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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칼럼] 포스트 코로나의 슬기로운 노년생활

기사승인 2020.06.17  11: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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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칼럼] 포스트 코로나의 슬기로운 노년생활
 
한정란(한국노년학회 회장, 한서대학교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
 
 
한정란 (한국노년학회 회장 /
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전 세계를 이렇듯 무서운 공포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는... 지난 반년 동안 우리는 상상하지 못했던 공포와 불안 그리고 불가항력의 좌절을 경험했고, 그 공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가 종식된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하는 것이 다소 성급하게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미리 준비하지 못해 코로나의 습격에 속절없이 당했던 것처럼 코로나 이후에 대해서도 서둘러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코로나 이후 노인복지의 새로운 표준 즉 뉴노멀(new normal)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한편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따뜻하고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소위 착한 드라마로 불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부상한 “의사”라는 직업의 속내를 잘 보여주었다.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 혹은 전지전능의 힘을 가진 의사의 모습이 아닌,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의사들의 희로애락을 그려낸 드라마였다. 그러나 필자가 그 드라마에 더 주목했던 이유는 제목 그대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즉 의사생활의 뉴노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의사들의 뉴노멀이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이 원래 가지고 있던 진짜 본질이었을지도 모른다. “뉴노멀” 즉 새로운 표준은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그것의 본래적인 가치와 의미를 찾는 것, 그리고 그동안 왜곡되었던 표준을 원래의 표준으로 새롭게 바로 잡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코로나 19가 종식된 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노인복지가 추구해 나가야 할 본래의 가치이자 그동안 왜곡된 노인복지를 바로 잡는 길, 즉 슬기로운 노년생활의 지침이자 노년생활의 뉴노멀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슬기로운 노년생활의 새로운 표준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코로나를 계기로 그동안 우리 사회의 노인돌봄체계에 대한 재검검 및 재정비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가족의 노인부양부담을 덜어준다는 이름으로 노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을 추진해왔으며,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으로 노인돌봄의 시설화가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요양원 및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시설 중심의 노인돌봄체계가 노년층의 희생을 키우는 주범이 되었다. 물론 사회적 돌봄이나 돌봄의 시설화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 돌봄의 본래 가치와 의미를 왜곡했던 정책과 실천의 문제는 꼭 한 번 짚어보아야 할 부분이다. 돌봄의 시설화라는 명분 아래 당사자인 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까지 돌봄에서 완전히 배제한 채 체계적인 감시와 감독이 결여된 시장의 손에만 노인들의 안전을 맡긴 점은 분명 사회적 돌봄의 본래 가치에 대한 왜곡이다. 가정은 사회의 일부이고 사회적 돌봄은 가정과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한 노인돌봄을 의미한다. 정부는 돌봄을 위임받은 시설들이 얼마나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노인들을 잘 돌보고 있는지를 관리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으며, 가족들은 시설과 소통하며 노인의 돌봄과정에 참여하고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가족과 사회의 협조는 물론이고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 감독이 결여된 채 우리 노인들의 안전을 온전히 시장논리에만 맡겨온 왜곡이 오늘 노인들의 희생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또 지금까지 돌봄 체계에서 당사자인 노인들의 목소리 즉 노인들의 욕구가 철저히 배제되었던 점 역시 문제이다. 물론 노인들의 욕구 배제가 이번 코로나사태를 더 키운 직접적 원인은 아니었다고 해도, 노인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원치 않은 돌봄체계 속으로 밀려들어가 원치 않는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 종식에 대비하여 전반적으로 노인돌봄체계의 문제점을 다시 점검하고 뉴노멀을 정비해야 한다. 이미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제시한 지역사회 돌봄 즉 커뮤니티케어에 대해서도 이번을 계기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의 노인돌봄 뉴노멀 구축을 위하여 기존의 노인복지, 노인의료, 노인간호 등의 전문가들 뿐 아니라 공중보건 및 감염병 전문가, 건축 및 도시설계 전문가, 노인심리 및 상담 전문가, 노인교육 전문가, 노인운동 전문가, 그리고 다양한 현장의 전문가들과 노인 당사자 및 가족대표까지 노인에 대한 종합적 돌봄과 관련된 전문가 및 관련자들의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다.
 
