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영화100년, 인생100년 ㉓ - 뉘른베르크의 재판

기사승인 2019.04.01  15:37:34

공유
default_news_ad2
 
영화100년, 인생100년 ㉓ - 뉘른베르크의 재판
 
 
  - 제작 : 1961년, 미국
  - 감독 : 스탠리 크레이머
  - 배우 : 스펜서 트레이시, 막시밀리안 셀, 버트 랭커스터, 
          리처드 위드마크 외
  - 필름 : 흑백
  - 상영시간 : 178분
  - 수상 :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각색상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은 종전 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전범재판을 연다. 전쟁기간 중 히틀러 나치정권이 자행한 무차별 살육과 비인도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다. 국제군사재판기구는 자살한 히틀러를 제외한 독일군 수뇌부, 나치에 부역한 지도자급 인사들에 대한 준엄한 처벌을 내림으로써 전쟁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한편 세계를 향해 또다시 이런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뉘른베르크의 재판(Judgment At Nuremberg)'은 당시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가상버전 법정드라마다. 재판에 회부된 주역은 전쟁에 직접 관여한 군인이 아니다. 히틀러 치하에서 독일 사법부의 일원으로 활동한 법조인들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처벌을 다뤘기 때문이다. ‘뉘른베르크의 재판’은 전쟁 중 국가의 명령과 자국의 헌법에 따라 공권력을 행사한 공직자의 행위를 단죄하는 것이 과연 옳은 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전쟁의 참상을 일깨우면서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법리논쟁과 심리전을 밀도 있게 그림으로써 반전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할리우드 ‘드림팀’의 등장
 
 ▲ 스탠리 크레이머         ▲ 스펜서 트레이시
상영시간 178분의 대작 ‘뉘른베르크의 재판’은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당대의 톱스타를 줄줄이 캐스팅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인자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인상의 명배우 스펜서 트레이시, 개성 넘치는 터프가이 리처드 위드마크, 독일군 연기의 독보적 존재 막시밀리안 셀이 주심판사와 검사, 변호사로 각각 출연해 불꽃 튀는 연기대결을 펼쳤다. 특히 독일 전범
 ▲ 버트 랭커스터           ▲ 막시밀리안 셀
  옹호하는 변호사 한스 롤프를 연기한 막시밀리안 셀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영화제 남우주연상,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뉴욕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독일 최고의 지성이자 히틀러 정권에 부역한 법률가 에른스트 야닝 역을 맡은 하드보일드 연기의 대명사 버트 랭커스터는 깊
 ▲ 리처드 위드마크         ▲ 몽고메리클리프트
은 고뇌를 담은 패전국 지식인의 모습을 통해 남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우수와 고독의 상징 몽고메리 클리프트도 나치에 의해 거세당한 젊은 노동자를 연기하며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흔들리는 눈동자, 극도의 불안감, 콤플렉스 가득한 표정으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팜므파탈의 전형, 백만 불의 각선미를 지녔
 ▲ 주디 갈런드            ▲ 마들레네 디트리히
다는 섹스 심벌 마들레네 디트리히는 연합군에 처형당한 독일군 장성의 미망인으로 분해 카리스마를 분출했고,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주제가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르며 깜찍한 연기를 선보였던 아역배우 주디 갈런드가 나이 마흔을 앞둔 중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탠리 크레이머는 평소 파시즘과 인종차별 등 정치·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관련 주제를 작품 속에 녹여 온 감독. 웨스턴의 고전인 ‘하이 눈(1952)’, 미 해군 선상반란을 다룬 ‘케인호의 반란(1953)’, 인종 갈등을 이야기 한 ‘흑과 백(1958)’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 핵전쟁의 폐해를 그린 ‘그날이 오면(1959)’, 요절복통 코미디 ‘매드 매드 대소동(1962)’ 등은 올드팬의 뇌리에 각인돼 있는 그의 주요작품들이다.
 
‘뉘른베르크의 재판’은 아카데미 영화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강력한 경쟁작들을 만나 정작 시상식에서는 남우주연상과 각색상 두 부문만 수상했다. 1962년 열린 제34회 아카데미 영화제에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나바론 요새’ ‘허슬러’ ‘티파니에서 아침을’ ‘초원의 빛’ 등 소문난 영화가 대거 출사표를 던져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운 경합을 벌인 바 있다.
 
불꽃 튀는 법정공방의 현장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1948년의 뉘른베르크는 폐허와 무질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범재판의 주심판사로 임명된 미국인 다니엘 헤이우드(스펜서 트레이시)는 이곳에 부임하여 독일군 장성 칼 베르트홀트가 사용했던 저택에 여장을 푼다.
 
