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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존엄사(尊嚴死) 입법화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0.07.09  10: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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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적 고통’도 존엄사 기준돼야.. ‘의사조력 자살’ 포함 필요 주장도 -

“이제 존엄사(尊嚴死) 입법화 필요하다”
- ‘정신적 고통’도 존엄사 기준돼야.. ‘의사조력 자살’ 포함 필요 주장도 -
관련 법적 · 제도적 형태, 과거에 머물러 있어..
 
고령화 시대에서 현대사회의 구조와 가족구성의 변화에 따른 단독세대, 노부부 세대, 그리고 졸혼, 비혼 등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공식·비공식적 돌봄을 제공할 구성원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또한 현대의학의 발달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기간 동안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의료 장치에 의존해 연명하게 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이는 개인의 고통과 가족의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한편 우리사회는 유래 없이 길어진 평균 기대수명과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 속에 자연스럽게 웰빙을 넘어 웰다잉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고, 더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맞닥트리기 이전의 일정 기간에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일 “존엄사 입법을 촉구한다” 주제의 세미나가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주최로 열렸다. 3년 전 도입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로는 충분치 않아 ‘존엄사’ 입법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이런 사회환경 변화 가운데 지난 6일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상임대표 김현)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삶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욕구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소중한 인격체인 개인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존엄사 입법을 촉구하는 세미나를 서울변호사 회관에서 개최하고, 존엄사 법안의 제정을 촉구했다.
 
세미나를 통해 김현 상임대표는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됨으로써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임종 기간만 연장하는 무의미한 치료를 받지 않고 죽을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이 제도는 범위가 너무 좁아 보다 적극적인 존엄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며, “(사)착한법은 찬반 여론을 수렴해 합리적인 존엄사 입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현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상임대표, 원혜영 전 국회의원(5선), 김일순 한국골든에이지포럼 회장
 
이날 세미나에서 원혜영 의원(5선 국회의원)의 축사에 이어, 김일순 회장(한국골든에이지포럼)은 “우리사회가 죽음에 대한 이해 및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화적인 가치관과 윤리관이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현재 죽음과 관련된 문화적인 인식이나 법적, 제도적인 형태는 거의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 망자나 그 가족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많은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존엄하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의료계, 의료윤리계, 종교계의 의견을 모아 사망자 자신의 존엄한 죽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적절한 사회적, 법적 제도가 조기에 마련돼야한다”며 목소리를 함께했다.
 
발제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착한법 이사)는 존엄사 입법화와 관련해 존엄사를 어떻게 정의 내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개인의 생명권 및 권리에 대한 존엄성의 이념을 설명했다. 또한 인간의 존엄과 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제약되거나 대체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존엄사 입법화를 위한 쟁점들을 정리,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먼저, 존엄사의 정의와 관련, “현대의학으로는 치유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환자가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을 법으로 정해진 절차, 방법에 의해 허용함으로써 존엄하게 삶을 마감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라 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발표자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착한법 이사)
‘개인의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존엄사의 유형은 사전 의사표시를 한 자(넓은 의미의 존엄사)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의사표시를 한 자(좁은 의미의 존엄사)로 나누어 사전 의료지시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했다.
 
그는 “존엄사에 대해서는 시기, 대상, 핵심, 주체 등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존엄사의 시기는 의학적 치유 ·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대상은 죽음에 임박한 자가 아닌 그 단계에 진입한 사람으로, 죽음의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해야할 것을 핵심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일신전속적의 권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의해서 대체하는 것은 존엄사의 기본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자살을 처벌하지 않는 이유가 처벌할 대상이 없어서가 아니라 개인의 생명에 대한 처분권, 죽음에 관한 결정권의 주체가 개인이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따라서 “몸과 의식이 자유로운 상태에서의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자살)과, 몸 또는 의식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의 죽음에 대한 결정권(존엄사)의 차이는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 및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허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아울러 존엄사 합법화로 인해 침해되는 법익은 죽음에 관한 결정의 주체인 개인을 권리행사의 주체로 보느냐, 권리보호의 대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김변호사는 존엄사 문제와 연명치료중단의 문제는 별개의 논의라고 정리했다.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중단은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논의돼야 하고, 존엄사 문제와 혼재해 판단해서는 안 되는 별도의 영역으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존엄사와 관련한 ‘김할머니 사건(2009년)’을 예를 들며,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환자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환자의 의사 존중이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음을 천명한 매우 의미 있는 판결내용”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따라서 그는 “존엄사의 입법화와 관련해, 환자의 상태(신체적·정신적 고통 포함), 환자의 사전의사 표시여부, 죽음의 단계 등의 개념을 확실히 잡아서 정의 규정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존엄사 시행과 관련해서는 판단주체, 시기, 조건, 절차 등을 강조하고, 의학적 판단주체를 진료의사 한사람만이 아닌 감정의사로 나누어두자는 의견과, 환자의 의사 확인을 위해 입회해야 하는 참여자 조건을 환자와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사람으로 하는 등의 요건을 갖출 것”을 제시했다.
 
