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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운전자 교통안전 정책, ‘제한’만이 능사는 아니다

기사승인 2019.08.09  17: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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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계 다양한 시각 존재.., 면허반납에 의존하지 않는 해결 방법은?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정책, ‘제한’만이 능사는 아니다
- 각계 다양한 시각 존재.., 면허반납에 의존하지 않는 해결 방법은?
 
 최근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눈에 띄게 연달아 보도되고 있다. 지난 5일 경북 대구에서 80대 운전자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와 충돌해 80대 운전자 부부가 숨지고, 맞은편 차에 탔던 여성 2명이 다쳤다. 6일에는 전북 전주의 한 간이 수영장에 80대 할머니가 몰던 차량이 돌진해 어린이집 원생 등이 다쳤다. 지난 2월 13일에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주차장에서 90대 운전자가 SUV 차량을 주차하려다 건물 벽과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 이후에도 차량을 멈추지 못해 지나가던 여성까지 충돌해 숨지게 했다.
 
(사진 1) 최근 80대 운전자 돌진해 유아 등 5명 다쳤다는 방송보도 (출처 KBS 1)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약 737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4.3%를 차지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러한 증가 비율은 2026년에는 41%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이와 더불어 고령운전면허 소지자 수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급증하고 있는 사고의 심각성과 고령운전자의 여러 안전 문제들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이 국정감사에서 제공한 ‘운전면허소지자 현황’ 자료에 의하면 고령면허소지자는 2018년 기준 약 300만 명으로 집계되어, 이러한 추이라면 10년 뒤 2028년에는 약 800만 명, 20년 뒤인 2038년에는 약 1,34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고령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고령자의 이동성 욕구도 증가해 사고발생 건수 역시 늘어나면서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 사망사고의 비율이 2016년 17.7%에서 지난해 22.3%로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초고령사회에서의 교통안전을 중요한 문제로 규정하고, 교통안전 종합대책(2018~2022년)에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관리방안’을 포함시켜 7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 갱신기간에 교통안전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사업용 차량에 대한 자격유지검사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인센티브 마련을 통한 고령자 면허반납 활성화 등의 추진에 나섰다.
 
(이미지 1) 초고령사회(2025년)로 가며 고령운전자 급증하고 있다. (출처 김영선 경희대 교수 발표자료)
 
이에 작년 부산에서 시작된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한 사람은 총 1만 916명 (대상자 307만 650명 중) 불과해 일선에서는 면허반납에 대한 타당성 논의와 함께 연령기반 면허관리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는 개인의 이동성 확대(자가운전)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한 가지라 할 수 있는데, 면허반납 같은 정책은 이동성 제한과 삶의 질 하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동성이 생존과 직결된 경우라면 이는 규제일변도로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고령사회에서의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는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관리방안에 대해 근래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22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정책방향, 전문가에게 듣다’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전혜숙 위원장(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은 “고령운전자에게 ‘제한’ 만을 늘리는 교통안전 정책은 올바르지 않다”며 “고령운전자의 운전능력을 관리하고 안전운전 지원을 위한 방향의 정책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춘석 위원장(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 교통안전포럼 대표)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면서 교통약자인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방에 사는 어르신들이 면허를 반납하고도 불편을 겪지 않도록 수도권에 준하는 대중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도로교통공단 강수철 정책연구처장은 발제에서 도로교통공단이 실시한 ‘고령자에 대한 운전면허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비고령자(64세 이하) 34.8%, 초기 고령자(65~69세) 27.0%, 70세 이상 고령자는 34.5%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같은 70세 이상 고령자 그룹의 38.9%는 ‘면허 제한이 필요하지 않다’고 상반된 답변이 있었다는 결과를 밝혀 주목을 끌었다.
 