재판관계자와 방청객으로 소란스러운 국제군사재판정. 피고인의 모두 진술로 재판은 시작된다. 이날 출석한 피고인은 4명. 히틀러 치하에서 판·검사로 활동하며 유태인 핍박에 앞장섰던 에밀 한, 프레드릭 홉스테드, 베르너 람페는 모두 무죄를 주장한다. 오직 한 사람, 독일 법무장관을 역임했으며 당대 최고의 법학자로 국제적 신망이 두터운 야닝(버트 랭커스터)만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피고인들은 법관 재직시절 열성유전자를 지녔다고 판단한 사람에 대해 강제로 불임수술을 명령하고 독일인과 성관계를 맺은 유태인 및 그 주변 인물을 처형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반인도적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인 테드 로손(리처드 위드마크)대령은 나치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살인과 고문 등 온갖 야만적 행위를 부추긴 이들 법조인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지식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의의 가치를 지키지 않은 것은 유죄라고 주장한다.
 
독일인 변호사 한스 롤프(막시밀리언 셀)는 국가의 법률과 명령에 따라 판결한 법관에게 사후 책임을 묻는 것은 편협한 논리이자 승자의 보복에 불과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롤프는 “판사는 법을 만들지 않으며, 오직 자국의 법을 집행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이는 미국의 법조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밝힌다.
 
증인신문이 이어진다. 롤프는 불임시술은 나치가 고안한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정신박약자나 범죄자를 다룰 목적으로 사용해 왔음을 강조한다. 그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경우 부적격자들의 번식을 막는 것이 전체 세계의 이득이 된다고 보아 이를 법안에 명시하고 있다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반면 증인으로 나온 닥터 빅은 “독일처럼 거세를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무기로 사용한 나라는 없었다.”고 반박한다. 그러자 롤프는 공직자로서 나치에 충성서약을 했던 닥터 빅의 전력을 폭로하며 그를 인격적으로 매도한다.
 
그날 저녁, 관사 주방에 내려온 헤이우드는 저택 주인이었던 칼 베르트홀트 장군의 아내 마담 베르트홀트(마들레네 디트리히)와 조우한다. 지하실에 보관 중인 물건을 찾으러 왔다는 그녀에게 호의를 보이는 헤이우드. 이후 두 사람은 몇 차례 더 만나게 된다. 마담 베르트홀트는 공개적인 교수형으로 남편에게 치욕을 안겨준 미군 측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인물. 그녀는 헤이우드에게 히틀러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대다수 독일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한다. 그녀는 전범재판이 자칫 독일인 전체를 범죄자 집단으로 몰아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염려한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 모두가 괴물은 아니에요.”
 
장면은 다시 법정으로 이어지고, 열성유전자를 가졌다는 이유로 강제 거세당한 루돌프 피터슨(몽고메리 클리프트)이 증인석에 앉는다. 피터슨은 자신이 히틀러와 괴벨스의 생년월일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불임수술을 강요받았다고 증언한다.
 
롤프는 피터슨이 학창시절 낙제를 당한 기록을 제출하고 그의 어머니 또한 정신박약 증세가 있었다는 이력을 들이대며 불임수술이 정당했다는 논리를 편다. 극도로 흥분한 피터슨이 더듬거리자 롤프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저 모습을 보라.”고 말한다. 피터슨은 “그날 이후로 이렇게 되었다.”며 반박하지만 롤프는 “법정은 당신의 과거가 어떠했는지 알 수 없다.”는 말로 일축한다.
 
아리안 순혈주의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펠덴스타인-호프만사건’에 대한 심리가 열리는 날이다. 나이든 유태인 펠덴스타인과 독일 소녀 아이린 호프만(주디 갈런드)은 오래된 지인으로 부녀처럼 우정을 나눠온 사이. 독일법정은 가벼운 입맞춤을 나눈 이들을 불륜관계로 보았다. 펠덴스타인은 교수형에 처해졌고 호프만은 2년의 징역을 살았다. 기혼자의 몸으로 용기 내어 출석한 호프만은 에밀 한 검사의 거짓 증언 강요, 조롱과 협박 사실을 밝히고 평소 정의를 실천한다고 믿었던 야닝 판사마저 기대를 저버렸다고 증언한다.
 
한편 변호인의 탄탄한 논리에 밀려 수세에 빠진 로손 검사는 스스로 증인석에 오른다. 로손 검사가 준비한 것은 부첸발트 수용소의 참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필름. 소각로에서 태워진 시체, 시신을 가공해 만든 각종 물품, 생체실험에 몰린 유태인들의 모습 등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급반전된다.
 
