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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 경제적 위기로 자살 증가 가져올 수도

기사승인 2020.06.20  17: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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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계, 사회적 고립 막아주는 지역사회의 중추적 역할 필요 -

코로나19 장기화.., 경제적 위기로 자살 증가 가져올 수도
- 종교계, 사회적 고립 막아주는 지역사회의 중추적 역할 필요 -
 
기조강연자, 발제자, 토론자들
 
질병과 죽음으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며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 불안, 우울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령자를 포함한 건강취약계층과 근로취약계층 등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코로나19 사태가 더 많은 상실감과 경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모든 재난·재해에서 자살률이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 자살률이 사회적 문제가 됐던 IMF 금융위기와 같이 경제적 침체가 원인이었던 것을 볼 때,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한 정신적·경제적·사회적 지지체계의 혼란 속에 자살률이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지난 17일 한국생명운동연대·한국종교연합·맹성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으로 ‘코로나19, 한국 중년세대 자살과 종교계 역할’을 주제로 ‘2020 생명존중 국회 정책 세미나’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코로나19, 한국중년세대 자살과 종교계 역할’ 세미나에서 현명호 교수(중앙대 심리학과)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현명호 교수(중앙대 심리학과)는 주제발표에서 “우리사회의 주요 화두이자 과제이기도 한 자살문제가 코로나19와 같은 자연재해 상황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살피고, 자살률 증감 변화의 요인을 찾아 그 원인을 탐색해 선제적으로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코로나19의 전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경제의 탄력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 실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한계가 있으므로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적 침체가 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러한 경제적 위기가 자살의 증가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걱정스러운 마음”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의료인이나 일반인의 관심은 정신건강이 아닌 신체건강에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걱정한다”며,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후순위가 됐다는 것이 자살시도자나 자살사고자에 대한 관심을 덜 가져 위험한 상태로 두게 될 것”이라는 문제점을 상기시켰다.
 
또한 그는 “코로나에 대처하고 있는 의료인이나 행정조직이 과부하가 걸려 심각한 스트레스 경험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국에서의 무기매출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며 자살률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의 자살률 추이가 현재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OECD국가 중 1위인 가운데 정부나 각종 기관 및 일반 시민의 관심은 증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살을 막기 위한 경찰관 · 소방관의 노력과, 자살예방협회, 자살예방센터, 생명존중연대, 시민단체 등의 역할, 그리고 생명의 전화나 자비의 전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 교수는 “과연 이러한 자살감소를 위한 여러 사업들이 원하는 만큼의 감소효과를 보였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그는 “‘자살’이라는 죽음을 막는 노력에 더해서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노력으로 ‘행복추구’가 화두가 돼야 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자살의 문제를 삶의 문제로 보고 이러한 변화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곳이 바로 종교계”라고 말했다. “종교와 관련된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종교는 아픈 마음을 치료하기도 하고, 삶의 방향과 방식을 설정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대감을 높이며, 사회적 고립을 막아주기도 하는 지역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왼쪽부터) 토론자 선 업 스님(불교상담개발원 원장), 신상현 수사(음성꽃동네), 이정숙 회장(선진복지사회연구회)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선업 스님(불교상담개발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정운영 100대 과제 중 44번 과제에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확산 계획’을 포함시키고 있다”며, “2018년 1월 23일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인 행동계획(Action Plan)으로서의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 계획을 토대로 구성된 민관 정책소통기구인 ‘생명존중 정책 민관협의회’의 주요 단체인 ‘불교상담개발원’에서는 자살예방과제 발굴이라는 취지에 맞추어 기존의 자살예방사업을 ‘생명살림·지킴·이음 프로젝트’로 확대 재편성한 바 있다.
 
그는 “자살예방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후 다양한 예방 프로그램이 개발돼 실시됐으나, 그것이 지닌 효과성 및 객관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신상현 야고보 수사(음성꽃동네/인곡자애병원 내과원장)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과학, 의료, 사회문화적인 대처가 중요한 가운데,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종교계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도 있다”며 “근본적·정신문화적·영적인 접근과 해결이 바로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랑의 문화, 생명의 문화가 뿌리내리고 확산되는 것이 이기주의가 낳은 ‘죽음의 문화’로 병들고 상처받은 가정을 회복시켜 주고,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중년 남성들이 자살로 내몰리는 현실을 치유하는 길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이정숙 회장((사)선진복지사회연구회/대구대 지역사회개발복지학과 겸임 교수)은 “코로나19로 인해 평범한 일상과 사소함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며 실내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터넷, 스마트폰 등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왜냐하면 이런 생활은 정신을 피폐시키고 건강을 해치며 심지어 정서적 불안과 외로움을 초래하게 할 수도 있어 잠재적 자살자를 양성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 따른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생활고로 인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며, “불안과 우울한 마음을 다스리고, 위로하고, 슬기롭게 하도록 해주는 것이 종교의 힘”이라며 자살률을 낮추는데 있어서 종교계의 역할을 요청했다.
 
이동우 부회장(한국자살예방협회)
이동우 수석부회장(자살예방협회)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근 각 종단별 자살예방 매뉴얼 제작 등 자살예방을 위한 노력이 한층 더 심화되고 실천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자살예방을 위한 종교 간의 대화, 협력의 흐름을 잘 이어가고 이러한 공동 협력이 일선 현장에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서일환 자살예방정책과장(보건복지부)은 “코로나19 이후(2020년 1월~) 자살률은 전년 동기간 대비 유사한 수준으로 아직 특이 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의사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등이 자살위험 증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우리나라도 앞으로 2~3년 후 여파가 본격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서일환 과장 (보건복지부)
서 과장은 “종교계는 국가가 정책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며, “국민(교인)들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며 우울·스트레스 상태의 교인들이 자살생각까지 이르지 않도록 정서적 지지와 더불어 고위험군 발견 시 지역 자살예방센터 등에 연계해줄 것”을 당부했다.
 
재난과 자살의 관계는 재난의 성격과 대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직 자살률이 증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방심은 아직 이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례에서처럼 초기 자살률은 낮았지만 2~3년 이후 자살률이 큰 폭으로 상승할 수도 있어 면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미나를 주최한 맹성규 의원은 “종교계에서 자살 고위험군을 1차적으로 케어하는 지역사회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자살예방 사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silverinews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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