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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㉞ - 천일의 앤

기사승인 2019.07.21  09: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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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㉞ - 천일의 앤
 
 
  - 제작 : 1969년, 영국
  - 감독 : 찰스 제롯
  - 배우 : 리처드 버튼, 주느비에브 뷔졸드 외
  - 필름 : 컬러
  - 상영시간 : 145분
  - 수상 : 아카데미 영화제 의상상
 
 
 
 ‘그와 함께한 천일동안 처음에는 그가 나를 사랑했고 나는 그를 미워했다. 내가 그를 사랑하기 시작하자 그는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고, 결국 우리가 서로 사랑한 기간은 천일 중 단 하루뿐이었다.’
 
순간의 영화를 누리다 간통과 반역의 누명을 쓰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영국 왕 헨리 8세의 비(妃) 앤 불린의 일대기를 다룬 ‘천일의 앤(Anne Of The Thousand Day's)'은 권력의 정점에 도달한 한 여인의 식을 줄 모르는 야망과 비참한 최후를 기록한 욕망의 대서사시이다.
 
16세기 튜더왕조 시절 실재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천일의 앤’은 암투와 모략, 배신과 치정, 오욕과 애증으로 물든 왕실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영화다. 특히 정략결혼, 근친상간, 적자승계, 종교개혁 등 전편을 관통하는 거대한 서사구조 속에 당시 권력의 주변을 맴돌았던 군상들의 내밀한 심리를 탄탄하게 그려낸 것은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다.
 
한 평범했던 여인은 타고난 재색 덕분에 일국의 국모가 된다. 순수했던 그녀는 권력의 달콤함에 길들여지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손에 피를 묻히는 일도 불사한다. 그러나 영원할 줄 알았던 그녀의 봄날은 신기루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만다. 천일동안 헨리 8세의 여인으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앤 불린. 과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위험한 사랑과 욕망의 덫
 
영화는 잉글랜드 국왕 헨리 8세가 자신의 아내인 앤 불린에 대한 사형집행 허가서에 서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헨리 8세의 회상.
 
요절한 형의 왕위를 이어받은 헨리 8세(리처드 버튼)는 자신의 형수인 캐서린 (이렌느 파파스)과 혼인한다. 캐서린은 스페인 왕녀 출신으로, 당시 막강한 국력을 자랑하던 스페인을 무시할 수 없었던 영국 왕실은 정략적인 이유로 두 사람을 부부로 맺어준다. 하지만 18세의 헨리는 자신보다 여섯 살이나 많은 캐서린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
 
헨리와 캐서린의 사이에는 딸 하나가 있을 뿐이다. 헨리는 자신의 대를 이을 아들을 낳지 못해 늘 전전긍긍 한다. 더구나 캐서린은 나이가 많아 더는 후사를 볼 처지가 못 된다.
 
왕의 무도회가 있던 날. 헨리는 젊고 매력적인 한 여인에게 넋을 빼앗긴다. 그녀의 이름은 앤 불린(주느비에브 뷔졸드). 최근 프랑스에서 돌아온 17세의 앤은 외교관 토마스 불린의 딸이다. 앤은 싱그러운 젊음과 미모, 출중한 언변을 갖춘 재원으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좌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헨리가 앤을 궁궐로 데려올 뜻을 비치자 헨리의 타고난 바람기를 잘 아는 캐서린은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헨리는 앤의 언니 메리와도 잠자리를 해온지 오래. 성은을 입은 딸 덕에 불린 가는 특혜를 누리지만 메리 역시 아들을 낳지 못해 왕의 총애를 잃어가고 있었다.
 
한편 앤은 귀족가문의 청년 해리 퍼시와 미래를 약속하고 열애 중인 상태다. 왕실 2인자인 울지(앤서니 퀘일) 추기경은 왕에게 두 사람의 결혼 승낙을 청하지만 이미 앤에게 꽂혀버린 헨리는 이를 거절한다. 그러면서 켄트 지방으로 사냥이나 다녀와야겠다고 말한다. 켄트는 불린 가의 저택이 있는 곳. 노회한 울지는 헨리의 속셈을 알아차린다.
 
