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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COVID-19)는 초고령 노인들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었나?

기사승인 2021.03.02  13: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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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코로나(COVID-19)가 대유행하는 국면에서 대부분의 대응 조치들이 바이러스의 추가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방역, 감염자 치료, 백신 등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장기화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재난 상황에서 고립되기 쉬운 사회적 약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와 대안은 부족하다.
 
현재 2021년 02월 26일 기준 코로나(COVID-19) 국내 발생현황(질병관리청)을 살펴보면, 80세 이상 초고령층의 사망 비율이 56.59%(70대 27.32%, 60대 11.61%)에 이르고, 치명률도 28.32%에 달했다(치명률=사망자수/확진자수*100). 다시 말해 국내의 경우 사망자의 95.52%가 노년층으로 집계됐고, 연령이 높을수록 치명률은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한편 노인들에게 신체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은 초고령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활동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재난 상황으로 인해 초고령 노인들은 자의반 타의반 격리생활을 하게 되면서 ‘멈춤’, ‘무(無)활동’의 상태를 겪고 있다. 이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이렇듯 코로나(COVID-19) 사태는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활동의 제약을 만들어내고, 이런 제약은 초고령 노인들로 하여금 ‘자유’를 박탈당하는 경험을 주었다. 그들은 바뀐 일상에 집안에만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을 ‘감옥’ 혹은 ‘지옥’이라 표현했으며, 이러한 한정된 공간에 머무르며, 답답함, 우울함, 불암감, 무료함을 겪어야 했다.
 
[▲코로나(COVID-19)로 인한 제약된 일상 속에서 연구 참여자 어르신이 옮겨 쓴 성경 글귀]
 
지난 26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온라인(ZOOM)으로 진행한 ‘복지국가포럼’에서 오혜인 연구원(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은 이러한 코로나(COVID-19)로 인해 단절된 일상 속에서 과연 ‘초고령 노인’들에게 활동적 삶이란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를 묻고, 바뀐 일상 속에 나타나는 활동적 노화, 활동적 삶의 실재와 의미를 탐색하고자 했다.
 
오 연구원은 먼저 “노인이 연령 별로 다른 욕구를 가진 존재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성과, 노인의 구분을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60살이 넘은 아들노인과, 90살이 넘은 아버지노인은 부모와 자식 관계라고 하는 데에서 노인의 차이가 있다”라며, 젊은 노인(아들노인)보다 초고령 노인(아버지노인)을 집중적 연구 대상으로 했음을 밝혔다.
 
다음은 오 연구원의 발표에서 코로나(COVID-19)가 초고령 노인들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었나에 대한 실제 노인들이 경험한 사례를 바탕으로 신체성, 공간성, 관계성, 시간성으로 구분한 내용을 발췌해 정리했다.
 
 
체험된 몸, 신체성 : 건강을 위한 끊임없는 움직임
 
코로나(COVID-19) 상황에서도 급속한 노화, 체념, 현상유지를 위한 움직임, 활동의 신체적 불평등성 등, 무너져 내리는 쇠약한 몸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불평등성에서도 신체건강의 현상유지를 위한 움직임은 지속됐다.
 
[▲일상에서의 어르신들의 활동 모습(사회적 거리 두기 이전)]
 
<장영희 할머니> 이전보다 살이 많이 쪘어. 복지관 다닐 때는 염색도 하고 그랬는데. 머리가 봐봐, 지금 머리카락이 하얘졌잖아.
 
<이준숙 할머니> (코로나와 병수발로) 우울하고 답답하기가 말도 못해요. 5개월 지났는데 바깥사람 만나면.. 아마 내 얼굴도 못 알아볼까봐 걱정이야. 그렇게 폭삭 늙었어요.
 
<박영구 할아버지> 자꾸 걸어야 한대요. 안 걸으면 반신불수가 된다더라고. 죽기 살기로 자꾸 걸어야지...
 
 
체험된 공간, 공간성 : 재구성되는 활동의 공간
 
‘감옥’에 갇힌 것 같은 순간들, ‘숨 쉴’ 공간을 찾기도 하고, 더 새로운 디지털의 세상을 배우기도 했지만 그나마 노쇠로 인해 유지하기 어려웠다. 또한 소요비용 차원의 문제를 포함해 경제적 수준에 따른 활동의 공간적 불평등이 나타났다.
 
 
특히 일부 중산층 노인들의 경우는 넓은 자가에서 공간을 활용한 운동, 취미 생활 등을 즐기며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지만, 좁은 임대아파트 거주자는 공간적 답답함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또한 가정 내 돌봄이 있는 경우는 활동 공간이 더욱 축소되었다.
 
<이준숙 할머니> 복지관이 개관을 안 하니까 저한텐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요. 말도 못하게 괴로웠고. 코로나가 ‘원수다 원수’ 그러고 말았어요. 그런 원수도 없어요. 코로나라는 미세한 조그만 균이 온 나라 세계 지구적으로 이렇지 않습니까. 너무 원망스러워요. 지금 마스크 쓰고 생활화 됐으니까. 더구나 우린 노인네들이라 꼼짝 안하고 있죠.
 
