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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삶의 마무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인식 · 등록 확대돼야

기사승인 2021.09.14  11: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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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명의료결정은 ‘가치’의 문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자기 결정권’

- 지난 8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100만 돌파, 60대 이상 24.2% -
- 죽음, 극복 대상이 아닌 자연현상의 일부로 받아들일 필요
- 회생가능성 없으면 적극적 치료 중단하고 호스피스로 전환 바람직 -
- 대한웰다잉협회, 정기포럼에서 제도 관련 특강 등 각종 주제 토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라는 의사를 먼저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지난 8월 10일, 100만 명을 넘었다. 웰다잉의 한 축인 연명의료결정법이 2016년 제정되고 2018년에 제도가 시행된 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인 3년 6개월 만에 이뤄진 결과다.
 
100만 명이라는 숫자는 인구 1000명당 22.4명(2.2%)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음을 뜻한다. 연령대별로는 60대 3.4%, 70대 11.8%, 80대 이상 9.0% 등 작성자의 24.2%가 60대 이상으로 고령층의 참여가 높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통해 삶의 마무리에 있어서 자기결정권이 존중받는 문화가 조성돼간다고 볼 수 있는 지표다.
 
이 같이 유의미한 성과를 얻은 가운데, 우리나라는 2019년 병원에서 임종하는 비율이 77%, 가정에서의 임종비율이 15%로 조사됐다. 또한 병원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을 따르면서 임종’(연명의료 ‘유보’나 ‘중단’)하는 비율은 20~25%,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의 증가 속에 대한웰다잉협회(회장 최영숙)는 지난 2일 웰다잉 문화 확산을 위한 ‘제8회 웰다잉 정기포럼’을 비대면으로 개최했다.
 
연명의료법 제정에 큰 역할을 했던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이날 포럼 특강을 통해 ‘연명의료결정의 의학적 측면과 품위 있는 삶의 마무리’를 주제로 연명의료결정 제도뿐 아니라 죽음에 대한 인식과 문화의 변화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허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자 대상 조사 결과, 집에서 임종을 원하는 환자가 57%, 호스피스를 원하는 경우가 19.5%, ‘병원’을 선택한 수치는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29만 명의 사망자 중 77%(22만 명, 2019년 기준)가 병원에서 임종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가정에서의 임종비율은 15%대로 낮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간병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병원에서의 임종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허 교수는 의미 없는 연명의료 관련한 의료현장의 이슈와 모습 등 제반 상황을 살피며 연명의료제도의 정착을 위해 고려돼야할 방향을 논했다.
 
허 교수는 병원에서의 임종비율이 현저히 낮은 서양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안락사가 불가한 상황에서 오히려 ‘의료 집착적’*인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의료 집착 : 예를 들어 호흡이 어려워지면 인공호흡기를 달고, 소변이 나오지 않으면 혈액 투석을 하는 등의 연명의료를 통해서 기계적으로 생존 기간을 연장하려는 시도.
 
그는 그러나 안락사나 의료 집착 모두 윤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적절한 시점에 적극적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허대석 서울의대 명예교수는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사망 전 항암제 사용비율이 현저히 높다고지적했다.] (출처: 유튜브 발표화면 캡처)

그는 “그러나 암 환자에게 사망 전 항암제를 사용하는 비율의 경우 우리나라가 외국과 비교해 현저히 높다”고 했다. 최근에는 사망 1달 전 30~50%의 환자가 항암제를 사용하며 이것은 서양의 10% 수준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임종 전 2~4달에 사용하는 항암제의 경우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했다.

 
▶ 의료는 선행, 의료행위 중단을 악행으로 인식.. 죽음을 의료의 실패가 아닌 자연 현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허 교수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추정하며, 그간 의료가 생명 연장에 큰 역할을 해왔기에 의료는 일단 선행이라고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따라서 의료행위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악행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죽음을 자연현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학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의사들도 관찰된다는 것이다.
 
또한 환자나 가족들도 더 이상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어딘가 더 나은 의료진, 병원이 있거나 신약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편 허 교수는 중환자실 환자를 살펴보면 인공호흡기를 적용한 기관 절개, 영양 공급을 위한 피딩 튜브(feeding tube) 등 모두 10개 이상의 줄에 얽매어져 있다면서, 의료 기술적인 측면에서 해석하면 하나하나의 의료 행위는 과학적 근거가 있으나 이런 의료 행위들이 과연 가치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할 때 적절한지 여부는 다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말기 암 환자에서 호흡 곤란이 발생할 때, 동일 환자에 대해서 의료진과 환자 가족에게 인공호흡기 적용이 필요한지 의견을 물어보면 의견이 일치할 확률이 39.4%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미가 없다고 답한 반면 보호자 중에는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것으로, 연명의료에 대한 생각은 기술적 측면보다는 개인마다의 가치관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했다.
 
▶ 무의미한 연명의료 많은 배경은 보라매병원 사건에 의한 방어 진료와 건강보험 저(低)수가로 경미한 환자 부담
 
또한 그는 우리나라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가 특히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관련 요인을 살폈다.
 