헨리가 불린 가에 도착하던 시각, 앤은 퍼시를 만나 사랑을 속삭인다. 왕이 사냥을 나간 사이 울지는 두 사람을 불러 왕의 의중을 전달하고 결혼이 불가함을 통보한다. 퍼시는 반발하지만 재산 몰수와 나아가 목숨까지 위태로울 거라는 울지의 협박에 좌절한다.
 
왕이 자신을 원하고 있음을 알게 된 앤. 왕의 뜻을 거스른다면 멸문의 화를 면치 못할 상황이다. 그러나 앤은 언니 메리가 아이까지 낳았지만 버림받고 있는 현실을 잘 알기에 왕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리라 마음먹는다.
 
사냥에서 돌아온 헨리는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려 애쓴다. 그러나 앤은 왕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쏟아낸다. 앤이 마음을 열지 않을수록, 도도하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녀의 매력에 헨리는 점점 더 빠져든다. 그러나 누구로부터도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말을 마구 쏟아내는 앤의 당돌함을 참지 못한 헨리는 궁으로 돌아가 버린다.
 
얼마 후, 앤은 퍼시가 다른 여인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앤을 사랑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힌 퍼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앤은 이 모든 것이 울지 추기경의 계략이라고 생각해 그에 대한 복수의 감정을 품게 된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헨리는 앤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헨리는 연회를 열고 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시에 직접 곡을 붙인 음악을 연주한다. 그러나 앤은 여전히 헨리를 능멸한다. 헨리는 협박도 해보지만 먹혀들지 않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듯 말한다.
 
근친상간의 오명을 감수하며 선택한 결혼, 그 저주받은 결혼으로 인해 자식 여럿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죽었고, 왕비 캐서린은 나이가 들어 더이상 출산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헨리의 넋두리. 그러나 왕의 어떤 말도 앤의 마음을 움직이진 못한다. 하는 수없이 헨리는 앤을 캐서린 왕비의 시녀로 임명하여 궁에 눌러 앉힌다. 어명은 거부할 수 없는 것. 앤의 궁궐생활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 뒤로 반년의 시간이 흐른다. 궁궐생활에 적응한 앤은 권력이 사랑만큼이나 흥분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울지 추기경에 대한 감정을 씻어내지 못한 앤은 헨리의 총애를 이용해 그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한다.
 
권력이 눈앞에 아른거리자 사랑의 밀당을 시작하는 앤. 그녀는 헨리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전에 자신과 자신이 낳을 자식에 대한 신분보장을 요구한다. 정식 결혼 없이 낳은 자식은 서자일 수밖에 없으며 왕위계승도 어렵기 때문이다. 앤은 후궁으로 남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를 왕비로 만들어주면 당신과 결혼하고 아들을 낳아드리겠어요.” 사랑하는 여자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해 애가 달아버린 헨리의 속마음을 잘 아는 앤의 유혹이 시작된다. 그런데 앤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캐서린과의 이혼이 전제돼야 하고 이혼은 교황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스페인의 세력하에 있는 주변국의 정치적 압력도 견뎌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장벽도 사랑에 눈이 먼 헨리를 막지 못한다. 울지는 교황의 이혼승인을 받아내라는 막중한 소임을 띄고 로마로 향한다. 그날 이후 헨리와 앤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지지만 핑크빛 무드는 오래지 않아 깨져버린다. 울지가 교황의 이혼불허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낙담한 헨리는 교황청에서 파견한 제3의 추기경이 입회한 가운데 법정을 열고 문제를 논의한다. 헨리는 이혼의 타당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지만 대신과 가톨릭 성직자의 반대가 줄을 잇는다. 캐서린 왕비 또한 교황청 이외의 어떤 판결도 수용치 않겠다며 버틴다. 결국 이혼 심리는 무기한 연기되고 그 불똥은 울지에게 고스란히 떨어진다. 울지는 그날로 궁에서 쫓겨난다.
 
울지의 자리는 법률재상 토마스 크롬웰(존 콜리코스)의 차지가 된다. 교활한 크롬웰은 ‘교황이 국왕보다 권위가 높다고 말하는 것은 반역’이라는 감언이설로 헨리의 환심을 산다. 로마와의 단절은 왕의 파문을 부를 수 있는 일이지만 크롬웰은 헨리가 교황의 권위를 부정하고 스스로 영국교회의 수장에 오르도록 부추긴다.
 
