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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55) - 중앙역

기사승인 2020.02.21  10: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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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55) - 중앙역
 
 
  - 제작 : 1998년, 브라질·프랑스
  - 감독 : 월터 살레스
  - 배우 : 페르난다 몬테네그루, 비니시우스 드 올리비에라 외
  - 필름 : 컬러
  - 상영시간 : 110분
  - 수상 :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여우주연상 외
 
 
 
 네오리얼리즘의 향수를 물씬 풍기는 영화 ‘중앙역(Central Station)’은 얼굴도 잘 모르는 아빠를 찾아가는 아홉 살짜리 소년의 지난한 노정을 그린 휴머니즘 만점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베를린 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제 등을 통해 국제적인 호평을 얻어낸 이 작품은 1960~70년대 무렵 남미국가들이 시도한 영화혁명운동, 즉 ‘시네마 누보 (Cinema Novo)' 이후 오래도록 존재감을 상실해왔던 브라질 영화의 부활을 알린 명작으로 꼽힌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것은 고사하고 악연이 전부라고 할 수밖에 없는 아홉 살 소년과 한 여자의 만남, 이들의 예기치 못한 동행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두 사람이 브라질 국토를 종단하는 동안 서로의 정체성을 찾으며 희망을 발견해 가는 모습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담고 있다.
 
거짓과 위선, 상실과 내면의 상처, 절대적 소외와 빈곤이라는 냉소적 시각에서 출발한 소년과 여인의 여행은 시종 불협화음을 자아낸다. 특히 저개발의 고통 아래 신음하는 브라질 민중의 척박한 삶의 모습까지 그대로 투영된 화면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길에서 시작된 소년과 여인의 만남은 길 위의 이별로 끝이 나지만 그들이 걸어간 길 위에는 희망처럼 그립고 따스한 메시지가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악연과 화해의 시간들
 
전직 교사 출신인 도라(페르난다 몬테네그루)는 리우의 중앙역에서 문맹자를 상대로 편지를 대필해 주는 일을 한다. 16세 때 가출하여 세상 밖으로 나온 도라는 노처녀로서 가난에 찌들어 감성마저 메말라 버린 지 오래다. 그녀는 사랑받지 못하고 살아온 존재답게, 스스로 세상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포기한 채 삐딱한 심성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브라질은 교육을 받지 못해 글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중앙역을 오가는 사람들은 사랑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가족의 안부를 묻는 편지 따위를 쓰기 위해 도라를 찾는다. 도라는 편지를 써주고 수고료 1달러, 우편발송요금 1달러씩을 받는다.
 
어느 날, 조수아(비니시우스 드 올리비에라)라는 소년이 그의 엄마 아나(소이라 리라)와 함께 도라를 찾아온다. 소년의 엄마는 ‘붐 제수스’라는, 리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에 살고 있는 남편에게 안부편지를 보낸다. 어린 아들 조수아가 아빠를 몹시 그리워한다는 사연을 담아서.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온 도라는 자신이 대필한 편지 뭉치를 꺼내더니 그것들을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다. 사실 도라는 돈만 받아먹고 의뢰인들의 편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폐기처분해 왔던 것. 그녀의 친구 이레니(마틸리아 페라)는 그런 도라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특히 조수아의 사연을 읽은 이레니는 “가족을 만나게 해줘야 할 것 아니냐.”며 못 찢게 한다. 도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조수아의 편지는 버리지 않고 그냥 놔둔다.
 
도라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는 의뢰인들은 왜 답장이 오지 않느냐고 물어오는데, 도라는 “우체국도 믿을 수 없는 세상 아니냐?”는 말로 둘러대곤 한다. 다음 날, 조수아와 아나가 다시 도라를 찾아온다. 휴가 때 남편에게 찾아가겠다는 내용을 추가로 보내기 위해서다. 이때 당돌한 꼬마 조수아가 “돈만 받고 편지를 안 보내면 어떻게 해요?”라고 엄마에게 묻는다. 그 말을 들은 도라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내심 당황한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던 아나는 그만 달리는 차에 치어 목숨을 잃는다. 졸지에 엄마를 잃은 조수아. 리우에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조수아는 역 벤치에 앉아 그저 눈물만 흘린다. 중앙역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오고 가지만 조수아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조수아는 ‘엄마가 아파요. 빨리 오세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아빠에게 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매정한 도라는 돈부터 내라며 조수아를 쫓아버린다. 가엾은 조수아는 중앙역 한 귀퉁이에서 새우잠으로 밤을 보낸다.
 
