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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칼럼] 코로나19로 인한 노인돌봄의 과제와 대응 방안 모색

기사승인 2020.05.15  14: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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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칼럼] 코로나19로 인한 노인돌봄의 과제와 대응 방안 모색
 
전용호 (한국노년학회 부회장 /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용호 (한국노년학회 부회장 /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유례없는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우리 일상이 멈춰선 지도 수개월이 됐다. 많은 노인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바이러스 재확산으로 인한 불안감에 바깥 활동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건강이 나쁜 노인과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은 보건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제기되는 노인 돌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나타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첫째, 노인이 다른 연령대보다 코로나19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나타났다. 노인은 다른 연령대보다 확진자 비율은 매우 낮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체 확진자 수는 2020년 5월 13일을 기준으로 총 10,962명이다. 이 중 20-29세가 3,042명(27.7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50-59세가 1,964명(17.92%)으로 다음을 차지했다. 그러나 70-79세와 80세 이상 노인 확진자는 각각 712명(6.50%), 490명(4.47%)으로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다.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청장년에 비해 노인이 더 활동을 자제하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인 확진자 수는 적지만 사망자 수는 훨씬 많다는 점이다. 확진자 수 중 사망자 수의 비율인 ‘치명률’을 살펴보면, 20-29세는 확진자가 가장 많은데도 사망자가 한 명도 없는 반면에, 80세 이상 노인의 치명률은 무려 25.51%(125명 사망), 70-79세는 10.81%(77명)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전체 사망자 259명 중 80세 이상은 125명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70-70세는 77명으로 29.73%를 차지한다.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되어도 젊은이들은 무증상으로 걸린 사실도 모르는 채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노인은 생명을 잃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이 감염병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둘째, 노인이 치료 및 돌봄을 받는 대형병원, 요양병원, 요양원과 같은 ‘시설’이 집단 감염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집단 감염 사례에서 경험했듯이 대형병원과 요양병원, 정신병원과 같은 시설 거주 노인이 전염병에 걸리는 가능성이 높다. 일단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폐쇄적인 시설의 특성상 내부에 있는 대상자들이 한꺼번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설은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와 같은 제공인력의 입출입만 허용하는 등 더욱 ‘폐쇄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로 인해 노인은 사랑하는 가족, 친척, 친구 등과 교류가 더욱 단절되면서 시설에서 더욱 고립되고 있다.
 
셋째, 집에서 생활하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도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던 노인의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감염을 우려해서 재가서비스 제공을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로 인지 장애가 있는 노인들은 신체수발과 가사수발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면서 ‘돌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전화해서 노인의 안부를 확인하지만 직접적인 대인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면서 큰 불편을 느끼고 있다. 일부 중증 노인들은 요양보호사를 보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노인이 적절히 식사를 하지 못하면서 영양 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전에는 복지관의 경로식당을 자주 이용했지만 중단되기도 했다. 생활방역으로 전환했지만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인에게 경로식당이 자칫 재확산의 공간이 될지 불안감이 여전하다.
마지막으로, 요양보호사와 간호사와 같은 제공인력도 바이러스 감염에 심각하게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시설과 재가서비스의 핵심 인력인데도 마스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근무하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급격히 증가하는 확진자 수와 질병 확산의 상황에서 노인과 같은 대상자에 비해 제공인력의 보호는 후순위였던 것이다. 그러나, 노인돌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려면 제공인력의 건강과 안녕이 서비스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서 우리는 기존의 관념에서 탈피해서 과감하게 노인돌봄 체계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가 노인 돌봄 시스템을 사실상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첫째, 요양병원과 요양원과 같은 시설의 비중을 축소하고, 노인이 집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커뮤니티케어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는데 그 기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더욱이 현재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전반적인 시설 서비스 품질이 미흡하기 때문에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수익사업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요양병원의 역할과 기능을 재활전문병원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은 정책적 결단이 요구된다. 노인을 위한 욕구 충족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의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필요하다.
 
둘째, 재가서비스의 내실화와 비대면 서비스의 도입을 위해 ‘노년기술학(Geron-technology)’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현재 재가 노인돌봄서비스는 요양보호사 중심의 서비스로 노인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 만성질환을 겪는 노인을 위한 간호, 재활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전문인력의 양성화를 적극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위한 ‘공적 인력 지원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로봇과 인공지능, 스마트홈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해서 비대면 서비스를 양성해야 한다. 사회복지 영역에서 이 같은 과학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돌봄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돌봄공백으로 노인의 삶이 극도로 나빠지는 것을 경험했다. 치매노인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걸고 보조적인 가사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과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실내운동을 안내하는 ‘사물인터넷’을 통한 스마트홈의 구축과 같은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노인이 안정적으로 식사할 수 있는 지역밀착 영양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인구학적으로 독거노인의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인에게 적합한 연하(嚥下; 삼켜서 넘김) 용이식과 같은 친고령식품이 상용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도시락배달 서비스의 제도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지자체를 통한 도시락이나 밑반찬 배달 사업은 그 대상자가 너무 적다. 기존에 사업을 하던 복지관에 인력과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대상자의 수를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제공인력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구체적으로 감염병 발생 시 공적 마스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제도화하고, 서울특별시의 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처럼 요양보호사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바야흐로 노인 돌봄의 위기의 시대다.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바로 지금! 우리의 결정에 노인 돌봄의 미래가 달려있다.
 
 
 
  ▶▷ 전용호
 
  [주요 약력]
  (현) 한국노년학회 부회장
  (현) 사회보장위원회 커뮤니티케어 전문위원
  (현)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현) 사회보장정보원 품질평가위원회 위원
 

 

[편집자주] 본지는 특정 편집방향을 지향하지 않으며, 외부필자의 원고는 이에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silverinews 전용호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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