다음날, 아이린 호프만에 대한 변호인 측 신문이 이어진다. 롤프는 호프만이 헤픈 여자였음을 증명하려 애쓴다. 펠덴스타인을 아버지 이상의 존재로 존경했으며 우정을 표현하는 간단한 입맞춤이 전부였다는 호프만. 그러나 롤프는 남자의 무릎에 올라앉는 등 추한 행동을 하지 않았냐고 압박한다. “우리 관계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항변하던 호프만은 진실이 통하지 않자 끝내 눈물을 터뜨린다. 피해자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과거 판결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롤프는 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증인을 괴롭힌다. 바로 그때. “그만!”이라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야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방청석의 술렁임 속에서 야닝은 변호인을 향해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할 것인가!”라고 일갈한다. 시종 침묵을 지켜왔던 야닝은 재판부를 향해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다.
 
그 무렵. 러시아가 세력 확장 움직임을 보이자 국제정세는 요동친다. 동유럽 국가의 공산화에 위협을 느껴 온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독일의 협력이 절실함을 깨닫는다. 이에 미 군부는 정치적으로 전범재판을 적당히 끝내려는 속셈을 드러낸다. 그러한 미국의 태도는 헤이우드 판사와 로손 검사에게 보이지 않는 외압으로 작용한다.
 
진술을 자청한 야닝은 변호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과거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시도에 우려를 표명한다. 그는 히틀러가 독일인에게 자긍심을 불러일으켰고 모두 그것에 열광했지만, 과도기적으로 끝났어야 할 광기가 그들의 삶이 된 현실을 한탄했다. 그는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것만이 독일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다른 피고인들의 죄상을 낱낱이 열거한다. 그리고 자신은 가장 큰 죄를 지었다고 참회한다. 피고석의 에밀 한은 그런 야닝을 향해 “배신자!”라고 소리친다.
 
야닝의 고백으로 맥이 빠진 롤프는 최후 변론을 통해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전개한다. “히틀러가 전쟁을 할 수 있도록 조약을 맺어준 러시아와 바티칸은 유죄 아닙니까? 히틀러를 위대한 지도자라 치켜세운 처칠은 유죄 아닙니까? 독일의 군사적 재무장을 도와 이득을 챙긴 미국의 산업자본은 어떻습니까? 독일만 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가 히틀러에 대해 책임져야 합니다. 만일 야닝에게 죄가 있다면 그것은 전 세계의 죄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모든 심리가 끝나고 이제 공은 3명의 판사에게 넘어간 상태. 자국법에 따른 판결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느냐를 두고 판사 간 논리공방이 이어지지만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럼에도 헤이우드 판사는 무고한 6백만 명의 유태인이 학살되었는데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드디어 선고 공판일. “나치의 범죄는 단순한 살인과 잔혹행위가 아니라 윤리적 합법적 원칙을 위반한 범죄”라며 판결문 낭독을 시작한 헤이우드 판사는 “피고인들은 타인을 몰살하는 목적의 법을 강압적으로 강요하여 실행토록 하는 위치에 있었으며, 그것은 독일의 법 아래라 해도 불법"이라고 분명히 못 박는다.
 
헤이우드는 “문명화된 사회에서 형법의 대원칙은 타인을 살인하도록 조종한 사람, 범죄를 실행할 목적을 가진 치명적 무기를 제공한 사람, 그리고 그 종범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조국에 헌신한다는 생각으로 행동했을지라도 수백만 명을 고문하고 살해한 사실은 결코 동정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전 세계 앞에 정의와 진실, 인간 개인의 가치라는 이름으로 판결한다.”면서 피고인 전원에게 종신형의 중형을 선고한다. 지루한 공방을 벌여 온 전범재판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 당신의 판결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선고 후 헤이우드를 만난 야닝은 많은 압력과 비판 속에서 소신 있는 판결을 내려준 헤이우드에게 존경을 표한다.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과거 재판기록들을 선물한 야닝은 한마디 더 붙인다. “그 사람들, 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건 꼭 믿어주십시오.” 그 말에 헤이우드는 “당신이 무고한 사람에게 판결을 내린 순간 이미 그들의 운명은 결정돼 버렸소.”라고 답한다. 충격을 받은 야닝은 그대로 얼어붙고 그의 동공은 크게 흔들린다.
 
무능력도 ‘죄’다
 
‘위에서 시켜서’ 했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정농단, 블랙리스트, 사법농단도 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다. 국민이 안중에 없을 때 생기는 비극이다. 문제가 불거진 다음에는 권력이 두려워서, 무지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뒤따른다. 그렇다고 정의를 외면한 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해’와 ‘용서’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유태인 출신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의 말을 새기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명령에 순종하는 것, 즉 사유불능성에 빠져 있는 것도 죄”라고 보았다. 권위에 대한 복종을 미덕으로 생각하여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무능력은 ‘악’과 다를바 없다는 얘기다. 이것이 그녀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 테제다. 오늘도 이야기가 길어졌다.
 
 

silverinews 진고개 신사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