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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의 사는 이야기 ⑤ - <50+ 일·문화 공작소 ‘두두협동조합’> 이귀보 이사장 ②

기사승인 2021.09.30  13: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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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이 정책 제안하는 ‘50+시민참여회의’, 경험 없이 기획·준비해 성공

코로나19 속 차단된 ‘주민총회’도 온라인 진행으로 토론 목적 달성
- 50+세대, 공적 의사결정과 소통에 눈뜨고 익혀야
 
[▲두두협동조합 이귀보 이사장]
 
》》 50+캠퍼스 3곳에서 ‘퇴근길 캠퍼스’라는 야간 강좌도 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두두가 50+재단으로 부터 위탁받아 낮시간대 캠퍼스 접근이 어려운 50+를 위해 2019년 8월~10월까지 운영한 야간 강좌입니다. 퇴직을 앞둔 일하는 50+세대가 가진 막연한 불안감의 정체를 인문학을 통한 성찰로 파악하고 관점을 재정립하게 하는 기획이었죠.
 
캠퍼스별로 서부에서는 심리학, 중부는 경제학, 남부에서는 사회학으로 진행됐어요. 50+ 이후의 삶에서 돈, 경제를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 또 50 이후의 삶이 사회와 계속 관계를 유지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심리문제를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야 된다라는 강좌였습니다.
 
》》 이런 좋은 프로그램들이 코로나로 중단돼 너무 아쉽습니다. 그 후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돌파구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2019년 성과를 보였던 ‘탐방’이나 ‘야간 퇴근길 캠퍼스’ 등 주력 사업이 코로나19로 모두 중단, 폐강되고 2020년 봄에 추진했던 기획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 우연히 새로운 일이 생겼어요. 그게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공론장’ 기획 · 운영 사업입니다.
 
설명드리면, 서울시에 ‘민주주의 서울’이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시민정책 제안 플랫폼이예요. 시민 참여가 중요하니까 시민이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통로인 거죠. 2020년도에 서울시 산하기관들과의 기관협력사업이 있었는데, 여기에 50+재단이 신청을 했습니다. 50+재단에 관계 맺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정책 의제로 발굴해서 제안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50+시민참여회의’의 소공론장 준비 (2020년)]
 
그런데 제가 과거 참여연대 다닐 때 공부했던 시민사회학 석사과정의 전공이 ‘글로벌 거버넌스’였어요. 그리고 이후 은평지역의 협치회 위원으로 뽑혀서 마을활동을 했었는데 그 때 서울시의 협치 구조, 정책이 지역까지 어떻게 흘러오는지를 알게 됐어요.
 
그런데 이 기관협력사업이 제가 볼 때는 바로 ‘협치 사업’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저는 우리 50+ 당사자 목소리를 50+재단에서 상시적으로 받아들이는 통로 자체를 아예 이번 기회에 만들어내자는 것까지 생각하고, 이것을 추진하면 좋겠다고 한 것이죠. 그래서 50+재단으로부터 수탁 받아서 두두협동조합이 ‘50+ 시민참여회의’라는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한 거예요.
 
그 때 주로 50+인생학교 수강생들 중심으로 추진단을 구성하고 기획하고 실행해나갔습니다.
 
내용은 공론장을 3차례에 걸쳐서 여는 건데, 처음에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그 후에 모으고 마지막에 대공론장에서 숙의 토론해서 의제를 결정하는 단계로 설계했죠.
 
이런 과정을 전문가를 뽑아서 준비하는 게 아니라 50+당사자 손으로 직접 했던 겁니다. 저희가 이 분야에 경험이 없어도 관심과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진해 나갈 단위를 아예 꾸렸어요.
 
그렇게 생전 민주적 의사결정 진행에 대해서 경험이 없는 분들이지만 공부해 가면서 또 교육받아가면서 회의해 가면서 ‘50+ 시민참여회의’를 만들어낸 거죠.
 
그러니까 중부캠퍼스와 서부캠퍼스의 2곳 공론장에서 정책을 도출하고, 마지막 대공론장은 온라인 화상회의로 열었습니다.
 
 
[▲ ‘50+시민참여회의’의 메인 세션 (2020년)]
 
》》 경험 없어도 공부해서 주민자치 공론의 장을 기획하고 실행하셨네요.
 
저희 두두의 김수진 이사님이 IT 전공자예요. 그분은 이전에 회사에서 현장 IT교육을 주로 하셨어요. 기능에 대해 굉장히 밝고, 앞서가고 굉장히 호기심도 많으시구요. 또 김명희 이사님은 실제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서 추진단 교육에 큰 역할을 했는데 추진력이 엄청 강하죠. 탐방하려면 섭외를 해야 되는데 연결해줄 지인 관계가 없다면 무작정 문 열고 들어가 말 건네기 시작부터 하거든요. 본인은 겁이 났다고 하지만 (웃음). 이사님들이 이렇듯 멋진 분들이랍니다.
 
