인의 감성과 딱 맞아 떨어지는 곡이다. 영화는 보지 못했어도 연주곡 ‘로망스’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다.
 
전쟁 그리고 ‘금지된 장난’
 
‘금지된 장난’의 라스트신은 반전영화 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뽈레뜨를 잃은 슬픔에 분노하는 미셸, 대합실의 낯선 풍경에 잔뜩 겁먹어 울먹이다 뛰쳐나가는 뽈레뜨의 모습이 슬픔 이상의 충격을 던지고, 가슴 저린 긴 여운은 관객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든다. 영화에서 어른들은 철부지 아이들의 십자가 놀이를 ‘불경스러운 짓’이라 여겨 금지시킨다. 그러나 현실의 어른들은 광기 어린 전쟁노름에 빠져 버린 지 이미 오래다. 정작 이 ‘금지된 장난’은 누가 멈출 수 있단 말인가. 전쟁은 불행의 역사다. 전쟁에 이기든 지든 희생자의 눈물은 아무도 닦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전쟁보다 더 ‘불경스러운 짓’은 없는 것이다.

 

 

silverinews 진고개 신사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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