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50+의 사는 이야기 ④ - 고령사회의 복지 실천가, - 한국자원봉사협의회 대외협력처장, 한국유스호스텔연맹 사무총장 이수민 ②

기사승인 2021.07.20  09:47:25

공유
default_news_ad2

- '시니어봉사단'과 한국판 '로드스칼라' 추진 꿈꿔

- 국민연금·공무원 연금 등 공적연금 수령자들, 지역문제 해결 등 봉사활동 바람직 -

“은퇴자들, 지역 박물관 등 탐방, 유스호스텔 숙식하며 신세대와 대화할 수 있어”
‘성공적 노화’, ‘항노화’ 개념이 옳은지 다시 살펴봐야
 
 
[▲“공적연금 수령자들이 함께 모여 자신의 동네 문제 해결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칠 시니어 봉사단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히는 이수민 사무총장]
 
》》 ‘봉사’라는 것이 일반인들이 보통 아는 범주, 분야 이상으로 크고 넓은 것 같습니다. 보다 많은 개인, 기관, 단체가 봉사에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구상 또는 전망하시는 향후의 봉사활동으로는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사실 계속 생각해오고 있는 것이 ‘시니어 봉사단’입니다. 언젠가 만들어야죠.
 
앞으로 60세 이상 되는 고령층은 2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봅니다. 연금 받는 노인과 안 받는 노인. 두 그룹 간에 삶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가 상당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얼마라는 금액이 개인들에게 중요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자기의 삶에 어떻게 연결을 시키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별도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을 제외하고, 국민연금,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 공무원 연금, 군인연금, 별정직 우체국 연금 등 공적연금 수령자들로 구성된 봉사단을 만들면 할 일이 참 많을 것 같아요.
 
직장 다니며 쌓은 지식이나 기술, 역량, 재능이 있고 시간도 있는 거죠. 가장 중요한 돈도 많진 않아도 조금은 있는 것이고요. 현재 연금수령자가 약 500만 명인데 베이비부머가 750만 명이니 머지않아 1000만 명이 연금을 받게 되는 거죠. 은퇴 이후에 삶이 불안하지만 연금이 있으면 적어도 조금은 안심해도 되잖아요.
 
이렇듯 약간은 덜 불안한 분들이 자기가 살던 동네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모여서 연구하고 궁리도 하고요, 그러면서 돈도 좀 내고 말입니다. 젊은 사람들 합류시켜서 IT기술을 접목해 해결책도 찾는 그런 활동을 봉사 활동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한국유스호스텔 연맹에서는 어떤 사업을 진행하시는 건가요?
 
제가 해보고 싶은 일이 2가지인데 한 가지는 말씀드린 ‘시니어 봉사대’이고, 다른 하나가 ‘로드 스칼라’(Road Scholar) 프로그램입니다.
 
로드 스칼라는 미국에서 시작된 건데, 말 그대로 ‘길 위의 학자’라는 뜻입니다. 여행을 통해서 은퇴자, 시니어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겁니다. 은퇴자들이 지역의 대학 기숙사가 빌 때 들어가 숙식하면서 학교 강의실에서 강의도 듣고 저녁에 모여 토론도 하고 지역주민들과 어울리기도 하고요. 문제는 숙박 장소가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할 만한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거죠. 이용료도 적정수준 저렴해야겠구요.
 
이런 프로그램이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유럽도 활성화되어있는데 지역주민들 만나 얘기를 나누니까 강당도 있어야 하죠. 구내식당, 밥도 해 먹을 수 있게 자가 취사 시설도 있고, 소그룹 미팅 룸을 여러 개 갖고 있어야 하고요.
 
우리나라에는 그럴 만한 숙박 장소로 유스호스텔이 아주 적절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유스호스텔은 여성가족부 관리 감독을 받는 청소년 숙박시설인데 청소년 활동에 지장 없는 범위 내에서 일반에게도 40%까지 개방돼 있어요. 나이 드신 분, 젊은 사람들이 함께 아침에 식당에서 토스트도 구워 먹으며 자연스레 세대 간에 대화도 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좋을까요.
 
고령자, 시니어들이 젊은 사람들로부터 꼰대라고 불릴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전국을 여행하면서 지방에 많이 들어선 박물관, 문학관, 미술관 가서 관장들 강의도 듣고, 낮에 관광하고 저녁에 대화하고.. 그런 문화가 들어서길 소망합니다. 그런 공간과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유스호스텔’을 활용한 ‘시니어 호스텔’을 만들려고 합니다.
 
[▲미국의 로드 스칼라(Road Scholar) 홈페이지]
 
》》 멋진 계획이네요. 한국유스호스텔연맹 사무총장을 맡게 되신 인연이 궁금합니다.
 
제가 국민연금 본부장이던 시절 유스호스텔연맹이 전국 자전거 대장정 행사를 개최할 때 좋은 프로그램이었기에 후원한 적 있었어요. 또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 건너편에 위치했던 당시 유스호스텔연맹의 사무총장님께서 연금 받으러 오셨다가 우연히 만나게 됐고 얘기하며 여러 부분의 공감을 나눴죠. 그런 것들이 인연이라고 봐야 되겠죠.
 
2020년 자원봉사협의회 사무총장 임기 마치고 유스호스텔연맹에서 본격적으로 ‘로드 스칼라’ 프로그램을 추진하려다가 코로나19로 미루어둔 상태입니다. 현재는 청소년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인데 청소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돼서 한편으로 의미가 크지요.
 