그래서 신중년이 온라인 · 오프라인 공론장에서 정책 제안을 도출하고, 50+시민참여회의 추진단이 정리하고 다듬어서 대표로 제안한 50+시민정책 제안이 7가지였습니다.
 
그 제안들이 서울시 사이트에 올려져서 공감을 50개 얻으면 부서에서 검토하고, 100개 얻으면 서울시에서 의제화, 공론화하는 절차가 있어요. 저희가 50개 공감을 넘은 게 5개, 이 중 1개가 100개 공감을 넘었었어요.
 
참고로 7가지 의제는
▲세대공존플랫폼 ‘50+와 함께하는 맘들의 드림존’ ▲50+세대가 편하게 만나고 교육하고 문화를 나누는 다양한 장(場) 마련 ▲스스로 지키는 건강시대, 건강마일리지와 사회보장 연결하기 ▲우유팩의 눈물 ‘나도 재활용 좀 제대로 해 주세요 ▲50+남성세대의 소통과 공감 능력을 높이는 프로그램 개발 ▲신중년(만50~64세) 이후 세대를 위한 정책 필요 ▲공동주거 거주 세대와 인근 이웃이 서로 협력하는 가족 같은 이웃 공간 만들기였습니다.
 
 
[▲‘50+시민참여회의’의 진행자와 50+재단 관계자 기념 촬영 (2020년)]
 
》》 주민자치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좀 더 설명해주시죠.
 
서울시 ‘민주주의 서울’ 사이트가 있게 된 것은 서울시 안에 합의제 행정기구 ‘서울민주주의위원회’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합의제 행정기구라는 의미는 기존 시 의회와 행정(시청)이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에 시민을 초대한 겁니다. 의사결정 주제가 3개가 된 것이니까 굉장히 앞서가는 실험이거든요.
 
시대 흐름으로 자치, 분권의 방향이 의미가 큰 것인데 서울의 ‘10년 혁명’이 협치와 혁신을 양날개로 추진되던 거잖아요. 자치, 협치, 그리고 살던 사람이 살게 하는 도시가 중요한 것이니까 도시를 개발이 아닌 재생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는 거였죠.
 
이런 가치를 중심으로 전개할 때 핵심은 시민이자 시민의 참여입니다. 시민참여의 가장 높은 단계가 자신이 직접 의사결정하고 집행·실행해서 평가하고 다시 정책으로 환원시키는 구조라고 본다면, 지금의 자치는 그것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니까요.
 
저는 자치가 자치답게 되게 하려면 진행자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50+은 기존의 위계에서 몇 십 년 살면서 몸에 체화된 게 있습니다. 그러니까 민주적 소통, 민주적 의사결정이 굉장히 낯설죠. 그런데 5060세대 분들이 지역 활동에 있어서 ‘주민자치위원회’의 50% 이상을 차지하니까 현재는 그분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겸사겸사 좀 더 젊은 우리 50+세대가 이런 공적인 의사결정, 소통에 눈을 뜨고 익히면 좋겠고, 관련한 1인 활동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내 지역, 삶터에서 나의 활동이 어떤 힘이 되는 건 바람직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주민자치회(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와는 다름) 쪽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 모여서 의논하는 공론을 포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제안을 한 겁니다. 온라인 화상으로 하자, 돈은 들더라도 그렇게 하자는 거죠. 그래서 지난 연초에 은평구에 제안을 넣었죠.
 
‘주민자치회’가 구성된 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주민자치위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근거인 ‘운영세칙’을 마련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주민자치회를 구성만 했지 임원 구성, 조직 구성, 운영세칙 모두 안 되어있었거든요.
 
코로나19로 모이기 힘든 데다, 의논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가이드를 해줘야 하니 그것을 우리가 하자 해서 은평구에 제안했던 겁니다. 16개 동 중 5개 동에서 운영세칙과 임원구성을 준비하는 10개 사항을 두고 논의해서 투표로 정리하게끔 온라인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화상으로 열린 주민총회(‘숙의 공론장’)를 진행 중인 이귀보 이사장 (2021년 7월)]
 
그런데 어떻게 이 소식을 듣고 경기도 군포시 담당자가 화상 워크숍을 하겠다해서 군포의 4개 동도 했고, 그래서 얼떨결에 올해 연초에 총 9개 동에 주민자치 화상 워크숍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이 부문을 계속 발전시켜볼 것인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총회’인데요, 주민자치회에서 정리한 의제들에 대해 일반주민들이 참여하는 주민총회에서 토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숙의 공론’이 형식적으로라도 해야 할 만큼 중요한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모이니까 못하는 거예요.
 