부랑아들과 좀도둑이 판치는 중앙역. 과자 한 봉지를 훔쳐 달아나던 청년이 경찰의 총을 맞고 죽을 정도로 역 주변은 불안과 공포가 만연한다. 그런데 인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도라가 무슨 까닭인지 조수아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자존심은 강하지만 거처가 없는 조수아는 못 이기는 척 도라를 따라간다. 그런데 조수아는 도라의 집에서 많은 편지들이 발송되지 않고 서랍에 처박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튿날, 도라는 조수아를 데리고 어느 건물로 들어간다. 그곳은 위탁 어린이를 해외로 입양시켜 준다는 사람들의 아지트다. 도라는 그곳 사람들에게 조수아를 넘기고 그 대가로 천 달러를 받아 챙긴다.
 
도라가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기 위해 법원에 갔을 거라 생각한 이레니는 갑자기 리모컨 딸린 스테레오 TV를 사들인 도라를 의심한다. 이레니가 돈의 출처를 따지자 도라는 아이를 입양 알선업자에게 넘겼다고 실토한다. 깜짝 놀란 이레니는 아이들의 장기를 팔아먹는 밀매조직 이야기를 꺼내며 도라를 꾸짖는다. “도라, 세상에는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 거야!”
 
양심의 가책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도라는 날이 밝기 무섭게 어제 그 건물을 다시 찾아간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조수아를 깨워 도망 나온다. 곧 밀매 조직원의 추격이 시작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도라는 조수아와 함께 ‘붐 제수스’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곳은 조수아의 아빠가 살고 있다는 곳이다.
 
계획 없이 시작된 둘의 여행은 출발부터 삐걱거린다. 이미 도라의 속물근성을 잘 알고 있는 조수아는 그녀를 까칠하게 대하며 혼자 가겠다며 버틴다. 도라 역시 어쩌다 보니 버스에 몸은 실었지만 조수아의 존재는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다음 날, 밤새 달려온 버스가 휴게소에서 멈추자 도라는 잠이 든 조수아의 가방에 얼마간의 현금을 넣어주고 몰래 버스에서 내려버린다. 그리고 가진 돈을 다 털어 리우로 돌아가는 티켓을 끊는다.
 
식당에 앉아 ‘붐 제수스’행 버스가 출발하는 것을 지켜보던 도라는 반대편 의자에 앉아 있는 조수아를 발견한다. 처음에는 혼자 가겠다고 버티던 조수아였지만 정작 도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자신도 슬그머니 내려버린 것. 그런데 조수아는 그만 돈이 든 가방을 버스에 두고 하차했다. 리우행 버스표는 환불이 되지 않는 데다 조수아의 가방까지 없어지는 바람에 알거지가 된 도라는 머리를 감싸 쥔다.
 
도라와 조수아는 운 좋게도 마음씨 착한 트럭 운전사를 만나 차를 얻어 타고 여행을 계속한다. 트럭 운전사가 되는 것이 꿈인 조수아는 트럭 여행이 마냥 즐겁다. 그런데 배가 고픈 조수아는 트럭이 휴게소에 들른 사이 매점에서 빵을 훔쳐 나온다. 도라는 도둑질은 나쁜 짓이라며 조수아를 혼낸다. 그 일로 둘은 또 으르렁거리며 싸우지만 허기를 참지 못한 도라 또한 식료품을 잔뜩 훔쳐 매점을 빠져나온다.
 
한편, 사람 좋은 트럭 운전사는 도라와 조수아에게 음식도 사주며 호의를 베푼다. 남자의 매너에 호감을 느낀 도라는 그의 손을 어루만지는 등 야릇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러나 도라의 행동에 부담을 느낀 트럭 운전사는 두 사람을 휴게소에 놔두고 가 버린다. 그 바람에 둘은 다시 길 위의 미아로 남는다.
 