 
》》 청소년과 고령자의 세대 간 이해를 높이는 역할도 해주시길 기대해봅니다. 고령사회를 맞는 사회와 개인이 다시 되돌아보며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있다면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글쎄요. 고령화라는 것이 나이 들어가면서 마치 건물이 노후 돼서 폭삭 가라앉는 것처럼 생각할 건 아니잖아요. 나이 먹으면 먹는 대로 그 사람이 할 과업이 있고,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인 만큼 그것들을 찾아가며 잘 늙어가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갖고 끝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만.
 
로마노 과르디니라는 신학자가 쓴 ‘삶과 나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동기, 청년기, 장년기 등 성장해가면서 단계 별로 이루게 되는 소임도 있고, 그런 시기들이 나름의 완전성을 갖는다고 해요.
 
그런데 그 시기들이 완전성을 가지려면, 청년기는 청년기대로, 장년기는 장년기대로. 또 노년기는 노년기대로 일관되게 잘 이어지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름의 과업도 있지만 그 과업을 청년기 때 못 이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생이 끝난 것도 아니고, 또 청년기에 못 이뤘던 과업이더라도 장년기에 잘 할 수 있다거나, 노년기에도 그런 부분을 이어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이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인간 발달을 8단계로 나누잖아요. 20세 미만은 태아기,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로 5단계인데, 20살부터 80살까지 60년간은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의 3단계뿐입니다.
 
요컨대 20세 미만에서는 발달 단계가 빨리 바뀌지만, 시간이 지나 퇴화 단계에 들어가면 긴 기간 동안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굳이 3040, 5060 이런 식으로 세대별로 딱 구분할 필요가 있을는지 의문이에요, 특정 세대가 그 세대에서 끝나버리거나 머무는 것도 아니고 변화하는 것인데 말이죠. 그런 만큼 조급하게 시기마다 어떤 과업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옥스퍼드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신 교수님의 정책학 강의를 들었는데, 이 분은 ‘성공적인 노화’ (successful ageing)라는 말에 대해 화를 냅니다. 이 용어가 근래까지만 해도 지향해야 할 가치처럼 입에 오르내렸지만, 그렇다면 성공적 노화가 안 되면 모두 실패한 인생이 되느냐는 반론이죠. 나이 들면서 넘어야 할 단계를 장애물처럼 정해서 65세 넘고, 70세도 잘 넘어가면 성공이고, 아니면 부정 평가를 한다는 게 어이없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에요.
 
또 항노화 (Anti-ageing)라는 표현도 있는데, 여기에는 ‘극복’의 개념이 들어가 있잖아요. 사실 노화 과정에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니까 잘 관리하고 적응해가는 것이지 극복의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나이 들다 보면 자연히 병원과도 친해지게 되고, 나이 듦과 죽는 것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를 관리해 나가는 것이겠죠. 보톡스 맞으며 거부하고, 극복하며 거꾸로 가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봐요.
 
사실 한번 젊어 봤으니 또 젊어 보겠다는 것보다는 그동안 안 해본 늙어보는 일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이 사무총장은 “나이 먹으면 먹는 대로 잘 늙어가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한다”며, 성공적 노화, 항노화의 개념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직장 시절 추구했던 일, 고령친화산업 학업, 봉사활동 등 걸어오신 길을 살펴보면, 고령사회가 진행하는 가운데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중요시하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앞으로도 보다 뜻있는 연계를 탐색하고 실현해가시리라 기대합니다.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또 앞날을 계획하시는지 밝혀주시지요.
 
잘 하고 있는 건지 어떤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어렵다고 느껴지면 내가 잘못 살았구나 하며 후회하고 불행해할 텐데, 제가 단순해서인지 그런 생각까지는 안 들어요. 신나고 행복하고 즐겁고 그런 정도는 아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퇴직 무렵 대학원 들어가서 제가 관심 가졌던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찾아낼까 탐색하던 과정도 필연이라고 느꼈고요. 운명처럼 자원봉사협의회 같은 비영리 단체도 접하게 됐고 지금은 복귀해서 다시 대외협력처장으로도 돕고 있죠.
 
전체를 돌아보면 의미 있는 것들을 탐색하고,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그런 것들 늘 염두에 두며 살아왔던 그런 시간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오랜 기간 머릿속에 담아뒀던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고,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기회를 만드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인생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를 아는 사람들이 “그 친구 갔다구? ..그래도 사람답게 살려고 평생 애썼던 친구였는데”라는 소리만 들을 수 있으면 된 것 아닐까 하네요.
 
5년 전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새겨진 시 한 편이 기억납니다. ‘어느새’라는 작품인데 새 중에 가장 빠르게 나는 새는 어느새다, 눈 깜짝할 새보다 빠른 새. 어느새 세월이 흘러 늙었다는 이야기이죠. 그 시를 가끔 마음속으로 가만히 읊어보곤 합니다.
 
 
어느새
 
 
방우달
 
 
 
새 중에 가장 빠르게 나는 새는
어느새였다
어느새 날개를 타고
나는 어느새 예순 언덕에 올랐다
 
어느새 양 날개는
날아온 날개 중에 가장 늙은 날개이며
살아갈 날개 중에 가장 젊은 날개이다
 
백세 언덕에 오를 날까지
어느새 날개는
가장 젊은 피로 퍼득여야 한다
느리게 오래 날아라, 어느새여!
 
 
 

silverinews 조운현 객원기자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