그런데 갈현 1동에서 지난 7월 주민총회라는 숙의 공론장을 화상으로 운영했어요.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주민총회다운 주민총회, 주민들 토론하는 모습이 담긴 주민총회가 열렸던 겁니다.
 
》》 돌파해나가는 힘이 상당하신데요.
 
이렇듯 좌충우돌이긴 한데 뭔가 우리와 관련돼 있는 주제로 일상적인 문화를 새롭게 만들 수 있도록 제안하고, 한번 해보자는 게 저희의 사업목적이라면 목적인 것이죠. 그런 의미로 ‘50+ 일 · 문화공작소’라고 표방한 것이기도 하구요. 많은 분들이 “두두협동조합은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어”라는 얘기를 합니다. 이것저것 떠오르는 게 많다고. (웃음)
 
》》 리플렛을 살펴보니 하시는 활동 분야가 다채롭습니다. 일부 소개해주신다면.
 
문화 이벤트로 2020년에 했던 ‘실패한 취미 부활전’을 말씀드릴게요. 일상에서 사둔 용품을 얼마 못가 방치하고 버리기엔 아까운 상황이 발생하잖아요. 그렇다면 정리를 해야 되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즐겁고 재미있고 유효할까의 고민을 한 거예요.
 
이 이벤트는 취미용품으로 방향 잡았었고, 거기에 스토리를 더했어요. 예를 들면 이 용품을 구매했던 이유를 소개하고, 매칭을 통해 새로운 주인은 물건이 필요한 이유와 사용 방향, 이후 인증샷도 올리도록 해서 스토리를 넣은 거죠. 당시 악기류가 인기가 높았는데 수익 약 200만원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습니다.
 
[▲‘실패한 취미 부활전’은 물건의 선순환에서 공유의 가치를 나누는 행사이다.(2020년)]
》》 활동하시는 것 중에 어려웠던 점은?
 
현재 간단치 않은 상황이기는 해요. 협동조합이나 법인을 설립하면 3년을 지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하더군요.
 
저희도 그 상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더구나 생전 겪지도 못한 코로나19 때문에 사업의 방향이나 방식을 전환해야 되는, 일종의 기로에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을 우리 조합원들과 함께 잘 헤쳐 나가야 합니다. 그런 부분 고민이 좀 있지요.
 
》》 현재는 개봉동으로 사무실을 옮겨 활동 중이신데, 커뮤니티 출발 이후 과정에서 주변의 지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중부캠퍼스 커뮤니티 시절 이래 50+시민참여회의 추진할 때도 캠퍼스 팀장, 재단 팀장, 사업담당 팀장, 사업PM, 본부장님까지 굉장히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희들에 대해 평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할까”를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보는 마인드가 좋게 느껴졌습니다.
 
또 현재의 사무실로 이전하기 전 중부캠퍼스의 공유사무실 ‘힘나’에 입주해 있었죠. 힘나 역시 자치회 프로그램도 있고 우리 같은 법인, 단체들이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두두협동조합 안내 리플렛도 당시에 지원 받아서 만든 건데 지금도 저희 홍보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 50+, 60+ 당사자들에게 바라는 점이랄까, 조언을 주시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립니다.
 
관심을 요청 드려본다고 할까요, 작년에 ‘50+시민참여회의’에서 나왔던 의제 중 하나가 신중년 이후의 정책이 안 보인다는 의견이었어요.
 
예를 들어 서울 50+재단은 조례상으로 ‘신중년’을 만 50~64세으로 잡고 있는데, 정부 정책이 그 연령대 이후는 그냥 경로당, 노인종합복지관 등 기존의 복지 쪽으로만 여전히 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사실 요즘은 안 그렇잖아요. 저도 60대 나이로 넘어왔지만 대부분은 앞으로 10년 후 70대로 접어들면 그 연령에 경로당에서 막내노릇하며 온갖 심부름하고 싶진 않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러니까 뭔가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일단 신중년 이후의 생애주기를 좀 더 세분화 - 예를 들어 신장년, 장년 등으로 구분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전문가 몇 명이 결정하지 말고 당사자들이 계속 모여서 만드는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는 것이 그 의제의 핵심이었죠. 65+세대를 위한 재단이나 캠퍼스 신설 제안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저희 두두가 하고 있는 고민이 유효하다고 생각되는 겁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활동 반경이 내 집 주변으로 점차 한정될 거잖아요. 그러니까 주민자치나 마을공동체에 더 관심을 갖고 함께 얘기 나누고 결정하는 이런 과정을 훈련 · 연습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저는 우리 50+가 자신의 남은 생을 안온하고 평안하게 사는 게 중요하지만, 3분의 1 정도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 온 세상이기도 하기에 결자해지해야 되는 책무가 있다고 봅니다.
 
 

silverinews 조운현 객원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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