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영화100년, 인생100년 ② - 카사블랑카

기사승인 2018.09.01  10:21:39

공유
default_news_ad2
 
영화100년, 인생100년 ② - 카사블랑카
 
 
  - 제작 : 1942년 미국
  - 감독 : 마이클 커티즈
  - 배우 :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클로드 레인 외
  - 필름 : 흑백
  - 상영시간 : 102분
  - 수상 :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색상
 
 
 
 ‘고전’에는 그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향기가 있다. 그런 고전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는 영화를 추천하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미국 워너브라더스사가 1942년에 제작한 ‘카사블랑카’를 꼽겠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영화 ‘카사블랑카(Casablanca)’는 할리우드를 대표할만한 몇 안 되는 위대한 영화중의 하나였다.
 
 우수와 냉소를 가득담은 눈빛, 특유의 저음, 고독이 철철 흘러넘치는 카리스마로 당대의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험프리 보가트(1899~1957)와 뭐라 한마디 말로 정의할 수 없는, 아예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을 소유한 스웨덴 출신 잉그리드 버그만(1915~1982)을 세계적 명배우의 반열에 올려놓은 영화 ‘카사블랑카’는 두 배우 외에도 조연들의 훌륭한 연기와 멋진 대사, 수준 높은 영상미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음악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이 없는 수작 중의 수작이다.
 
불멸의 고전으로 남은 영화
 
 영화의 무대는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북아프리카 프랑스령 모로코의 항구도시 카사블랑카. 독일의 유럽점령이 기세를 떨치자 사람들은 전쟁 공포가 없는 미국으로 이민할 희망을 품고 이곳 카사블랑카로 몰려든다. 미국인 릭 블레인(험프리 보가트)이 운영하는 ‘릭의 카페, 아메리카나’에는 미국행 비자를 얻으려는 난민, 범죄자, 재력가 등이 몰려들고 이를 막으려는 독일 게슈타포, 친 독일 비시 정권 하의 프랑스 치안경찰까지 뒤섞여 늘 어수선하다.
 
 어느 날, 릭의 카페에 체코 출신 저항운동 지도자 빅터 라즐로(폴 헨라이드)와 그의 아내 일자(잉그리드 버그만)가 찾아들게 되고, 이들의 뒤를 쫓는 독일군 스트라사 소령(콘라드 베이트)은 프랑스 치안책임자 르노 서장(클로드 레인)과 함께 릭의 카페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라즐로 부부는 자유통행증을 손에 넣기 위해 릭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릭은 냉정하게 거절한다. 알고 보니 릭과 일자는 과거에 연인사이였으며 두 사람은 프랑스 탈출 당시 헤어지게 된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던 것. 릭은 단 두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통행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과거 자신을 배신한 일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통행증을 사용한다 해도 릭과 라즐로 부부 셋 중 누군가 한 명은 탑승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진한 옛사랑의 추억에 괴로워하던 릭은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안개 자욱한 카사블랑카 공항. 르노 서장을 인질로 앞세워 라즐로 부부와 릭은 공항으로 향한다. 그러나 뒤늦게 달려온 스트라사 소령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릭의 총구는 불을 뿜는다. 다음 순간 짙은 안개 속을 뚫고 한 대의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한다.
 
영화사상 최고의 라스트신
 
 ‘카사블랑카’는 그저 평범했던 두 배우의 운명을 한순간에 바꿔 놓은 영화다.
 
 험프리 보가트는 이 작품 이전에는 주로 갱스터 영화에 출연하며 싸늘한 눈빛으로 냉혹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악역 전문배우였다. ‘필름 느와르’를 대표할만한 배우로서 비정하고 암울한 도시의 정서를 대변하는 음영 짙은 역할을 그 만큼 잘 소화해낸 배우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카사블랑카’에서 속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지만 끝 모를 만큼 무한한 관용을 베푸는 멋진 남자로 변신하면서 일약 로맨틱한 남성의 상징이 돼 버렸다. 그는 영화에서 깃을 세운 트렌치코트, 중절모와 비스듬히 문 담배, 나비넥타이와 매치를 이룬 흰색 연미복 패션을 선보이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탈바꿈했다.
 