이 배경에는 사회적 파장이 컸던 1997년도의 보라매 병원 사건이 있으며, 이로 인해 회생 가능성이 희박할지라도 마지막까지 인공호흡기를 적용하지 않으면 의사가 살인죄 혹은 살인방조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판결을 계기로 많은 의료진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어 진료의 관행이 생긴 것이 한 가지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 보라매병원 사건에 따른 학습과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회생가능성이 없음에도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는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출처: 유튜브 발표화면 캡처)

또 다른 요인은 건강보험의 저(低)수가 정책이라고 밝혔다. 암 환자의 경우 의료비 중 본인 부담금이 5%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환자실에 입원해 하루 100만 원의 의료비가 발생해도 이 중 5%인 5만 원만 지불하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용에 대한 큰 부담 없이 끝까지 치료를 시도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많다고 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회생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고, 죽음을 의료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런 상황 속에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의 매년 29만 명의 사망자 중 22만여 명이 병원에서 임종하는 상황에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임종하는 경우는 20~25%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이 연명의료결정법을 따르며 임종하는 20~25% 중 본인이 서류를 작성한 경우가 1/3, 가족 2명 이상이 환자의 의사(意思)를 추정하는 경우가 1/3, 가족 전원의 동의로 대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1/3이며, 또한 인공호흡기와 같은 연명의료를 시행하다 ‘중단’하는 경우가 약 10%, 나머지 90%는 연명의료를 시행하면 기계적으로 생명연장이 가능함에도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유보 결정’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 병원 내 ‘윤리위원회’ 있어야 관련 연명의료법 적용 가능
▶ 중소병원은 윤리위원회 설치 어렵고 전산등록망 접속 불가능한 허점 개선돼야
 
한편 허 교수눈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해 개선해야 할 문제로, 서류를 작성해도 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현 제도의 허점을 들었다.
 
병원이라도 그 안에 의료기관 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이 법을 적용받을 수 있으나 요양병원처럼 작은 규모의 의료기관은 현실적으로 윤리위원회를 설치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환자가 의향서를 작성해도 요양병원과 같은 소규모 병원에 가면 법 적용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산 등록망의 접속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여부에 대한 전산 확인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허 교수는 ‘바람직한 임종이 어떤 것인가’의 주제와 관련해 ‘죽음의 주체’가 누구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의사, 환자, 가족 간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원칙적으로 연명의료결정에 있어서 의사가 환자에게 병의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야 환자가 자기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음을 의사가 환자에게 이야기하면 환자가 인공호흡기 처치를 위해 중환자실로 갈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환자 본인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유보 결정’을 해야 호스피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설명하는 것은 가족들 대부분이 원하지 않기에, 그 대화는 의사와 환자 가족 사이에 이뤄지며 가족들은 대부분 환자와 이야기를 잘 나누지 못하는 것이 실상이라고 언급했다.
 
[▲ 허 교수는 “의사가 환자에게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직접 통보하기를 가족들이 원하지 않고 가족들도 환자와 얘기를 잘 나누지 못해 정작 환자는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출처: 유튜브 발표화면 캡처)
결국 환자 혼자만 말기라는 통보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고립되고, 임종하기 2~3일 전에 환자 의식 상태가 흐려지는 시점에서야 가족들이 모여서 연명의료 관련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 했다.
 
실제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연결된 환자들 본인이 평소에 연명의료를 원해서 그러한 처치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대부분은 가족 구성원 간의 의견 충돌로 어느 누구도 나서서 연명의료 중단이나 유보 결정을 하지 못해 그런 상황에 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으로 이렇듯 환자의 자기 결정권과는 거리가 먼 상황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허 교수는 본인이 연명의료에 대한 문서를 직접 작성해 두지 않았으나 인공호흡기를 중단하고 임종실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할 수 있었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해 경험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 환자가 의사표현 불가능 시, 평소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의향을 가족 2인 이상의
   진술로 인정
▶ 환자가족 전원이 합의하면 환자를 위한 연명의료 결정도 가능
 
폐암의 60대 남성에게 인공호흡기를 시작한 지 19일째 의료진들은 기관 절개술이 필요해 가족들에게 이야기하자 가족 간 의견이 나뉘게 됐고, 가족들이 혼란스러워 해 의료진도 참여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상담을 받게 되었고 이 상담은 연명의료 결정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의료진과의 면담을 통해 회생 가능성이 없음을 받아들여, 가족회의를 거쳐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안 받겠다고 한 평소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환자 본인이 문서를 작성하지 못할지라도 평소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표현을 명확히 한 경우 가족 2인 이상의 일관된 진술이 있으면 본인이 작성한 문서와 동일하게 인정한 연명의료결정법 규정에 따른 환자의 의사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 허 교수는 연명의료 결정의 대원칙은 의료진이 먼저 환자의 회생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 판단을 내려야 되고, 환자의 가치관, 자기 결정권이 반영되어야 하며, 연명의료결정법에서 허용되는 방식을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환자실과 달리 임종실에서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히 임종할 수 있다] (출처: 유튜브 발표화면 캡처)

또한 허 교수는 임종 장소와 관련해 설명했다. 병원에서 임종할 때 어디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환자 가족들은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 병실로 옮기길 원했으며, 이는 중환자실에서는 환자가 연명의료 기기에 의존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고 가족들이 임종을 지키기에도 불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비해 임종실을 이용할 경우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히 임종할 수가 있는 만큼, 최근 우리나라에도 호스피스 병상이 있는 병원 중심으로 임종실을 갖춘 곳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허 교수는 오랜 기간 치료받던 환자에게 항암제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말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통보하면 누구나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해달라고 반응하지만, ‘최선’의 의미가 환자마다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말기 진단을 수용하지 못하고 새로운 항암제 치료를 요구하고,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응급 상황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져 연명의료를 받다가 고통 속에 임종한다며 이렇듯 거치는 과정을 최선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가족 등 주변과 함께 노력하는 경우들도 있다면서, 시간의 의미는 개인마다 다르나 어떤 시간이 현명한 선택인지는 각자의 결정이 될 것이라며 특강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정기포럼은 특강 후 2부에서 ‘당당한 웰다잉을 위한 노후 준비하기’, ‘디지털 시대의 웰다잉’, ‘생명 나눔과 웰다잉’ 등 웰다잉 관련한 6개의 소세션들이 진행됐다.
 
 

silverinews 조운현 객원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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