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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 서울낭송회’와 함께하는 금주의 시 (11) <나무도마>

기사승인 2020.07.07  09: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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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마
김인구
 
 

너는,

천개의 상처를 지닌 채 아침의 햇살을 받고 있는 너는,

파프리카처럼, 브로콜리처럼 사선으로 넘어가다 뭉그러진 너는,

목구멍과 밥주머니가 최후의 목적지인 너는,

천개의 상처를 오롯이 담아 위벽을 쓸고 장관벽을 쓸어 내려가는 너는,

견고함을 부드럽게 더욱 부드럽게 상처에 버무리는 너는,

오랜 숙련으로 단련된 고독을 위로하는 너는,

축축하게 젖다가 햇볕에 바싹 말랐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너는,

천개의 상처로 천개의 상처를 보듬어 안는 너는,

질기고 단단한 소절을 혓바닥처럼 무수히 되풀이하는 너는,

상처의 통점을 소멸로 되돌려 주는 무심한 통점 같은 너는,

 
 
 
 
 
▷▶ 작가 김인구 약력 --------------------------
 
  * 전북 남원 출생
  * 1991년 『시와 의식』 여름호에 <비, 여자> 외 2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 시집으로 《다시 꽃으로 태어나는 너에게》 《신림동연가》 
    《아름다운 비밀》
  * 《굿바이 자화상》(2014년 세종우수도서 선정)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silverinews 김인구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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