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3의 관계, 쫌 앞서가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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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 |
김수동의 공동체 주거 이야기 (3)
- 제3의 관계, 쫌 앞서가는 가족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말이 있다.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 가족’이란, 아빠, 엄마, 그리고 정상자녀로 이루어져있는 전형적인 핵가족 형태의 가족을 말한다. 사회에서는 이게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고, 이러한 가족의 모습에서 조금 다른 형태의 가족이나 가령 기러기 아빠, 무자녀 가족, 입양가족, 동거가족, 조손가족,
동성결혼 가족과 같은 가족들을 비정상적으로 본다는 메시지를 함의하고 있다.(위키피디아)
하지만 이미 핵가족은 우리 사회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전국의 1인 가구가 500만 가구(27.1%)를 넘어섰으며, 2035년에는 3분의 1 이상(34.3%)의 가구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는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70%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제 부부와 자녀들로 구성된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모델은 사실상 완전히 해체되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1인 가구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상한 정상가족’과 ‘흔한 비정상가족’이 공존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유교문화와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굳건하게 유지되어 온 결혼제도와 가부장제는 곳곳에서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알던 익숙한 ‘가족’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가족은 과연 없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아동학자로 알려진 엘리자베트 벡-게르슨하임은 그녀의 저서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에서 '가족' 이후에는 '다양한 가족들'이
올 것이라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가족 이후에는 무엇이 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가족이다!
좀 더 정확하고 더 적절하게 표현한다면, 이혼과 재혼, 이혼으로부터 너와 나와 우리의
과거 가족과 현재 가족의 아이들로부터 생겨난 협상 가족, 교환 가족, 다수 가족이다.
다시 말해서 가족 이후에 오는 것은 핵가족의 발달이고 그것의 시간적 진행이며 개별화된 자들의 연합이고 핵가족의 유약화인 동시에 증대이다.”
가족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혈연중심의 가족에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가족들, 즉 사회적 가족의 등장을 오래 전(2005년 국내 번역 출간)에 예고한 것이다.
2016년 tvN에서는 전통적가족의 해체와 함께 등장하는 다양한 사회적가족의 형태를 소개하는 ‘판타스틱 패밀리’라는 제목의 4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였다. 방송 제작진은
"듣도 보도 못한 존재가 가족이 되고, 세상 어디에도 없던 관계가 가족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혈육이 곧 가족이라는 공식은 없어진 것인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족은 어떤 모습일지 담아내고자 했다"라고 이야기 한다.
‘판타스틱 패밀리’에는 자식을 키우듯 로봇에 정성을 쏟는 로봇가족, 같이 살면서 서로를 바꾸려고 다투기보다 따로 살면서 평화를 지키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LAT 부부, 죽은 반려견의 명복을 위해 49재를 지내는 펫팸족, 모녀처럼 가족이 되어 지내는 사제지간,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함께 사는 새로운 대가족, 그리고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세 가족으로 떠오른 나 홀로 족까지……. 세상에는 이미 예상 밖의 가족들과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판타스틱 패밀리’가 듣도 보도 못한 가족, 세상 어디에도 없던 가족이라면, 나는 공동체주거를 하는 사회적 가족을 ‘조금 앞서가는 가족’, 줄여서 정겹게 부른다면 ‘쫌 앞서가는
가족’1)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사업도 가족도 너무 앞서가면 감당하기 힘들다. ‘쫌 앞서가는 가족’으로 사는 것이 생각처럼 그리 대단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계, 목적, 이야기. 이 3가지만 기억하자.
- 관계
‘쫌 앞서가는 가족’이 지향하는 관계는 수시로 경계를 넘어 들어와 부담스럽고 불편한 관계가 아닌 ‘느슨한 관계’이다. 가족보다 편하고 친구보다 가까운.
- 목적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고 친해지기 위해서는 공통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과거와
같이 혈연, 지연, 학연 이런 것이 아니다. 공통의 필요, 가치, 취향 이런 것이다. 최소한의
목적만 공유된다면 나이, 성별, 학력, 고향, 종교 등등 아무것도 따지지 않는다.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 보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가 더욱 건강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다.
- 이야기
소확행, 작고 확실한 행복. 2018년을 대표하는 트렌드 키워드이다. 행복이 대단한 성과나 성취가 아닌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의 유지에 있다는 것이다. 서은국 교수의 책 <행복의 기원> 마지막 장에는 연인이 서로 미소를 띠면서 맛있는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밥을 먹으려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쫌 앞서가는 가족’이 함께 어울려 살며 소소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삶. 그것이 바로 행복한 삶이다.
가족도 아닌 친구도 아닌 제3의 관계, ‘쫌 앞서가는 가족’.
바야흐로 1인 가구 전성시대. ‘홀로’의 삶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함께’의 삶의 도모할 것인가? 어쩌면 공동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일 수도 있다.
주 1) '쫌 앞서가는 가족' 김수동 저, 궁리출판사, 2017.
silverinews 김수동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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