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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카야마의 ‘섬’과 ‘산’ 마을에서 「노인이 행복한 삶」을 찾다

기사승인 2020.03.11  18: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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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 노인들, 관광객에 예술작품 · 향토음식 등 해설하며 보람과 자부심 느껴 -

日 오카야마의 ‘섬’과 ‘산’ 마을에서 「노인이 행복한 삶」을 찾다
- 마을 노인들, 관광객에 예술작품 · 향토음식 등 해설하며 보람과 자부심 느껴 -
- 아오오켄 교수, 고령화와 '행복한 삶'에 대한 일본 사례 발표 -
 
저성장 · 고령화 시대. 지금 우리사회는 특정한 정책에 의해서만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의 다양한 특성과 자원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모델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역사회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늙도록 살아온 익숙한 곳에서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일상생활과 사회적 지지를 지원하고 더불어 지역주민과의 교류를 증진하면서 고령자의 교육 · 재취업 등 사회활동 영역 확대를 통해 노인들의 삶이 행복한, 그러한 지역 만들기의 노력이 필요하다.
 
강연하는 아오오켄 교수(오카야마 국립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사회의 변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비영리단체 ‘치매이야기’(대표 조범훈)가 최근 주최한 치매아카데미 강연에서 일본의 아오오켄(AOO Ken) 박사(오카야마국립대)는 발표를 통해 “일본도 이러한 과제와 관련해 고령자 개개인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고령화를 포함한 여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마을에서 일어난 사례로, 오카야마(岡山) 지역의 ‘섬’에 있는 현대미술관으로 인해 이 지역주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또한 같은 지역 ‘산’의 어느 작은 마을(이하 ‘ㅇ’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변화된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지역 커뮤니티는 어떠한 대응을 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아오오켄 박사는 이러한 마을 사례를 통해 지역에서 사는 고령자들이 느끼는 ‘삶이 행복한 지역’이란 무엇이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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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본의 서쪽에 있는 오카야마(岡山)는 도시와 공업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바다와 섬,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오래된 일본의 거리와, 17세기에 서민을 위해 건축된 일본과 동아시아 풍의 유교학교가 볼만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의 섬에서는 박물관과 현대 미술의 예술제가 개최되고 있어 관광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곳의 작은 마을과 섬의 사례를 살펴본다.
 
오카야마 지역의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 섬에서는 박물관과 현대미술 예술제가 개최되는 등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 오카야마의 북쪽 산 중에 있는 ‘o’ 마을의 사례
 
 
이 마을에 논이 있지만 남아있는 사람 수가 줄고 그나마도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마을 논의 절반은 마을이 설립한 ‘농업법인’에서 대신 쌀농사를 지어주고 있다. 그러나 농사를 지어도 이익이 남지 않아 마을사람도, 농업법인도 이득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단지 논을 관리하기 위해 계속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 현실이다. 밭도 역시 절반이 방치된 상태에서 멧돼지와 사슴이 파헤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 마을에서는 신사(神社)를 중심으로 축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제는 마을에 노인들만 남은 터라 그 횟수를 줄여서 치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메어야할 축제 가마를 트랙터가 대신 운반하는 웃지 못할 풍경도 펼쳐지고 있다. 각 집에서 하던 축제의 준비 또한 마을의 집회소에 모여 함께 일하며 부담을 나누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그나마 이렇게라도 축제를 계속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람이 메어야할 축제 가마를 트랙터가 대신 맡고, 축제는 마을 집회소에서 함께 모여 준비한다. “이렇게라도 축제를 계속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지역주민들은 말한다.
 
이 사례에서는 마을의 현실과 상황에 맞춰 마을축제를 축소 또는 변형시켜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농사 등에서 지역사회 법인의 지원을 받으며, 고령자가 마을의 행사나 일상생활 돕기에 참여하는 자조적 생활과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렇듯 그런대로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의료와 보건을 어떻게 전달할까에 대한 문제, 수입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지금의 마을 행사와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가? 등과 같은 과제는 여전히 풀어야할 부분들이다.
 
강연에서 아오오켄 교수는 “그들의 삶이 불쌍하다거나 혹은 가난하다고 느껴졌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오히려 이 마을 어르신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고령화된 마을에서 하기 힘든 일이 생겨도 상황에 맞추어 서로의 관계 속에 해결해가며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그것을 ‘아름답게 늙는 것’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감도 표했다. 동시에 “그러한 마을이 사라져 없어지기 전에 그것을 알게 된 자신은 행복하다”고까지 밝혔다.
 
 
■ 박물관과 현대 미술의 오카야마 ‘섬’의 사례
 
 
일본에서 가장 큰 교육 기업가로 꼽히는 소이치로(聰一郎)가 당초 어린이 캠프장을 운영하기 위해 확보한 섬에서 섬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인이 웃는 얼굴로 있을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아들인 후쿠타케(福武)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의 힘을 빌려 섬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다양한 박물관을 짓고, 섬의 오래된 집과 건물들(공중목욕탕 등)을 개조해 현대 미술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지역에 대해 잘 아는 노인을 포함한 지역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마을과 미술에 대해 해설하며 외부 관광객을 수용하고 있다.
 
이 섬에서는 2010년부터 3년에 한번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를 개최하고 있고, 2019년에는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기도 했다. 현재 이 섬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외국 관광객들이며 해외여행 안내서에도 게재될 만큼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오래된 집과 건물들(공중목욕탕 등)을 개조해 현대 미술의 장으로 만들고, 노인과 지역주민들이 직접 마을과 미술에 대한 해설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례에서는 현대 미술이라는 수단으로 외부에서 방문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예술을 통해 이 지역의 주인인 섬사람들이 참여하고 각기 역할을 맡아 활동하면서 더불어 일거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섬에 외부인들의 방문으로 인해 경제적 효과는 물론 그 이상으로 주민들이 자부심과 즐거움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 노인들이 외부인에게 예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섬의 음식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삶에 보람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이 방법은 「나오시마 메소드(방법)」라고 불리며, 지역 발전의 새로운 기법으로 중국 산동성에서도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이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사람의 행복은 돈이나 물질적인 풍요만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뮤니티 안에서 외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례에서 보듯 노인들의 참여와 활동, 마을의 농업법인과 복지서비스, 그리고 후쿠타케(福武)재단의 지원과 같이 어르신들이 살아온 익숙한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직이나 외부로부터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다양화된 현대사회의 욕구 속에 지역사회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요구되는 가운데, 일본의 어느 작은 섬과 마을에서 실제로 변화를 일으킨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커뮤니티 안에서 사람과의 관계(소통)와 존중으로 자조(自助), 공생(共生)하며, ‘노인이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한국사회 역시 선제적으로 살펴봐야할 의미있는 사례로 보인다.
 
 

silverinews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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