둘째, 노인돌봄 뿐 아니라 전반적인 노인보건복지전달체계에 대한 점검과 새로운 표준 수립이 필요하다. 이번 코로나의 확산으로 대부분의 복지시설들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대면으로 이루어지던 건강한 재가노인들에 대한 서비스들이 모두 중단되었다. 경로식당 이용은 물론이고 복지관의 여가 프로그램, 물리치료나 운동시설 등 건강증진 프로그램, 상담 서비스 등이 중단됨에 따라 외형상 생명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노인들의 삶의 질과 중장기적인 건강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감염병 확산에 따라 노인보건복지전달체계가 전면 멈춰 버린 데에는 그동안 대면서비스 중심의 전달체계를 고수해 온 안일함과 구태가 한몫을 했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에서는 기존에 오랜 관습처럼 이어온 노인보건복지전달체계를 재점검하고, 비상사태에 대비한 그리고 기술발전과 궤를 같이 하는 노인보건복지전달체계의 뉴노멀을 수립해야 한다. 일단 이번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광역화되어있는 현재의 서비스전달 범위를 좀더 좁은 지역사회 중심으로 재조정하고 부족한 공적 기관과 인력에 지나치게 의존해 있던 전달체계에서 민관협력과 주민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광역 단위 복지시설 중심의 복지전달체계를 소규모 지역사회의 주민자치 및 자원인력이 중심이 되는 전달체계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이른바 ‘국이 식지 않는 거리’에서의 서비스 제공은 짧아진 서비스 전달거리만큼 감염 등의 위험요인을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노인에 대한 주민의 관심 제고 및 자원봉사 활성화, 그리고 대상자 발굴의 용이성 및 대상자 확대 등 부가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노인보건복지전달체계의 기본단위를 광역 단위에서 좀더 좁은 지역사회로 축소함으로써 감염병 등 비상사태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보다 촘촘하고 유연한 전달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노인보건복지서비스의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드러난 복지공백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대면 서비스 전면 중단에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노인들의 일과 중 유일한 여가 활동처였던 복지시설의 폐쇄로 신체적 안전은 확보하였을지 몰라도 정서적・사회적 안전은 희생당했다. 한편 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하여 대부분의 활동들이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으로 전환된 새로운 환경에서 온라인과 디지털기술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빠르게 적응한 반면, 정보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소외되어 버렸다. 초중고 및 대학교육에서는 빠른 시간에 다소 부족하나마 온라인교육체계가 익숙해져가고 있지만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의 경우에는 노인복지관의 교육 및 여가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달하기에 한계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도 언제든 제2, 제3의 코로나19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포스트 코로나의 노인복지 서비스들도 비대면으로 전환할 채비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노인보건복지서비스의 뉴노멀이 정착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 내 복지시설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여가복지의 온라인 전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복지이용시설들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또 시설 이용 중단 시 시설이 아닌 각자의 가정 내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인 여가 및 학습 프로그램에 대한 온라인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노인 전문 케이블방송 개설, 복지관 프로그램의 라이브 중계체계 구축 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그동안 프로그램 질에 대한 논란이 있던 경로당 프로그램이나 노인대학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표준 설정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외면해왔던 노인을 위한 과학기술 개발 즉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이다. 또 불필요하고 구태에 가까운 각종 규제들에 대한 완화와 직군 간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부분은 비단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원격진료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미래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코로나-19가 물러간 이후, 언젠가 또 다시 새로운 어쩌면 그것들은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하고 무서운 감염병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우리는 많은 것을 잃은 반면, 또 많은 것을 배우고 뼈아픈 교훈을 얻기도 했다. 한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가 전체 지역사회 혹은 국가의 문제로 어떻게 확대되는지, 한 세대의 무책임한 행동이 다른 세대의 안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러므로 우리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감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하여 실물 복지에 대한 대비도 중요하겠지만, 그 못지않게 초고령사회의 새로운 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전체 인구 중 1/5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서는 일부의 보건복지 전문인력 뿐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노인 및 노인돌봄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해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노인과 더불어 모든 세대가 안전하고 행복한 초고령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모든 세대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서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초고령사회에 걸 맞는 뉴노멀의 민주시민교육체계 마련이 절실하다.
 
언젠가 코로나의 먹구름이 걷히고 화창한 포스트 코로나의 시간이 도래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의 아픈 기억을 잊지 말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과 더불어 지금의 노인들이 그리고 앞으로 노인이 될 우리 모두가 보다 슬기로운 노년생활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
 
 
 
   한정란
 
  <주요 약력>
   o 2001. 3 - 현재 : 한서대학교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
   o 2019. 7 – 현재 : 한국노년학회 회장
   o 2019. 7 – 현재 : (사)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부회장
   o 2015. 1 – 2018. 12 : 한국노년교육학회 회장
   o 2015. 6 – 현재 : 한국노인의료복지학회 부회장
   o 1990. 2 – 1992. 2: 대통령직속 21세기 위원회 연구원
   o 연세대 교육학과 - 학사, 석사, 박사
 
  <저서>
   o 노인교육론 (2015, 학지사)
   o Ageing in Korea: Today and Tomorrow (2013, 한국노년학회) 외 다수
 

 

 

silverinews 한정란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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