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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화(無緣化)된 일본사회, 사후(死後)지원의 효과적 수단 찾아야

기사승인 2019.09.28  17: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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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연·혈연 등 공동체 붕괴 속 ‘개인 단위’의 새로운 연결고리 탐색 필요

히카시타니 유키마사 대표(일본 정신의료 국가배상 청구소송 연구회) 본지 인터뷰 ]
 
무연화(無緣化)된 일본사회, 사후(死後)지원의 효과적 수단 찾아야
- 지연·혈연 등 공동체 붕괴 속 ‘개인 단위’의 새로운 연결고리 탐색 필요
 
(사진 1) 지난 19일 화우공익재단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본지 홍영미 전문기자(왼쪽)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일본의 히카시타니 유키마사(東谷幸政) 대표(일본 정신의료 국가배상 청구소송 연구회).
 
 지난 19일 열린 화우공익재단 설립 5주년 기념 ‘사후(死後) 자기결정권에 관한 국제심포지엄 - 「고립사 · 무연사와 공영장례」’에서 히카시타니 유키마사(東谷幸政) 대표(일본 정신의료 국가배상 청구소송 연구회)는 ‘일본의 임종기 및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 지원’을 주제로 발표한 바 있다. (본지 9월 25일자 “무연고 사망자 사후사무(死後事務)에 어려운 점 많다..” 기사참조)
 
(사진 2) 홍영미 의료보건·복지 전문기자
그에게서 ‘일본에서의 임종기 및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고립사, 무연사와 관련한 사후지원’에 관련해서 못 다한 이야기를 현장 인터뷰를 통해 좀 더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는 일본 동경복지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홍영미 의료보건·복지 전문기자가 맡았다.
 
본지는 이어 사후자기결정권, 고립사, 무연사에 관한 한국·일본 양국의 이슈를 살펴보는 기회로 국내 전문 활동가와의 인터뷰도 10월 초순 게재할 계획이다.
 
 
 
▶ 일본에서의 임종기 의료에 대한 자기 결정권 지원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사진 3) 히카시타니 유키마사
(東谷幸政) 대표
히카시타니)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죽을 때까지 정든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노인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임종기를 병원에서 맞는 노인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그 원인은 재택케어에 대한 지원시스템의 부족과 재택케어를 할 수 있는 인력 부족 및 가족에 대한 과대한 간병 부담 때문이다.
 
홍영미 기자) 잠깐 여기서 인력부족 부분에 대해 살펴본다면?
히카시타니) 특히 일본의 지방도시에서의 개호인력은 심각하게 부족해 외국인 개호근로자가 도입되고 있다. 이런 이면에는 중노동에도 불구하고 개호보험 보수에 규정된 저임금과 낮은 사회적 지위로 인해 일(케어워커)을 기피하게 되는 현실이 있다.
 
홍영미 기자) 이에 대한 변화는 없었는가?
히카시타니) 오히려 그렇다 보니 누구든 간단히 병원이나 노인시설의 개호현장에 일하러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전문 인력으로서의 질 저하가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노인시설이나 장애인 시설에서의 학대에 의한 폭행이나 사망 사례가 빈번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 수단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기도 하다.
 
질문으로 돌아가 답변하자면, 일본은 이러한 배경이 있지만 노인이 임종기에 희망하는 의료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보장되게 되어있다.
 
홍영미 기자) 그렇다면 임종기 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 지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히카시타니) 대부분의 노인 시설이나 중증장애인 시설에서는 입소 시 인터뷰를 통해 임종기에 받을 연명치료와 소생술 등에 대한 희망을 듣고, 이를 기록하여 서명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희망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매년 변화를 확인해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이전에 문제시되었던 본인이 원하지 않는 과잉 연명조치나 소생의료를 실시하는 사례가 적어졌다.
 
 
▶ 독신 노인의 임종기의 권리옹호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히카시타니) 독신자 · 독신노인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재산 측면의 옹호에 관해서는 주로 사회복지협의회에 의한 금전관리 서비스나 후견인에 의한 재산보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후견인의 서비스는 유료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만이 활용할 수 있다.
 
홍영미 기자) 재가 서비스는 어떠한가?
히카시타니) 재택의 노인에 대해서는 경비회사가 센서를 활용한 안부확인, 민생위원의 방문, 우체국이나 신문배달소 등의 사회적 인프라를 활용한 지킴이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 장례식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어느 정도인가, 또한 공영장례 지원은?
 
