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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 서울낭송회'와 함께하는 금주의 시 (258) <바다여자>

기사승인 2025.04.29  11: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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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자
 
 
임지훈
 
 
바다 속엔 여자만 있다
시늉만 할 뿐 푸름 속으로 뛰어들지 못하는 것들
해변에서 떠돌고 있는 바람개비들
바닷바람에 잠깐 혀를 대고 블루가 되었다고 벌렁거리는 남자들
 
여자는 질긴 해류가 되어 바다 끝까지 갔다가
물빛이 굴리는 대로 구르다가
수평선에 걸린 별을 바다의 캄캄한 골목마다 걸어주고 있다

다른 생각이 돋을까 여자는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푸른색이 되어 파도를 온몸에 휘감고 몰아친다
여자는 다크 블루* 속으로 질주함으로써 바다를 잊고 바다가 된다
 
여자는 바다를 치독하려 검은 피를 빨아내고
범람하는 물소리를 온몸으로 뒹굴며 막다가
바닥에 감춰진 문을 따고 들어가 끝내 바다에게 수태고지를 듣는다

물소리의 피를 마셔 청색의 두려움을 잠재우고
물결로 살아가며 신맛을 머금고
아득한 수평선 끝에서 초록을 기다리며 가라앉아
여자는 조용하게 바다여자가 되고 있다
 
온몸을 비틀어 두려움을 태워
수평선 끄트머리부터 제 속으로 밀어 넣어
푸른 눈동자로부터 결국 깃털을 얻어낸 여자
끝없이 블루를 잉태하고 낳고 바다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 다크블루 : 헥스표 #00008B의 색깔, 어두운 블루.
 
 

 

 
 
 
 
 
▶▶ 작가약력 ----------------------------------
- 2006년 미네르바 등단
- 시집 : 「미수금에 대한 반가사유」
- 2018년 한국문인협회 작가상 수상
- 사진시집 : 「빛과 어둠의 정치」, 「예맨」
 
 

silverinews 임지훈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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