여비 대신 손목시계를 풀어주고 다른 트럭을 얻어 탄 도라와 조수아. 트럭 짐칸에서 한참을 시달린 끝에 그들은 ‘붐 제수스’에 도착한다. 조수아는 아빠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뛴다. 그러나 냉정한 도라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아빠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해준다. 어린 나이에 사회로  나온 도라의 입장에서 아버지란 존재는 원망과 증오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도라는 자신이 대필한 편지 겉봉의 주소를 가지고 조수아 아빠의 집을 찾아간다. 한 남자가 그들을 맞이하는데 남자에게는 이미 아내와 두 아들이 있다. 며칠 밤낮을 달려온 조수아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묻어나려 할 때, 편지에 쓰인 이름을 확인한 남자는 자신은 조수아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알고 보니 조수아의 아빠는 ‘세상의 끝’이라고 불릴 만큼 아주 먼 시골로 이사한 뒤였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도라와 조수아. 마침 ‘붐 제수스’ 마을에는 종교 축제가 한창이다. 몰려든 인파 때문에 버스 운행이 중단돼 어딜 가든 걸어가야 할 형편이다. 돈도 떨어지고 신경질만 남은 도라와 조수아는 또 말다툼을 벌인다. 설전 끝에 조수아는 군중 속으로 달아나고, 그를 쫓던 도라는 현기증을 느껴 실신한다. 돌아온 조수아는 도라를 자신의 무릎에 눕히고 이마를 만져주며 밤새 간호한다. 깨어난 도라는 자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조수아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한다.
 
영리한 조수아는 축제에 몰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편지를 써주고 1달러씩 받을 생각을 해낸다. 아니나 다를까.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도라와 조수아는 금세 큰돈을 번다. 조수아는 도라에게 예쁜 옷을 사주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그날 저녁, 숙소에 들어간 조수아는 도라가 그랬던 것처럼 편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도라가 조수아를 말린다.
 
버스 운행이 재개되어 조수아는 아빠가 이사했다는 마을에 도착한다. 그러나 조수아의 아빠는 이미 오래전 집을 떠난 상태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술주정뱅이였으며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고 말한다. 조수아는 눈물을 터뜨리며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도라는 “소용없어. 돌아올 사람이 아니야.”라며 조수아를 달랜 뒤 리우로 돌아가 함께 살자고 말한다. 둘이 버스를 타려고 정거장으로 향하던 그때 한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우리 아버지를 찾으셨다고요?”
 
조수아의 엄마 아나는 제수스라는 남자와 연인관계였다. 그런데 제수스에게는 이미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이사예쉬와 모제쉬라는 아들이 있었다. 아나는 뱃속에 제수스의 아이 조수아를 임신한 상태로 리우로 상경했고, 오랜 세월 그녀를 잊지 못하던 제수스도 아나를 찾기 위해 6개월 전 집을 나가 버린 상태다. 정거장에서 말을 걸어온 청년은 조수아의 배다른 형 이사예쉬였다.
 
도라는 자신이 제수스의 친구이며, 잠시 이곳을 지나던 길에 들렀다고 둘러댄다. 조수아도 자신의 이름을 제랄도라고 꾸며댄다. 청년은 두 사람을 집으로 안내한다. 조수아는 그곳에서 엄마와 아빠가 같이 찍은 사진을 보게 된다. 이사예쉬와 모제쉬는 조수아와 함께 축구도 하며 재미있게 놀아준다. 한편 글을 모르는 두 형제는 도라에게 편지 한 통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아나가 받아 보기를 바라며 제수스가 부쳐온 편지에는 그가 리우로 떠나게 된 사연, 서로 길이 엇갈려 만날 수 없게 된 상황, 그리고 반드시 집에서 만나자는 이야기가 씌어 있었다. ‘이사예쉬, 모제쉬…… 보고 싶은 우리 아들 조수아와 함께 삽시다.’라는 마지막 구절을 도라가 읽는 순간 조수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둘만 있게 되었을 때 조수아는 이렇게 말한다.
“내 이름은 아줌마가 꾸며낸 거죠?”
“……편지에 씌어 있었어,”
“거짓말인 거 다 알아요.”
 