아울러 존엄사 집행에 관련해서는 집행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며, 집행거부의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적 고찰이 들어가야 할 것과, 법적 규정 입법화가 필요한 시기 등이 제시돼야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왼쪽부터) 이일학 교수(연대 의대), 서영아 논설위원(동아일보), 발표자 김재련 변호사, 좌장 황적화 변호사(착한법 공동대표), 이광영 공동대표(한국골든에이지포럼), 노영상 이사장(숭실사이버대), 이윤성 명예교수(서울대 의대)
 
제1토론자로 발표한 이광영 공동대표(한국골든에이지포럼)는 “죽음을 앞둔 최종 1년간 의료비가 평생 의료비의 90%를 차지한다”며, “의료기술의 발달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고가의 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말기암 등 불치병 환자들 가운데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명을 버리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것은 환자의 죽을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통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의료 환경과 사회의 빠른 고령화를 감안해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으로의 존엄사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제2토론자인 서영아 논설위원(동아일보)은 일본 드라마 ‘오싱’의 작가로 유명한 하시다 스카코 씨가 2016년 말 “나는 안락사로 가고 싶다”는 글을 ‘문예춘추’에 기고해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는 사례를 들었다. 이후 2018년 3월호에 사회원로들을 대상으로 실명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60명 중 33명이 ‘적극적 안락사’에, 20명이 ‘존엄사에 한해’ 찬성했고, ‘안락사 · 존엄사 모두 반대’는 4명에 불과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떻게 죽을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은 곧 어떻게 살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며, 존엄사, 특히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안락사에 찬성한다는 개인적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실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구체적 연구를 통해 노화와 죽음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3토론자 노영상 이사장(숭실사이버대)은 “안락사에는 여러 유형이 있어 개념 정의가 간단하지 않아 법률을 만들 때 안락사의 용어에 대한 분석과 규정 등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긴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수정 개념이 아니라 존엄사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와 더불어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와 의사가 환자의 요구에 따라 약물투입 등으로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 곧 ‘의사조력 자살’에 대해 설명하며, “존엄사에 의사조력 자살을 포함시킨다는 법안은 일반적인 개념(사회 정서)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아울러 ‘자기의 생명에 대한 결정권을 정해진 절차 및 방식에 따라’라는 개념은 상세히 규정되어야 하며, 종교계 · 의료계 등과 함께 다양한 경우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4토론 이일학 교수(연세대의대 의료법윤리학과)는 ‘죽음의 단계’의 판단기준과 ‘대체/추정을 인정하지 않는 온전한 자기결정권 행사’에 대해 언급했다. 노화·노쇠·치매와 같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기만 하는 질병의 경우 죽음의 단계에 이르렀는지가 객관적으로 명확히 판단할 수 없고, 환자가 제시한 의사(意思)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이 가족들의 대리결정으로 연명의료결정을 해왔던 현실이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가 문제라고 했다. 이에 그는 “자기의 뜻을 잘 아는 사람을 지정해서 대리결정권을 행사하는 ‘대리인 제도’를 대안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그는 “죽음에 개입하는 인간 행위의 윤리적 가치 판단기준은 행위자의 ‘의도’이지 죽음이라는 ‘결과’는 아니며, 생명의 단축이 특별히 더 나쁜 것은 생명의 단축으로 인해 의미 있는 ‘인간적인 삶·경험’을 박탈당하는 경우”라고 견해를 표했다. 아울러 “모든 국가들의 기본적 태도가 그러하듯 환자의 고통, 환자의 입장에서 존엄사법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제5토론자로 발표한 이윤성 명예교수(서울대 의대)는 “존엄사, 안락사, 자연사, 웰다잉, 의사조력 자살 등의 용어에 대한 혼동이 많다”며, “이는 우리가 쓰는 표현에는 가치판단이 포함돼 있어 쓰는 사람마다 다르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의료계에서 삶의 마무리를 위한 배려인 ‘연명의료 중지와 보류’, ‘의사조력 사망(자살)’, ‘자발적 안락사’의 3단계를 구분하고, “논의되고 있는 존엄사는 연명의료 중지와 조력사망까지가 포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존엄사를 우리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가, 또는 절차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 미성년자 · 정신이상자 · 치매환자 등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관한 의사(意思) 추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다양한 이슈들을 열거했다. 이어 그는 “평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는지, 또한 이와 관련해 만일 사전의사를 밝혔다면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까지 존엄사에 포함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존엄사는 사회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력사망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라는 사견(私見)을 덧붙였다.
 
 

silverinews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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