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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의 사는 이야기] <병원동행 서비스 ‘원케어휴’> 구자영 대표 · 강유경 이사 ①

기사승인 2021.04.29  14: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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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 불편한 어르신, 동네시장 외출에 동행해드리자 ”야.. 살 것 같다!“

- 병원뿐 아니라 일상적 ‘외출’은 기본권이자 커뮤니티케어의 시작 -
- 동행 지원, 베이비붐 세대에게 적합한 일자리.. 사회적경제 측면 관심 필요 -
 
나이 들며 어느 단계가 지나가면, 마음과 정신은 별문제 없더라도 몸이 불편해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 자체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 이르게 된다.
 
특히 몸이 아파 병원에 가는 것도 본인 스스로 힘들지만, 생활에 바쁜 자녀가 동반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병원뿐 아니라 가게나 은행 등에 볼일을 봐야 하거나 잠시 바람을 쐬고 싶어도 외출은 차단된 것과 다름없고, 점차 외부활동과 동떨어지며 고립되기도 쉬워진다.
 
바로 이 지점 - 인간의 기본권리인 ‘이동’(移動)에 주목해 편안하고 품위 있는 노년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동행’(同行) 서비스를 제공하는 50플러스 사회적 기업이 있다.
 
‘길벗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케어휴.’
 
우선은 아픈 몸과 힘든 마음으로 가는 병원길에 함께하는 동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보다 존엄이 깃든 돌봄 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원케어휴’의 구자영 대표와 강유경 이사를 만나보았다.
 
(사진 1) 병원동행 서비스를 통해 인간존중의 돌봄문화를 실현해가는 원케어휴의 구자영 대표(오른쪽)과 강유경 이사
 
》》 원케어휴는 어떤 성격의 회사인가요? 설립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케어휴’는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커뮤니티(공동체)인 ‘커뮤니티케어 원케어’가 2020년 출범시킨 별도 법인인데, 인간존중이라는 돌봄에 바탕한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출발 단계였던 ‘커뮤니티케어 원케어’(이하 원케어)는 2019년 봄 중부캠퍼스의 ‘커뮤니티케어 플래너 양성과정’을 수료한 수강생들이 모여서 만든 공동체 모임이구요. 현재의 돌봄문화 개선이 없다면 우리의 행복한 노후도 기대할 수 없다는 문제에 공감해 “내가 원하는 케어, 당신이 원하는 케어, 우리가 원하는 케어”라는 모토로 ‘원케어’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돌봄 인식 개선에 나섰던 겁니다.
 
원케어의 회원들은 돌봄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고, 각기 개인적으로는 부모님 돌봄이나 어르신 돌봄 관련 자원봉사, 사회복지 관련 전공 등 돌봄 관련 경험과 지식을 갖고 계신 분들입니다.
 
》》 본격 얘기에 앞서 잠깐 ‘커뮤니티케어’ 용어를 쉽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진 2) 구자영 대표 (원케어휴)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는 우리말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고 하는데요. 현재 시범사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나 장애인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 시설에 가급적 입소하지 않고 기존에 거주하던 집이나 그룹 홈 등 살던 곳에서 케어(돌봄)를 받도록 하는 겁니다. 살던 지역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정책이죠.
 
고령사회로 들어가면서 돌봄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설에 입소하면 국가의 재정부담이 커지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이 돌봄비용의 상승 곡선을 꺾으려면 지역에 계속 거주하도록 해야 하는 고민이 있는 겁니다.
 
》》 그런데 어떤 문제의식에서 이런 외출지원, 동행서비스 사업으로 접근이 된 것인가요?
 
(사진 3) 강유경 이사 (원케어휴)
우선, 원케어 회원들은 자원봉사나 부모님 돌봄을 거치면서 많은 문제점들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됐어요. 이러한 문제들이 곧 우리에게도 닥칠 현실이라는 점에 주목한 거죠.
 
지금은 돌봄대상자가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로 요양보호사의 방문 재가서비스를 받거나 혹은 커뮤니티케어가 실행되더라도 일단 집에 거주하면 돌봄 대상자가 여전히 은행이나 병원, 시장 등 어디엔가 외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동권도 인간의 기본권리인데 신체적 문제로 박탈당한 상황인 것이지요.
 