히카시타니) 일본에서는 장례식이나 결혼식을 하지 않거나, 아주 가까운 친척들만 모여 한정되게 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등 사회에 있어서의 장제(葬祭)는 현저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우선 빈곤자 혹은 소외계층에 대한 장례지원에는 생활보호법에 의한 장례부조 206,000엔(한화 약 200만원) 이내, 의료보험·국민보험의 사망 급여, 상제부조 50,000엔(약 50만원)이 있으며, 공무원이나 교원 등의 보험에서는 독자적으로 부가급부를 마련하고 있다.
 
시민장은 지자체에서 장의사와 제휴하여 저렴한 장례를 제공하고 있어, 150,000엔(약 150만원) 정도로 간소하게 치를 수 있다.
 
홍영미 기자) 노숙인 등의 장례 지원은 누가하는가?
히카시타니) 행로(노숙) 사망 및 행로병인 취급법에 의거해 여행자나 신원이 불명한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는 사망지의 지자체가 책임을 지도록 되어있다.
 
▶ 일본에서는 시설 입소자의 사망에 대한 장례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히카시타니) 시설 입소자가 인접 병원이나 시설에서 사망한 때에는 시설측이 본인의 통장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예금액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예금액의 액수가 큰 경우에는 유족과 상담하여 장례비용을 본인의 예금에서 지출하며, 남은 예금은 유족에게 돌려준다.
 
홍영미 기자) 예금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
히카시타니) 예금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입소자의 원(原)주소지 관할 시·정·촌 복지사무소의 담당 케이스 워커에게 생활보호법에 의한 ‘장제부조비’를 신청하도록 요청하여, 장례와 매장 비용을 지출할 수 있도록 한다.
 
홍영미 기자) 시설에서 사망하면 어떻게 처리되는가?
히카시타니) 시설에는 냉암소(冷暗所)가 있다. 시설 입소자가 사망하면 의사에 의해 사망진단서가 발행되어 영안실로 옮겨진다. 다음날 고별식 · 장례식을 치르며 친족이나 친구가 마지막을 함께하게 되는데, 친족이 없는 경우도 많다.
 
매장과 관련해서는 사회복지법인 ‘도쿄복지회’라는 법인이 맡고 있다. 이 법인은 공동묘지를 가지고 있어 묘지가 없는 망자의 유골을 이 공동묘지에 매장하고 있다.
또한 시설에 따라서는 근처의 사원과 제휴하여 사원 내에 전용 공동묘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 매장에 대한 사후자기결정권은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가
 
히카시타니) 사망자의 가족이 소유하는 묘지에 매장, 노인시설이나 장애인시설이 사원(寺院)등과 제휴하는 묘지에 매장, 공립묘지 · 공동묘지 매장, 생전에 본인이 어느 묘지에 들어갈지 의사를 표시했다면 그에 따른다. 의사표시가 없으면 가족의 의향에 따른다.
 
홍영미 기자) 사전 의사표시도 없었고 가족도 없다면?
히카시타니) 그렇다면 복지사무소 등 관계기관 또는 시설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 계속되는 무연사회(無緣社會) 안에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제언한다면?
 
히카시타니)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된 일본은 지연 · 혈연 등이 희박해져 독신자는 더욱 고립되기 쉬운 구조가 되고 있다. 특히 도쿄에서는 생애 미혼율이 30%를 넘었고, 프리 아르바이터,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는 40%를 넘어섰다. 자살률 또한 높아 고독사 추이는 연간 3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풍조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적 접근이 번성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재 일본사회 구조의 변화와 관련된 효과적인 수단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영미 기자) 이에 따른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지?
히카시타니) 지연·혈연, 기업에 의존했던 공동체가 무너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개인을 단위로 한 새로운 연결고리를 탐색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 히카시타니 유키마사(東谷幸政) 대표 프로필
 
  【주요 경력 및 활동】
 
  - 일본 정신의료 국가배상 청구소송 연구회 대표 
  - 일본 정신보건복지사협회 부회장
  - 일본병원 지역정신의학회 이사
  - 「정신의료」 편집인
  - 나가노현 정신의료인권센터 대표 등
 
  【저서 및 논문】
 
  - 「복지제도 요람」, 「복지노동」 등
  - 「일본과 한국의 지역정신장애인의 생활만족도」
  - 「의료복지서비스에 관한 만족도 비교 연구」 등
 
 
 

silverinews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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