모든 이성에 눈을 감은 헨리는 궁정회의를 소집하여 교황청이 영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현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왕실의 결혼과 이혼, 왕위계승권 등에 있어 로마의 간섭과 통제를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헨리. 그는 성직자와 신하들을 불러놓고 왕에게 충성할 것인지, 교황에게 충성할 것인지 선택하라며 엄포를 놓는다.
 
마침내 헨리는 종교개혁을 단행해 가톨릭과 단절하고 영국국교회를 설립한다. 헨리의 조치에 반대하는 대법관 토마스 모어와 사제들은 참수된다. 궁중은 피비린내로 진동한다. 오직 한 여인을 품에 넣기 위해 왕으로서 모든 체면을 버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에 감동한 앤은 비로소 헨리의 사랑을 완전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날 두 사람은 꿈같은 하룻밤을 맞이한다.
 
앤이 임신하자 헨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듯 흥분한다. 결혼식과 함께 앤은 왕비의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고대하던 출산의 순간이 다가온다. 그러나 하늘이 노했을까. 앤은 딸을 낳는다. 에드워드라는 이름까지 지어놓으며 아들을 학수고대했던 헨리는 크게 상심한다.
 
그날 이후 헨리의 눈길은 다른 젊고 아름다운 처녀들에게로 향한다. 헨리는 앤의 시녀인 제인 시모어에게 눈독을 들이지만 앤은 그녀를 궁 밖으로 쫓아버려 헨리의 분노를 산다. 그러는 가운데 앤은 두 번째 아이를 출산한다. 아들이었다. 그러나 불행은 반복되는 것일까.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바로 죽고 만다.
 
파문을 받아들이고, 피의 숙청을 하면서까지 앤의 사랑을 얻고자 했던 헨리는 거듭되는 저주에 절망한다. 헨리는 크롬웰에게 아들을 낳을 수 없다면 앤을 곁에 둘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헨리는 이혼을 합법화할 명분을 찾기 시작하고 그 일은 크롬웰의 몫이 된다.
 
앤의 약점을 찾기 시작한 크롬웰은 앤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가지고 거대한 음모를 꾸민다. 간통사건 조작이다. 간통은 사형처분이 내려지는 가장 무거운 범죄. 크롬웰은 궁정의 악사와 그 밖의 남자들, 심지어 앤의 오빠에게까지 간통혐의를 씌워 이들을 고문한다. 크롬웰은 그렇게 받아낸 허위자백을 가지고 앤을 재판에 회부한다.
 
크롬웰이 주재하는 재판정에 선 앤은 시종 당당하고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심리 중에는 피고인들이 고문에 의해 거짓자백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앤의 결백을 잘 아는 헨리는 진실에 눈감아 버린다. 앤은 어둡고 차가운 런던탑에 갇힌다.
 
런던탑의 창 너머로 자신을 처형할 단두대가 세워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앤. 궁에 들어와 왕비의 신분으로 살았던 세월이 꼭 3년. 그녀의 눈앞에 지나온 천일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헨리와 사랑하고, 몸을 섞고, 아이를 낳고, 증오하고, 또 사랑하고, 아이를 사산하고- 애욕으로 점철됐던 천일동안 그들이 서로 사랑했던 것은 단 하루뿐이었을 거라는 그녀의 독백에는 짙은 회한이 묻어난다.
 
런던탑을 찾은 헨리는 결혼무효에 동의해 주면 살려주겠다는 말을 하지만 앤은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다. 자신이 합법적인 이혼을 받아들이는 순간 딸 엘리자베스는 서자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딸의 대관을 지켜내기 위해 앤은 기꺼이 죽음의 길을 선택한다. 다시 영화는 첫 장면으로 돌아오고, 헨리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크롬웰이 내민 사형집행 허가서에 서명한다.
 
햇살이 눈부시던 1536년 오월의 어느 날.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앤의 참수형이 집행된다. 기도를 마치고 형장으로 향하던 그녀는 관리에게 묻는다. “아플까요?” “그렇지 않다고들 합니다. 프랑스에서 칼을 잘 쓰는 망나니들을 불러왔거든요.” “하긴 한 칼에 베어질 거예요. 내 목은 가느니까.”
 