2019년 6월 원케어가 결성되고 나서 첫 번째 활동으로 마포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마포케어 똑똑(knock-know)’ 사업에 자원봉사로 참여했었습니다. 이 사업은 당시까지는 자원봉사자가 없어서 취소될 위기였고요, 이 소식을 우연히 접한 원케어 회원 10여 명이 흔쾌히 자원봉사를 신청했고 덕분에 사업이 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사업은 건강취약 어르신 방문케어 프로그램인데 2019년 7월~9월까지 진행됐습니다. 가가호호 방문해서 건강, 운동, 영양관리 등을 하는 것이었구요. 매주 한 번 건강 관련 물품들을 갖고 자원봉사자 2인 1조가 어르신들을 방문해 건강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원케어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헌신적으로 노력해서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어요. 처음에 의도했던 건강증진뿐 아니고 정서적 측면의 개선까지도 이뤄졌던 것으로 평가받았죠.
 
마포똑똑사업에 참여한 것이 원케어 회원들에게 현재 돌봄 사업의 실태와 현실을 똑똑히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중복 지원의 문제는 둘째 치고, 대상자의 필요와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복지 행정의 한계와 문제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죠. 그중의 한 가지가 바로 외출지원이었던 겁니다.
 
》》 외출이 중요한 욕구라는 점을 확신하신 순간이 있으셨나요?
 
망원동에서 오래 사신 어르신 한 분이 다리가 불편하셨어요. 따님이 돌봄을 제공할 상황도 아니었구요. 방문해서 처음엔 서먹서먹하기도 했지만, 영양식도 드리면서 조금 분위기가 조금 좋아졌어요. 어느 날 방문해 보니 휠체어를 사다 놓으셨더라고요.
 
어르신께서 “옆에 망원시장 있는데.. 여름 돗자리 사고 싶어도 갈 수가 없네. 같이 갈 수 있느냐?” 하셨어요. 저는 당시 차를 갖고 다녔기에 차에 휠체어 실어서 동행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시장에 도착해 다니시며 어르신 하시는 딱 한마디가 “야.. 살 것 같다! 이게 사는 거야”였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동네 다니는 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다리가 불편하신 어르신은 코로나19 감염 때문이 아니더라도 평소 집안에서 격리되어 갇힌 것과 다름없었던 겁니다.
 
(사진 4) ‘마포케어 똑똑’ 방문케어 사업 당시의 어르신 시장 나들이 동행. 집에서만 지내다 보면 외부와의 연결도 끊어지고, 고립되는 생활이 계속되면서 건강도 악화된다.
 
마찬가지로 시설에 들어가면 먹고, 잠자는 1단계 욕구는 충족이 됩니다. 그러나 그 이외의 것에는 본인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원케어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돌봄 현장에서 필요하지만 제공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 철저히 현장에 바탕한 확신이었군요. 그간 준비 과정에서 접한 ‘휴머니튜드’ 케어를 핵심 가치로 추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앞서 2019년 6월 17일에 인천 길병원에서 개최된 휴머니튜드(Human 인간 + Attitude 태도) 공개 강연회에 저희 원케어 연구분과 회원들이 참석했습니다. 휴머니튜드의 개발자인 이브 지네스트와 휴머니튜드 일본 지부의 혼다 미와코 대표가 참석했었죠. 이 강연회에서 새로운 돌봄을 갈망하던 원케어 회원들은 인간존중의 휴머니튜드 기법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원케어는 곧바로 휴머니튜드의 학습과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또 2019년 회원들의 역량을 모아 돌봄 관련 교육 강좌를 50플러스 중부캠퍼스 <커뮤니티 학교>에 개설해서 그동안 연구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동년배와 공유하기 시작했구요.
 
》》 ‘휴머니튜드’ 케어의 개념을 조금 설명해주신다면.
 
여러 기능이 저하돼서 타인에게 의존하더라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을 받고 사는 건데요, 생애를 통해서 “사람다운” 존재로 있기 위해서, 케어를 행하는 사람들이 케어 대상자에게 ‘저는 당신을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항상 보내는 것입니다. 대상자의 “사람다움”을 존중하는 상황이야말로 휴머니튜드의 상태이며, 이것이 휴머니튜드라는 철학이라는 것이지요.
 
휴머니튜드 기법은 지각·감정·언어에 따른 포괄적 의사소통에도 연결되어 있는데요, 이 기법은 ‘사람이란 무엇인가?’ ‘케어하는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철학과 그것에 연결된 150가지가 넘는 실천기술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진 5) 2020년 7월 원케어 회원들은 인간 존중의 휴머니튜드 학습·연구을 위해 가혁 교수(인천은혜병원장)도 초빙해 강연을 들었다.
 