 이 영화를 빛낸 또 한 명의 스타는 잉그리드 버그만. 뛰어난 외모와 우아한 자태, 지적인 분위기와 흔들림 없어 보이는 고결함을 지닌 그녀는 우리가 흔히 접했던 할리우드 여배우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배우였다. 그녀는 이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가스등’ ‘아나스타샤’ 등 히트작을 통해 뭇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5개 국어를 구사할 정도로 매우 지적이며,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신 미모로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그녀였지만 사생활에서는 실망스럽게도(?) 온갖 스캔들을 몰고 다닌 인물이기도 하다. 세 번의 결혼과 그 밖의 혼외 애정행각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렸는데 네오리얼리즘의 대부인 이탈리아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벌인 불륜행각은 단연 세기의 화제였다. 당시 두 인물은 유부남 유부녀 상태였음에도 결혼을 감행했고 훗날 배우가 된 딸 이사벨라 로셀리니를 낳기도 했다. “내가 한 일에는 후회가 없다. 차라리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을 뿐.”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한 그녀는 유방암 투병 중이던 1982년 6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영원한 별이 되었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백미는 안개 자욱한 공항에서의 이별장면이다. 흑백필름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을 자극하는 유려한 촬영기술이 빚어낸 라스트신으로 말미암아 ‘카사블랑카’는 말 그대로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불멸의 고전’이 돼 버렸다.
 
 극의 무대인 북아프리카는 당시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현지 로케이션이 불가능했던 마이클 커티즈 감독은 결국 스튜디오 촬영을 감행했고 제작진은 세트장의 배경을 감출 목적으로 안개장면을 연출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카사블랑카’의 라스트신은 로맨티시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명장면이 되었다. 마이클 커티즈 감독은 또 여신처럼 아름다운 잉그리드 버그만의 눈동자가 더욱 반짝거리게 보이도록 그녀의 눈에 매우 작은 조명을 따로 비추는 기법도 선보였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영화 속 명대사가 그래서 더 빛나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하나 더. 극중 카페의 가수 샘(돌리 윌슨)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부르는 삽입곡 ‘As Time Goes By(세월이 흐르면)’ 역시 영화를 한층 고급스럽게 만드는 요소다.
 
 ‘카사블랑카’는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극히 도식적이고 평범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때로는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일깨우고, 각박한 세상을 사는 우리를 잠시나마 낭만적인 시절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면 한편의 고전이 주는 선물치고 그 보다 값진 것은 또 없을 것이다.
 
 
▶ 용어해설 : 필름 느와르(Film Noir) -----------------------------------------
 
암흑가를 무대로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를 일컫는 말. 일명 다크 필름(Dark Film), 또는 블랙필름(Black Film)이라고도 한다. 1950년대 프랑스 비평가들이 명명한 ‘필름 느와르’는 어둡고, 냉소적이며, 음울하고, 비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르의 영화를 상징한다. 1940년대 이후 할리우드 영화는 음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지닌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범죄와 부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당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뤘다.
 
초창기 갱스터 무비가 오직 자신들의 목적달성과 생존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순수 악당’들의 이야기였다면 느와르 시대의 갱스터 무비는 허무와 퇴폐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출구 없는 세상에 반항하는 영웅내지 악당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느와르 영화는 ‘욕망’과 ‘허무’ 속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에 도전하며 범죄를 저지르다 비극적 최후를 맞는 주인공의 모습을, 밝은 희망을 상징하는 ‘흰색’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검은(Noir)’ 또는 ‘어둠’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필름 느와르 영화로는 존 휴스턴 감독의 1941년 작품 ‘말타의 매’를 꼽을 수 있다. 우울한 흑백풍의 화면과 허무를 상징하는 극단적인 명암의 대비, 불안한 미래와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 속 주인공의 흔들리는 심리와 혼돈, 그리고 음모와 배신 등 ‘어둠의 자식들’이 가진 모든 것을 그린 필름 느와르는 스토리 못지않게 스타일 또한 중시했다. 비 내리는 어두운 도시의 뒷골목, 희뿌연 안개와 담배연기, 멋진 트렌치코트와 중절모, 그리고 불을 뿜는 연발 기관총 (상상해 보라, 여기에 슬로모션까지 가미되면··· 얘기 끝이다). 스타일리시한 모습의 주인공은 비록 악당일지라도 죽을 때조차 관객의 동정을 얻는다. 이 같은 스타일의 영화는 1980년대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에서 그대로 재현돼 홍콩 느와르로 불렸다.

 

silverinews 진고개 신사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