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강옥매
민석이 할아버지 골목에 앉아
오고 가는 무릎과 눈 마주치고 있다
회색 양복을 입은 아저씨의 무릎보다
세발자전거 페달을 밟는 작고 동그란 무릎보다
주름이 깊고 헐렁한 무릎에 눈길이 더 오래 간다
무릎은 오래 걸어온 발자국을 닮는다
움푹 패인 길을 걸어온 무릎은
정수리를 내리쬐는 해 한 번 올려다보고
쓴 입안을 훑으며 개처럼 혓바닥을
슬며시 발아래 내려놓기도 한다
저녁에 무릎들이 뉘엿뉘엿 들어온다
어딘가를 잘못 디딘 표정들
둥근 무릎이 검정 봉다리에 매달려 오고
그 뒤로 발자국 하나가 떨어져 걸어온다
때로 늙은 무릎은 빛나기도 하여서
세상의 무릎들을 비추고 또 비춘다
▷▶ 작가 강옥매 약력 --------------------------
* 2015년 ≪시에≫ 등단
* 시집 ≪무지개는 책을 어디에 놓고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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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inews 강옥매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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