망나니의 칼날이 일순 번쩍이더니 차갑게 허공을 가른다. 서른 해 남짓, 짧지만 불같은 삶을 살았던 앤은 세 살 어린 딸을 남겨두고 한 많은 눈을 감는다. 앤의 처형소식을 알리는 대포소리가 창공을 울리던 그때, 헨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제인 시모어의 집을 향해 말을 달린다.
 
그 후의 이야기들
 
역사는 앤의 바람대로 흘러갔을까. 헨리 8세는 앤이 죽은 지 불과 열흘 뒤에 제인 시모어와 결혼해 그토록 원하던 아들(에드워드 6세)을 낳는다. 반면 앤의 소생 엘리자베스는 배다른 남동생이 왕위에 오르자 반역혐의 등에 엮여 가택연금 되는 등 수난을 겪는다.
 
헨리 8세는 앤이 죽은 후 네 명의 왕비를 더 얻었다. 앤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크롬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다. 왕비를 천거하다 불경죄를 저질렀기 때문인데 너무 못생긴 여자를 추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헨리 8세는 크롬웰이 큰 고통 속에 죽도록 일부러 무딘 도끼날을 골라 여러 번 목을 치게 했단다.
 
헨리 8세가 1547년 56세의 나이로 서거하자 유일한 아들 에드워드가 왕위에 오르지만 병약한 왕은 즉위 6년 만에 열다섯의 나이로 죽는다. 그 뒤 캐서린 왕비의 소생 메리가 잉글랜드 역사상 최초의 여왕으로 등극한다. 가톨릭의 복권을 위해 많은 사람을 죽여 ‘피의 메리’라 불렸던 그녀도 후사 없이 5년 뒤에 죽는다. 그리고 국왕의 자리는 스물다섯 살 처녀 엘리자베스에게 돌아간다. 몹시도 추웠던 1558년 1월 15일. 엘리자베스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모습을 드러내자 교회의 종들이 한꺼번에 울리기 시작했고 수만 개의 촛불이 켜졌다. 앤이 자신의 피와 맞바꾸며 지켜낸 여왕의 대관식이었다.
 
앤 불린을 연기한 주느비에브 뷔졸드(1942~ )는 1963년 데뷔한 캐나다 출신 배우다.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 크고 반짝이는 눈동자, 도발을 부르는 붉은 입술, 백만 불의 이마, 절묘한 실루엣의 턱선, 차마 꺾일까 위태로워 보이는 가는 허리의 그녀는 대배우 리처드 버튼 앞에서 주눅 들지 않은 야무진 연기로 당당한 왕후의 모습을 소화했다. 애초 제작자는 앤 역할을 ‘로미오와 줄리엣(1968)’으로 주가를 높인 청순 대명사 올리비아 핫세에게 맡기려 했다가 불발됐는데 그것이 오히려 약이 된 셈이다.
 
조르주 드를뤼의 삽입곡 ‘Farewell My Love'는 폴 모리아 악단 버전으로도 널리 알려진 음악이다. 일설에 따르면 앤이 참수되던 날, 하늘이 유난히 눈부시고 푸르렀기에 사람들은 그때부터 슬플 정도로 영롱한 푸른색을 ‘앤 블루(Anne Blue)’라 불렀다고 한다. ‘Farewell My Love'야말로 절정의 ‘앤 블루’ 만큼이나 시리도록 아름답고 슬픈 멜로디다.
 
앤 불린의 출생 시기는 명확치않아 1501년, 1507년 두 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녀의 참수형이 1536년 거행됐으니 28세 또는 34세에 운명한 것으로 추측된다.
 
후계를 이을 아들을 낳을 수만 있다면 세상 끝까지도 쫓아갈 수 있는 남자 헨리 8세와 앤 불린 사이에 있었던 애증의 역사는 그 자체가 한편의 영화이며 드라마다. 단두대에서 하얗고 가녀린 긴 목을 내밀며 세상과 이별하던 라스트는 슬픔 못지않게 아름답다. 반항적이며 오만하게만 보였던 앤이 사랑하는 딸의 미래를 자신의 피와 맞바꾸는 장면은 너무도 결연하여 잊히지 않는다. 세상에 헛된 삶이 없듯이 헛된 죽음 또한 없는 것처럼.
 
 

silverinews 진고개 신사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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