다음 날 새벽. 곤히 잠들어 있는 조수아를 들여다보고 조용히 형제의 집을 빠져나온 도라는 동트기 전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잠시 뒤, 개 짖는 소리에 잠을 깬 조수아는 도라가 떠난 것을 알고 맨발로 뛰쳐나온다. 도라를 태운 버스가 마을을 막 벗어나던 그때, 조수아는 곧게 뻗은 신작로 위를 필사적으로 달린다.
 
버스에서 도라는 편지를 쓴다. ‘조수아. 난 오랫동안 못 부칠 편지만 써왔어. 하지만 이 편지는 꼭 부친다고 약속하마. 너희 아빠는 네 말대로 꼭 돌아오실 거야. 우리 아빠도 좋은 면이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트럭 운전사가 되거든 날 꼭 기억해다오. 나보다 형들과 있는 것이 더 행복할 거야. 날 기억하고 싶을 땐 우리의 작은 사진을 꺼내보렴. 두렵지만, 언젠간 너도 나를 잊겠지. 나도 아빠가 보고 싶구나. 그리운 게 너무 많다, 너무 많아.’
 
언덕 위에서 멀어지는 버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조수아의 두 뺨은 눈물로 젖는다. 조수아는 주머니 속의 사진을 꺼내 햇볕에 비춰보고, 버스 안의 도라 역시 조수아와 찍은 사진을 보며 눈물 속에 웃음 짓는다.
 
세대를 초월한 그들의 우정
 
브라질 국민배우 페르난다 몬테네그루(1929~ )의 깊이 있는 연기가 인상적인 ‘중앙역’은 휴머니즘이 짙게 배어나는 영화다. 결코 화합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도라와 조수아가 먼 길을 동행하면서 굳게 걸어 잠갔던 마음의 빗장을 풀고 우정을 쌓아가는 결말은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도라 역을 맡은 몬테네그루의 섬세한 연기는 극의 중심을 반듯하게 잡아준다. 일찌감치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아버지란 존재를 증오하며 살아온 그녀는 자신과 달리 아빠에 대한 자긍심이 전부인 조수아와의 만남을 통해 잃어버린 본성을 회복한다. 그런 면에서 조수아의 여정은 도라가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가는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중앙역’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아역스타 비니시우스 드 올리비에라(1987~ )는 내면의 슬픔을 억제하며 아빠를 찾아가는 당찬 소년의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해 큰 사랑을 받았다.
 
이 꼬마는 연기수업은 고사하고 학교조차 다니지 못한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다. 당시 올리비에라는 리우의 공항에서 구두닦이를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월터 살레스 감독을 만나 샌드위치 살 돈을 구걸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2천여 명의 소년을 대상으로 배우를 물색 중이던 살레스가 그를 전격 캐스팅했다. 소년은 기대 이상의 연기로써 운명처럼 다가온 인생역전의 기회를 움켜잡는다. 현재 그는 브라질 최고의 인기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중앙역’의 모티프는 ‘다른 어떤 곳의 삶(Life Somewhere Else, 1996)’이라는 살레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필름에서 비롯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자신을 학대한 남편을 살해하여 21년 4개월의 장기수로 복역 중이던 한 브라질 여성과 홀로코스트에서 가족을 모두 잃고 브라질에 망명한 폴란드 조각가 프란츠 크라이츠 베르크가 펜팔을 통해 새로운 인생과 삶에 대한 간증을 주고받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살레스는 이 작업 과정에서 ‘한 장의 편지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만약 그 편지가 받을 이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면’이라는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중앙역’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실제로 장기수였던 여자는 감옥에서 문맹자들의 편지 쓰는 일을 도왔다고 한다. 그녀가 도라의 모델인 셈이다.
 
손편지를 써본 게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방탕한 아들을 용서하는 아버지의 편지부터 지난밤 만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하는 청년의 편지, 그리고 남편을 향한 애틋한 심정을 전하는 아내의 편지에 이르기까지.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쓴 편지에는 언제나 그렇듯 따습고 그리운 정, 눈물과 웃음이 묻어난다. 오늘따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간절한 생각이 든다. ‘사각사각’ 종이 위를 걷는 만년필 소리가 사뭇 그리운 밤이다.
 
 

silverinews 진고개 신사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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