아울러 고령운전자의 주관적인 사고 위험도 평가에서도 비고령자는 고령자가 비고령자 대비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반면, 초기고령자는 고령자의 교통사고 위험성이 낮다고 평가, 70세 이상 고령자는 고령자의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연령에 따른 운전정밀 적성검사 결과 비교 (대상: 운전자 2,363명 / 비고령 1,227명, 65~69세 568명, 70세 이상 568명)를 통해 △연령이 증가할수록 속도판단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속도예측시간이 늦어짐 △고령자들이 상대적으로 선택반응검사에서 반응시간이 늦고 오류반응도 증가 △장애물 회피검사에서 고령운전자가 상대적으로 오류반응을 많이 나타냄 △연령에 따른 돌발 상황 시 반응시간 비교에서 시뮬레이터 운행 중 다양한 돌발 상황에서 고령자들의 반응시간이 상대적으로 늦음 등의 결과 자료를 제시했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따라 강 처장은 “상당수의 고령운전자들에게서 운전능력에 대한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평가 결과 간에 괴리가 우려된다”며 “주관적 인식-객관적 평가-안전태도 간 균형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표했다.
 
(사진 2) 지난 7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정책방향, 전문가에게 듣다'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
 
한국교통연구원의 임재경 연구위원은 외국의 경우 대부분 10~20년 단위의 중장기 도로교통 안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고령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한 후의 이동성 보장 대책과 맞춤형 안전지원차량 세제지원 대책을 세우고, 도로안전시설도 고령자와 교통약자 관점에서 보다 안전도 높은 시설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대근 계장(경찰청 교통기획과 운전면허계)은 “고령운전자를 무턱대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보다 인센티브 확대 등을 통해 면허반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그를 위해 “보조금 등 국비 지원을 통해 면허반납을 유도하고 면허 자진반납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월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회장 김현숙) 주최로 ‘도로 위에서의 노인 안전: 보행과 운전’을 주제로 열린 고령사회포럼에서, 최문정 교수(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는 지난 5월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75세 운전자 차량이 급출발해 1명 사망, 12명 사상을 초래해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을 들며, 개인의 이동권과 공공의 안전을 사회 쟁점으로 제기했다.
 
최 교수는 ‘공공의 안전’을 우선으로 한 덴마크(면허 70세 자동말소)와 뉴질랜드(면허 75세 자동 말소), ‘개인의 이동권과 자기결정권’을 우선으로 한 독일과 벨기에(연령기반 규제 없음)의 예를 제시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나라와의 절충적 방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국의 연령 차등적 갱신주기는 65세 이상 5년 주기, 70세 이상 적성검사 의무)
 
그는 다수의 안전한 운전자와 소수의 고위험군 운전자로 구성된 노인운전자들에 대한 정책은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사회문제라며 “해외에서 시행된 정책을 무분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기반(evidence-based) 정책을 수립하고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포럼 토론에 참여한 김영선 교수(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는 ‘초고령사회 노인 이동성의 핵심 가치에 대한 제언’을 주제로 “고령자의 다양한 이동수단 중 자가운전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지만 이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55세 이상 501명을 대상으로 한 그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운전자가 생각하는 운전지속 가능 나이는 73세로 나타났고, 실제 노인운전자가 겪는 운전의 어려움은 신체적 어려움(75.4%), 인지적 어려움(56.7%)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신체적 어려움은 시력저하, 야간시력 저하의 순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고령운전자는 비운전자 보다 삶의 만족도, 사회적지지, 자아 존중감, 회복탄력성, 노화에 대한 태도가 높았으며,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은 낮은 특성을 보였다.
 
또한 안전운전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 중 73.0%가 “노인운전자(65세 이상) 대상 운전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영역으로는 안전운전기술 교육(방어운전, 도시운전, 야간운전 등)이 26.6%, 교통안전법규 교육 20.6%, 운전자 건강관리교육(신체, 인지, 심리, 사회적 건강관리 등) 17.1% 순의 결과로 나타났고 밝혔다.
 
