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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칼럼] 욕구가 아니라 사람의 권리이다

기사승인 2020.04.16  10: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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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칼럼] 욕구가 아니라 사람의 권리이다
 
이민홍(한국노년학회 편집부회장/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민홍 (한국노년학회 편집부 회장 /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 대해 이견이 없다. 정치참여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실력 있는 의사 선생님의 치료, 지불 가능한 좋은 환경의 집, 충분한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는 소득, 적당한 일자리,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활동은 사람의 권리인지 라는 질문은 개인 간 이견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면 당연히 갖는 권리가 아니라 개인의 요구나 욕구라고 생각하게 된다. 요구와 욕구는 유사한 개념이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요구를 욕구라고 한다.

 
사실 오랫동안 우리는 소득, 건강, 일자리, 주거, 교육, 문화, 참여를 사람의 욕구라고 칭해왔다. 공공 및 민간의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상적 용어로 경제적 욕구, 신체적 욕구, 정서적 욕구, 사회적 욕구로 표현한다. 욕구는 동전의 양면처럼 문제와 함께 존재한다. 경제적 문제가 있기에 경제적 욕구가 성립한다. 하지만 이러한 욕구가 처음부터 사용해왔던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낙오자에 대한 자선이 그 앞에 있었다. 정부가 제공하는 기초연금을 자선활동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듯이 자선활동에서 경제적 욕구 대응 제도로 변화된 것이다.
 
사람의 욕구나 문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할까에 대한 질문은 현재까지 정부, 시장, 가정, 개인에게 일반적인 생각의 출발점이다. 과연 소득, 의료, 문화, 교육, 주거가 사람의 욕구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맞는지 우리 사회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사람의 욕구는 우리에게는 신화와 같다. 우린 오래전에 정확하게 1966년 국제연합(UN)을 통해서 사람이면, 이미 경제사회문화 권리가 있음을 국제규약으로 채택하였다. 이를 인간의 사회권이라고 부른다. 즉, 노동할 권리, 사회보장권, 적절한 생활을 누릴 권리, 건강권, 교육권, 문화생활 참여권이 사람의 욕구가 아니라 권리임을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사회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30년 전인 1990년에 이미 발효하였다.
 
소득, 건강, 일, 주거, 교육, 문화, 여가, 참여는 사람이면, 당연하게 갖는 권리이다. 사람이 빈곤하면 경제적 욕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적절한 주거환경이 없는 것이 사회문제가 아니다. 이는 권리침해이다. 빈곤이나 일자리가 없음은 사람에게서 경제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이고, 저주거 환경(반지하, 고시원, 쪽방)은 사람이라면 주어져야 하는 주거권에 대한 인권침해이다. 또한 시설에 생활하는 노인에게서 존경과 존엄, 질 높은 돌봄, 안전, 가정과 같은 환경, 구속받지 않음, 사생활, 통신, 종교활동, 정치참여, 소유물 관리, 서비스 이용 여부 결정 등도 시설입소 노인에게 주어지는 기본적 권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기존에 우리가 욕구라고 불렀던 소득, 일, 건강, 돌봄, 주거, 사회참여가 욕구가 아니라 사람의 권리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한가로 귀결된다. 사람으로 권리가 있음은 사람으로 권리를 누릴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시말해 사람으로 권리를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제 확실한 것은 우리는 권리의 주체로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임은 분명하다. 권리를 보유하게 된 근거는 우리의 헌법 및 국제법(규약)과 같은 법률과 인류가 축적해온 정치 및 도덕이다.
 
이제는 하나가 남는다. 누가 과연 사람의 권리를 충족해줘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지이다. 누가 사람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노동권, 사회보장, 교육, 의식주에 대한 권리를 충족해야 하는 의무의 주체인지이다. 의무의 주체는 권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는 국가이다. 국가는 권리 보유자(개인)가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개인이 실업으로 인한 소득이 없거나, 질환으로 치료가 필요하거나, 노쇠로 일상생활돌봄이 요구될 때, 국가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해서 사람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고, 인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이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에게 필요한 소득, 의료, 복지, 문화가 욕구가 아니라 사람으로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라는 사실이다. 한국 노인이 다른 나라의 노인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서 언젠가 국내에서 발표된 논문을 읽으면서 공감한 적이 있다. 그것은 자신이 자식이나 이웃에게 무엇인가 줄 것이 없을 때,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선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사람은 그냥 있기만 해도, 무엇인가 주지 않아도, 받을 권리가 있다. 별난 요구가 아니라 적절한 소득, 치료, 돌봄, 주거, 교육, 문화는 사람이니까 누려야 할 권리이다. 이러한 것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 국민이 처한 것이다. 국민의 권리가 보장받고 또한 그러한 국가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의 선배, 우리, 그리고 우리의 후배 모두를 위한 것이다.
 
특히 사람이 권리 보유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 권리를 보장해주는 의무가 있는 국가에 사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사람은 스스로가 권리의 주체자이고 이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인권을 연구하는 대표적 학자인 조효제 교수는 이를 ‘자력화’라고 하였다. 즉, 스스로 권리가 있으며,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은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 권리보장이 성립하게 된다.
 
노인이 의사결정을 함께하는 것을 필자는 제일 강조하고 싶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나이 들어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보다 자식들이 알아서 의사결정해 주길 바라는 성향이 강하다. 이는 의료, 돌봄, 문화, 주거 등의 서비스를 결정할 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도 제공하는 전문인력에게 유사한 형태로 기대한다. 의사나 간호사가 의료 및 간호의 전문가일지는 모르지만, 한 사람의 삶에 대한 전문가가 결코 아니다. 더욱이 인생의 많은 경험이 누적되어온 노인 자신을 이해하거나 잘 알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노인의 삶에 대한 전문가는 이 세상에 본인 뿐이다. 보건복지전문가와 본인 삶의 전문가인 노인이 함께 서비스 내용을 결정해야 하고, 모든 단계에서 노인의 참여가 없으면 권리로서 서비스가 될 수 없다.
 
이제 필자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노인이 일 또는 문화 활동을 하고자 하는 욕구는 욕구가 아니다. 이는 노인이 한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지는 권리이다. 노인은 의식주, 교육, 문화, 소득, 일, 돌봄에 대한 욕구가 아닌 권리를 보유하고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권리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노인은 자기결정으로 참여해야 한다. 자신에게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반드시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인지기능이 저하된 치매노인에게도 동일하다. 치매노인도 자신에게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에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 노인의 인지가 저하되는 것이지 감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 이민홍
 
  [주요 약력]
  (현)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 동의대학교 지방자치연구소 소장/ 지역사회공존센터장
  (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SSK 고령사회연구센터 공동연구원
  (전) 미국 로잘린카터 케어연구소 Pope Fellow
  (전)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위촉연구원
 
 
수상 : 미국 사회복지행정학술지 우수논문상(2007년), 
      한국연구재단 우수논문지원사업 선정 (2008년, 2015년), 
      우수연구자 교육부 장관상 (2018)
최종학력: 미국 University of Georgia 사회복지학 박사(2006)
 

 

silverinews 이민홍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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