》》 휴머니튜드 내용은 잠시 후에 더 설명해주시고, 일단 이러한 철학을 배경으로 커뮤니티에서 사회적 기업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신 거군요.
 
2019년 휴머니튜드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도 진행하다가 2020년 초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 공모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죠. 병원동행으로 응모해 채택이 되면서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병원동행 아이디어 자체는 2019년의 마포 똑똑 사업의 경험과 논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구요.
 
건강 취약 계층 어르신들이 바깥나들이가 수월하지 않아서 집에서만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와의 연결도 끊어지고, 고립되는 생활이 계속되면서 건강은 악화됩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은 요(要)돌봄의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는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죠. 이러한 상황을 목격하면서 원케어는 병원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외출이 커뮤니티케어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병원 가는 일이 잦아지죠. 자식이나 배우자 등의 보호자가 있으면 있는 대로, 혼자이면 혼자인 대로 병원동행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병원만이 아니라 은행이나 주민센터 방문, 쇼핑이나 장보기, 지인 만남 등 일상적인 외출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때 주위에 같이할 사람이 없으면 주저하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됩니다. 고립의 시작인 거죠. 원케어휴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어르신들의 편안하고 즐거운 외출을 지원하는 다양한 동행사업을 펼칩니다.
 
2020년에 원케어휴는 사회적 기업가 창업준비팀으로서 병원동행 사업의 서비스 모델 구축, 공공과 민간 시장 조사, 현장 테스트를 추진했어요. 그 일환으로 동작 50플러스 센터의 ‘시니어생활지원허브’ 사업에 자원봉사로 참여해서 병원동행에 대한 서비스 모델 테스트와 현장 경험을 쌓았습니다. 실제 병원진료가 필요하신 어르신들의 경우와 실제 병원에서의 상황을 접하면서 현장과 대상 어르신에 대한 이해를 더 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의 구체적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됐죠.
 
(사진 6) 원케어휴 강유경 이사가 병원동행 서비스를 위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 향후 사회적 기업을 추구하는 만큼, 사회적 가치의 창출 측면으로 어떻게 기여하게 되는지요?
 
70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했는데, 노인 돌봄과 함께 원케어휴는 중장년의 일자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인 돌봄이 50플러스 세대의 미래의 일이라고 한다면, 중장년 일자리는 지금 우리의 과제죠. 특히 관리직 출신분들에게 문제가 클 겁니다.
 
원케어휴 서비스에서 동행해주시는 분인 ‘길벗’은 삶의 경륜을 갖춘 중장년분들이 담당하게 됩니다. 삶의 전환기 중장년들은 기존과 다르게 시간적으로 자유로우면서도 가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거리를 원하고 있는데, 특히 적당한 일의 양과 적당한 보람 측면에서 본다면 이 동행서비스가 적절하다고 보는 거죠.
 
어르신들 병원 동행하면서 자신 스스로도 경각심을 얻고, 수익도 가져가고요. 돌봄현장에서는 남성분들도 구조적으로 필요합니다. 힘을 쓰는 일이 많고, 현실적으로 남성 어르신들의 경우 여성 요양보호사분들에게 맡기기에 불편한 점들도 있지요.
 
젊은이들은 인식을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50플러스세대는 살면서 부모님이 편찮으신 연령대라 직접 돌봄 체험도 하게 되는데, 막상 이러한 서비스 공급자는 없다는 것을 잘 알지요. 따라서 50플러스 이상에서의 돌봄 생태계를 만들어가자는 그림을 그려보는 건데요, 우리 스스로 필요한 것을 서로 주고받자는 것입니다.
 
》》 베이비붐 세대에게 적절한 일자리로 보시는 거군요.
 
건강연령도 늘어나는데 경제활동을 계속해야죠. 50플러스 중장년 세대는 인생 변곡점을 맞으면서 신체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부분에서 변화를 거치죠. 연로하신 부모님을 돌보고 나의 노후도 걱정하지만 중장년이 활동으로 펼칠 수 있는 장은 아직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저희 원케어휴의 활동은 이들 중장년에게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활동의 장을 마련하는 초석이 되는 것이구요.
 
요컨대,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회공헌적 활동이면서 또 개인의 시간적 자유를 충분히 반영한 선택적 활동이 가능합니다. 저희 원케어휴의 길벗은 중장년층에게 새로운 일거리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다음 회 (2부)로 이어집니다.
 
 

silverinews 조운현 객원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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