앞선 7월의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손해보험협회 안성준 공익사업부 팀장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관련해 사업용자동차, 그중 특히 ‘택시운수 종사자’들의 고령화에 대해 깊이 들여다 볼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2018년 12월 기준 택시 운전자수는 약 27만 명이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이 7만 5천명으로 전체의 약 28%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16만 3천여 명의 개인택시 운전자 중에서는 5만 8천여 명으로 35%에 이르러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고령 개인택시 운전자가 유발하는 교통사고는 전체 개인택시 사고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라 밝혔다.
 
안 팀장은 운전을 업으로 하는 고령 택시운수 종사자들에 대해 ‘나이가 들어 운전에 필요한 기능이 저하되어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있으니 그만둬야한다’는 단순히 연령을 기준한 방식이 아니라, “체계화되고 합리적인 의료 적성검사 등을 통해 고위험군으로 판정된 분들에 한해 별도 컨설팅을 통해 면허반납(택시감차)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2) 개인의 이동권과 공공의 안전이 충돌하지 않도록 고령운전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그들에 대한 이해와 협의가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KTV, 연합뉴스)
 
특히 “고령 택시운전자의 경우 생업을 놓게 된다는 부분을 적극 고려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며, 택시면허 반납 시 역모기지 방식의 연금 지급 등 국가차원의 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형석 기자(동아일보)는 고령사회에서 면허 반납에 의존하지 않는 이들의 운전능력을 검증하고, 이에 걸맞은 대응책을 대책으로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한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안전에 최우선을 둔 지속 가능한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고령자의 안전을 감안해 설계된 소형차량을 보급해 이에 한정된 면허를 발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허억 교수(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는 “고령운전자 대상으로 사고의 심각성을 알려 스스로 안전 ‧ 방어 운전을 유도하고, 운전면허 실습 ‧ 체험 교육 강화와 운전면허 적성검사 시 질병 유무 등 의학적 검사를 실시하여 고령운전자를 사고로부터 보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7월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운전능력 평가에서 떨어지는 노인은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 등과 관련, “운전능력 평가 절차 등을 거쳐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거나 첨단 안전장치를 장착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운전능력 평가를 통해 기준 미달 시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정책을 두고 반박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일순 회장((사)한국골든에이지포럼, 전 연세의료원장)은 “일반적으로 고령자는 운전면허를 받고 운전해온 경력이 40~50년 또는 그 이상 되는 분들이다. 운전기간이 길면 그 만큼 경륜이 쌓여 운전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무리한 운전을 하지 않는다”라며 “운전 잘못은 자기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운전을 제한하여 필요이상의 속도를 내거나 장거리 운전 등을 자제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고령자의 운전면허 반납을 종용한 이후 무려 10,830명이 자진 반납했다는 통계는 바로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공중교통시설이 발전하지 않은 대도시 외곽, 대부분의 지방도시나 농촌에서는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생활 활동 자체가 크게 위축되어 심하면 수십 년간 살아 온 거주지를 더 번잡한 시내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주지역 등의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규제해서는 안 되며, 많은 고령자들은 이 규제를 차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고령자 운전면허 규제의 배경에는 그동안 고령자의 건강이 전보다 훨씬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령자를 노인으로 호칭하면서 일률적으로 쇠약한 육체, 판단력 부족 등으로 운전 같은 힘든 일은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과거의 인식과 편견에 바탕을 둔 정책으로 보이며, 이러한 부정적인 편견에 의해 정책을 수립해서는 안 된다”며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고령운전 관련 안전대책 이슈는 머지않아 모든 운전자와 그들의 가족, 이웃 모두가 겪어야할 고민거리임에는 분명하다. 그렇기에 고령운전자에게 일방적으로 면허반납을 촉구하기보다는 안전을 유도하기 위해 고령운전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그들에 대한 이해와 협의가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된 다양한 의견들 모두가 근본적으로는 고령운전자를 포함한 모두의 교통안전을 걱정하고 안위를 우선하려는 취지란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각계의 모아진 다양한 견해들과 사회적 논의에 중앙부처는 귀 기울여, 급조된 지원책이 아닌, 조금 늦더라도 고령운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 대안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하겠다.
 
 

silverinews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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