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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기 돌봄 계획,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논의되도록 지원 필요”

기사승인 2019.09.30  1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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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에 대해 ‘솔직한 대화’ 나누는 웰다잉 문화조성 중요

[ 하정화 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본지 인터뷰 ]
 
“임종기 돌봄 계획,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논의되도록 지원 필요”
- 죽음에 대해 ‘솔직한 대화’ 나누는 웰다잉 문화조성 중요
 
(사진 1) 하정화 교수(오른쪽)를 홍영미 전문기자가 인터뷰하고 있다.
 
 삶을 잘 마무리하는 것은 죽음을 경험하는 한 인간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가족의 삶과 사별 후 적응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행복한 삶(웰빙, well-being)에 못지않게 좋은 죽음(웰-다잉, 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간다운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대한 이슈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웰다잉을 이루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아울러 지역사회 내에서 웰다잉과 임종기 돌봄 등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 하정화 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홍영미 의료보건·복지 전문기자가 맡았다.
 
 
(사진 2) 홍영미 전문기자
▶ 웰다잉 정책의 법률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긴 이름을 가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법적 근거이다. 간략히 ‘연명의료결정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죽음으로의 여정을 좀 더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임종기 돌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사전 계획을 통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방지하며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법률적 쟁점 등 아직까지 보완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연명의료결정법과 노인복지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고려하고, 특히 지역사회 내에서 웰다잉이 가능한 문화를 조성해 가기 위한 노력과 이를 위해 어떠한 법적인 지원이 필요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 기회를 여러 번 제공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진 3) 하정화 교수
연명의료 결정법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통해, 미리 임종기 연명의료의 중단과 호스피스의 선택에 관해 본인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율은 현재 약 1%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낮은 작성율 개선을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기회를 ①건강할 때 ②중증 질환 진단 시 ③말기 진단 시의 3개 시기로 하고, ‘건강보험 인정’을 통해 작성을 독려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 인정을 통한 접근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자 비율을 높이고, 건강 상태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연명의료에 대한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료 시간이 지나치게 짧은 한국적 의료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만으로 임종기 돌봄 계획(end-of-life care planning)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주치의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환자를 보던 의사가 아닌 중증 질환 진단, 말기 진단을 내리게 되는 의사가 사전연명의료의향에 대한 논의를 어느 정도 깊이 있게 할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제도가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작성 기회의 제공뿐만 아니라, 임종기에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상황과 선택지에 대한 설명, 환자의 중증/말기 진단과 질병 예후에 대한 의사의 자세한 설명, 간호사 · 사회복지사 · 성직자 등 관련 전문가의 임종기 돌봄 가족 상담과 코칭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임종기 돌봄 지원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임종기 돌봄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이 어떻게 임종을 맞이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가족과 의료진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인복지법 혹은 노후준비지원법 개정, 연명의료법 전면 개정, 웰다잉문화조성에 관한 법 제정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된 바 있다. 각 안의 실현 가능성과 비용편익을 분석해보아야겠지만 현재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이를 통해 이미 존재하는 지역사회 복지 및 돌봄 체계 내에서 웰다잉에 대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도 좋은 방안인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노인복지관 · 주간보호센터 · 단기보호센터 · 재가복지 기관 · 요양시설 등 다양한 기관에서 개개인의 욕구와 삶에 맞닿은 프로그램과 상담, 정책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해외에서의 사례는 어떠한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사례를 소개한다면
 
미국 뉴저지주에 1년간 거주하며, 개개인의 임종기 돌봄 계획을 지역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돕고 있는지를 볼 기회가 있었다.
 
먼저 공공 도서관에서는 “대화: 임종기 케어를 위한 혁명적 계획”(The Conversation: A Revolutionary Plan for End-of-Life Care (Book discussion))와 같이 임종기 돌봄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거나, 주기적으로 “임종: 핵심은 ‘계획’이다”(End of Life: Planning is Everything)와 같은 강연을 열어 임종기 돌봄 계획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러한 강연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변호사, 사회복지사, 주정부 관련 부서 담당자, 미국 은퇴자협회(AARP) 지부 직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또한 노인복지관(Senior resource center)에서는 5~6명 내외의 소그룹으로 ‘건강돌봄 의사결정 워크숍’(Health Care Decisions Workshop)을 열어 사회복지사가 생전 유언(living will), 대리인(power of attorney for health care) 지정, DNR((심폐)소생술 포기) 서식 등에 관해 설명하고, 가족들과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 것을 권유했다. 이 워크숍에서는 생전 유언(living will), 5가지 소망(five wishes)과 같은 관련 서식도 제공되었으며, 진행자는 중간에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본인의 이야기를 나누고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도록 진행되었다.
 