<장영희 할머니> 카카오톡에 우리문학반 카톡방이 있어요. 마흔두 명 인가 있어요(웃음). 우리 같은 사람은 뒤로 빠지고, ‘70대 젊은이들’이 솰라솰라 말하고 하는 거지.
 
<우명주 할머니> 평생 이 10평짜리 무허가 집에 산 거예요. 어떨 때는 넓은 집에서 한번 살다 죽으면 원이 없겄다...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 내 팔자가 그렇게 타고났으니 어쩌...
 
 
체험된 관계, 관계성 : 파편화 속에서도 새롭게 생겨나는 관계
 
코로나사태는 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이용시설 임시 휴관’ 등을 시작하면서 초고령 노인들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사람들(가족, 친구, 이웃), 복지기관(복지관, 노인복지관), 운동 및 여가시설 등과의 단절이 시작돼 점차 관계는 파편화되어 갔고, 이 과정에서 외로움과 답답함, 두려움과 불안함이라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런 단절과 파편화 속에서도 힘을 주는 고마운 관계와의 만남이 새롭게 생겨났다. 민·관 복지 연결망, 다자적 관계(네트워크), 교환적 관계 등이 그렇다. 민간인 복지관, 대한노인회를 비롯해 주민 센터나 구청 등의 공공서비스 기관과의 주기적인 접촉은 노인들에게 힘이 되는 또 다른 중요하고 의미 있는 관계가 됐다.
 
[▲비대면 도시락 배달]
 
<박영구 할아버지> 코로나 땜에 오지 말라 그랬죠. 큰일 때나 모이고 아니면 자주 안와요. 왜냐면 우리 노인 둘은 괜찮은데 애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애들은 막 돌아다니잖아. 그래서 자제하라 그래서 잘 안와요. 아들만 왔다갔다.
 
<이준숙 할머니> 관장님이 전화 주셨더라구. 너무 고맙더라고. 잘 계시냐고. ‘조금 참으심 잘 되실 거라고’... 안부 전화 감격했습니다.
 
<우명주 할머니> 동사무소서 우리는 어려우니까 자연히 되더라고. 자동으로 기록이 되어 있는게 있나보더라구요. (중략) 68만 원이 들었다고 그래. 내가 내 속으로 “아이고 많이도 주네?”
 
 
체험된 시간, 시간성 : 기약 없는 기다림 속 적응의 시간
 
두려움에 잠식되는 시간들,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을 거란 불안감, 활동의 시간적 불평등성 그럼에도 내일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버티는 시간들로 이어졌다.
 
앞으로는 결코 똑같은 삶을 계속할 수 없으리라는 의심과 불안 그리고 낮은 자존감은 확진자 수가 줄어들수록 함께 줄어들기도 했다. 과거와 똑같지는 않더라도 예전처럼 모여 ‘다시 부둥켜안고 반가워할 날’을 마음으로는 기대하고 기다리는 마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서신애 할머니> 나 혼자 밥이나 한번 해먹고 있는거. 심심하기도 하고 뭐. 그냥 밥 먹고 드러누워만 있죠. 텔레비전만 보고 그러죠.
 
<이준숙 할머니> 옛날같이 복지관 생활 못 할 거 같은 생각하니 마음이 좀... 막상 정상개관 한다고 해도... 내가 팔십 일곱입니다. 몇 번이나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니... 슬픈 생각이 나요.
 
<고현구 할아버지> 첨엔 불안해하고 조심스러웠는데요. 이제는 좀 나아지는 거 같아요.
 
[▲오혜인 연구원(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오혜인 연구원은 “80세 이후의 삶은 여전히 자유로운 운신(運身)과 활동적 삶을 추구하는 한 인간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초고령 노인들도 삶의 자유를 영위하는 존재로서 의존적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의 틀을 벗어나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라고 했다.
 
그는 “생애 과정적 관점을 바탕으로 개인 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단계별로 수행·적응해야 한다”라며, “초고령 노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사회 거주공간과 관련한 정책투자 노력 및 노인에 대한 ICT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예: 건축법 유니버셜화, 임대아파트 현실화, 저소득 노인의 디지털리터러시(literacy))”고 제언했다.
 
오 연구원의 연구는 코로나(COVID-19)라는 상황 속에서 초고령 노인들이 경험하는 일상의 모습을 밝히고, 수많은 장애물 속에서도 여전히 ‘활동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적응과 노력 하는 자율적 노년의 모습을 조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가 향후 지역사회 초고령 노인들이 돌봄이나 일상생활 지원에 현실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통계상 전체인구 중에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인구 비중이 7%를 넘어서 고령화사회 진입에 이어, 2017년에는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져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될 예정이고, 이는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으로 채워지는 초고령사회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초고령사회’의 진입 앞에서 코로나(COVID-19) 충격이 복지현장에 몰아쳤다. 분명 인류사로도 큰 전환점으로 기록될 패러다임의 격변이다. 이는 초고령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극명하게 드러났고, 이들에게 닥친 위협이 커질수록 복지현장의 역할은 더 절실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발표는 코로나(COVID-19) 시대에 요구되는 초고령 노인을 위한 실천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silverinews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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