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경순
시 하나 못 쓰고...
최 경 순
황혼이
질 때면
뜻 없이 서러워
붉은
노을 가린
뿌연 창을 닦으며
순한
바람 소리에
숲새들 잠드는 밤
고향집
돌담 곁
동백은 지고
열여섯
사춘기
잠은 오지 않아
연필을 쥐고,
뒤 뜰 흰 눈밭에
서러움 쌓인다고 끄적이던 시절
불꽃
같은 생을 산
서른셋의 전혜린,
시가
너무 잘 써져
괴롭다던 스물아홉 윤동주,
그들 생애
두 곱을 살고도
이 가을에 시인이 시를 못 쓴다는 건
부끄럽고
부끄러워
목이 메이는 일이다
▷▶ 작가 최경순 약력 ---------------------------------
* 한국문인협회 회원
* 전남일보 수필 공모 1등 당선 (1989)
* 수필집: 오늘은 여기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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