영국의 <삶의 마무리를 위한 6단계 접근>에서도 제일 첫 단계로, “열린,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과 “대화의 계기를 발견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죽음에 대해 ‘열린,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직 한국의 문화에서 어색하다 하더라도, 복지 또는 의료, 돌봄 현장의 종사자들이 ‘대화의 계기’를 잘 포착하여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러한 대화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다. 대화의 계기는 주변 사람의 죽음이나 본인의 건강 변화, 중장년층의 경우 간병 경험 등이 될 수 있다.
 
 
▶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사례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현장이나 종교 기관에서도 위와 같은 교육과 대화가 일부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어, 서울의 가양4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현재 “아름다운 쉼표, 품격 있는 마침표”란 프로그램을 다양한 연령층(50~60대, 70~80대)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죽음관련 정보 제공 (인지적 차원), 죽음과 사별에 대한 감정 공유 (정서적 차원), 죽음과 관련한 대처방안 모색 (행동적 차원), 삶을 지배하는 기본적 가치들의 확인 및 지지 (가치적 차원)라는 코어 박사 (Dr. Corr)의 죽음준비교육 4가지 차원에 기반한 총 6~7회기의 죽음 준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 각당복지재단에서도 꾸준히 죽음준비 관련 교육을 하고, 강사도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종합사회복지관이나 노인복지관에는 후원금에 의존한 단발성 프로그램이 많으며, 부족한 인력과 과다한 행정 업무, 관련 종사자들의 교육과 훈련 기회 부족 등 여러 제약 요인이 있다.
 
또한, 대화의 마지막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는 요양시설이나 단기 보호시설, 주간보호 시설에서는, 당사자들이나 가족들의 죽음 준비에 대한 욕구가 거의 없고, 돌봄과 관련된 대부분의 결정이 보호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또한 당사자가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가족들이 반대하면 결정이 뒤집히는 경우가 빈번하기에, 사전에 임종기 계획을 논의하는 것의 효용을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따라서 연명의료 결정법과 노인복지법 개정안 논의에서는 이러한 제약 조건 속에서 어떤 전달체계를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죽음 준비를 시작하고, 이 논의를 돌봄의 연속선상에서 누가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효과성이 나타난 기존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이를 보급하며, 일선 전달체계 지원 및 인력 보충을 통해 보다 많은 기관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개정법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 임종기의 자기결정권과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가
 
연명의료결정법은 본인이 임종기 돌봄과 관련한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고, 이러한 결정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가족들의 합의에 따라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이 과연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체인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비판과 대안이 제시되어 왔다. 특히, 중증 장애인과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환자와 가족 간의 이해가 상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리인의 지정을 개정안에 삽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이에 동의하는 바이나, 죽음 준비와 임종기 돌봄에 대한 사전 논의가 없이는 대리인도 정확히 당사자의 의견을 대변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반드시 사전에 대리인과 본인의 의사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 취약 계층과 무연고자, 치매가 있는 사람에 대한 보호 장치는?
 
치매고령자들을 위한 의사결정 지원이나 성년후견제도 등도 취약계층과 무연고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취약 계층의 자기 결정권을 이야기하며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이들이 가족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싫어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뿐만 아니라 ‘존엄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현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임종기에만 연명치료 중단을 실행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위험 부담은 적은 편이지만,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이러한 ‘존엄하게 살 권리’가 아직 잘 보장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또한, 외국의 선례를 볼 때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조력사, 안락사 등의 논의로 발전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논의에서 취약 계층이 어쩔 수 없이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지 않게 하려면 어떠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지역사회 중심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점은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 패러다임은 제공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의료/재활 모델에서 지역사회 통합과 당사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노인 복지에서는 노인이 최대한 본인이 살던 곳에서 거주하며(aging in place), 필요한 서비스들을 제공받고, 보건과 복지의 통합을 통해 지역사회 중심 돌봄(커뮤니티 케어)을 실현해 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된 정책이나 규정을 수립할 때에도 이런 환자 중심, 소비자 중심의 접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입원형, 자문형, 가정형 등 다양한 유형의 지역사회 기반 호스피스를 가능케 한 점은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된다.
 
다만, 요양시설이나 공동거주시설에서도 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기관 간의 연계를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질 높은 호스피스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좀 더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 향후 과제에 대해 해주실 말씀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지적되었던 호스피스 서비스의 비암성(非癌性) 질환으로의 전면적 확대, 사별 가족 지원 서비스 제공, 질 높은 호스피스를 위한 충분한 인력 보장(비의료인 포함) 등은 죽음의 질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로 남아있다. 다음에 기회 되면 다시 말씀드리겠다.
 
 
(사진 4) 인터뷰 후 기념 촬영
 
 

 

 

silverinews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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