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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애 자립지원’의 대표적 인물, 정종화 교수를 만나다

기사승인 2020.11.04  16: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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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땅히 가질 수 있는 인권, 가장 중요한 것이 ‘자립’이다

[ 정종화 학회장(통합사례관리학회·한국복지경영학회장, 삼육대 교수) 본지 인터뷰 ]
 
- 장애인 인구의 46.7%가 노인.. 노인과 장애인 복지 분리할 수 없어
- 호모헌드레드 시대의 신중년 평생교육에 앞장설 것
- 온·오프라인 학습지원 체계 구축 등 중·장기 로드맵 필요
- 사회복지, 밑 빠진 독에 물 부어도 새 생명 살린다
 
▲정종화 학회장(통합사례관리학회·한국복지경영학회 회장, 삼육대 교수)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사회적거리두기를 비롯한 비대면(untact), 온텍트(ontact), 포스트코로나(Post-COVID19), 뉴 노멀(New normal) 등 새로운 용어와 함께 교육·문화·사회 등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에 국민 모두가 그 어느 때 보다 혼란과 불확실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이런 급속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상대적으로 가장 적응하기 힘든 대상군인 노인과 장애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고립이 우려되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배려와 관심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웃 간의 소통 부재와 도움의 발길마저 끊긴 홀몸어르신들에게 지역사회와 대학생 자원봉사단과 함께 1대1 배달형식(방역 준수)의 나눔 봉사활동이 뒤 늦게 알려진 정종화 교수를 만나기 위해 11월 2일 가을 정취 깊게 드리운 삼육대학교를 방문했다.
 
사회복지 교육 현장에서 20여 년을 활동해온 정종화 교수(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평생교육원장)에게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앞으로 또 언제 어떻게 불어 닥칠지 모르는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취약한 노인과 장애인들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복지 차원의 관점에서 전문가적 견해를 물었다.
 
 
▶ 우리나라에서 노인·장애인 복지의 자립지원과 관련 대표적 인물로서 평생의 숙원을 담아온 자립지원생활에 대한 철학과 중요성은 무엇인가?
 
첫째, ‘시혜적 복지’가 아닌 ‘권리적 복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까지는 복지서비스의 대상을 가난·외로움·무능·장애 등 ‘문제 중심’의 접근으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면 앞으로는 ‘나눔의 문화를 통한 사회책임’으로 가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복지를 ‘시혜’가 아니라 ‘권리’로 받아들이는 사회를 만들어야 된다.
 
예를 들어 내가 1만 원을 가지고 있으면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나눔의 문화, 나눔 사회가 곧 복지사회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때 어렵거나 가난하기 때문에 도와주는 복지가 아니라 우리가 어렵고 가난해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우리 서로가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둘째, 마땅히 가질 수 있는 인권이 기반 한 거기에 제일 중요한 것이 ‘자립’이다.
자립지원에 대한 철학이 동정적 시혜가 아니라 인권적 사상에 기초하는 것이 자립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도와줘서 자립을 하는 구시대적인 생각이 아니라 도움을 받으면서도 내 삶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립이라는 철학이다.
 
따라서 장애인이든 노인이든 부모 없는 아이가 되었든 그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그 사회가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공생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가 자립을 해야 하는 것이며, 여기에 자립에 필요한 물적, 제도적, 심리적, 사회서비스적인 지원이 함께 이루어지면 인간은 모두가 자립적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이 자립적인 존재가 되면 서로 싸우거나 빼앗으려하지 않고 시기하지 않으니 갈등도 없어지기 때문에 결국은 ‘복지 사회’가 되고 ‘행복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셋째, 자립문화 교육으로 전파해야 한다.
여러 책을 저서 했지만 ‘자립문화’라는 철학을 심도 있게 연구해서 업적으로 남기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면 노숙자들도 “아, 그래서 내가 자립을 해야 되는 구나”, 역시 장애인이 읽었을 때 “아, 나도 자립할 수 있구나”, 또한 노인이 읽었을 때도 “내가 죽음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립이란 이런 것이고 나도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문화를 전파해야 한다.
 
이혼 후의 자립지원도 마찬가지이고, 또 기초생활 수급자가 20년 동안 수급을 받아오면서 그자체로 만족하며 살아온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아, 자립하면 보다 더 나은 삶이 있구나”라고 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입장과 사례를 담은 교육서를 쓰고 싶다.
 
▲정 교수는 “미래의 사회복지서비스, 문제
중심의 접근 아닌 ‘나눔 문화를 통한 사회
책임’으로 가야 한다”며, ‘시혜적 복지’가 
아닌 ‘권리적 복지’를 지향하고, 인권 기반
의 ‘자립’을 강조했다.
그는 이런 것들이 기반이 되면 더 이상 ‘동정’이 아닌 ‘인권’을 기반으로 한 권리주의적인 삶이 구현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자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 교수의 철학이다. 노인, 장애인, 부모 없는 아동들 등 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자립적 생활이 지원되길 바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 자립의 철학을 연구하고 전파해서, 다시 노인, 아동, 장애인, 이혼가정, 또는 장애인 부모 등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립의 철학을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 국가 정책적으로는 노인복지(보건복지부)와 평생교육(교육부)으로 이분화 되어 노인교육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통합적 정책과 중장기 로드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노인교육에 대한 평생교육원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평생학습사회의 구현을 위한 평생교육원의 교육프로그램 운영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교육진행에 어려움을 맞게 되어 평생교육도 체계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쉽지 않겠지만 삼육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장으로서 체계적인 노인대학 및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학점운영제와 연계해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운영 하고자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노인관련 교육을 전담하는 ‘교육 전문가’가 양성·배출 되고, 이들이 평생교육 현장에서 리더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평생교육은 교육 참여 여건이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교내 체육관을 활용한 지역커뮤니티 연계 중심의 체육문화 프로그램을 확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 증진운동 문화’를 구축 하는 것도 하나의 구상이다.
 
특히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건강관련 프로그램 등으로 참여를 이끌어 내고, 이런 복지관련 평생교육을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 송출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 예를 들어 실버아이 TV와 연계해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보급·공유 하고, 147개 복지관에 실버아이 TV를 연결해 송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도 휴대폰만 있으면 수강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프로그램에 온라인 교육을 부활시켜 전 세계에 원격교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시대의 신중년 세대의 도래에 주목해야 한다.
장애인 인구의 46.7%가 노인이다. 노인인구의 고령화 심각해 전체노인 중에 장애인 인구 비율이 38% 이상이다. 이는 장애와 노인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이제는 오버랩 되어가고 있다. 나이 들면서 모두가 장애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보니 더 이상 장애인과 노인을 구분하지 말고 자립의 철학을 이들에게 전해야 된다.
 
특히 인간 평균수명 100세 시대의 길어진 노후 시간을 보내야 하는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명 ‘신중년’ 세대로 교체되고 있어 지금의 전통적 노인을 바라보는 시스템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예로 신중년 세대 중에는 65세 이상의 공짜전철 안타고, 복지관 공짜 밥 안 먹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연금이 나오는데 내 돈 내고 밥 먹고, 내 돈으로 전철을 타겠다”는 사람들이 신중년 세대의 특징 중 하나이다.
 
또한 지금의 노인들은 옷을 입어도 주는 대로 입지 않고 “나 오늘 빨간 옷 입을래”라고 의사를 확실히 한다. 이렇게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 자립지원이고, 앞으로 신중년들 부터는 자립지원 철학이 일반화 되어 ①자기선택 ②자기결정 ③자기책임의 ‘자립지원 3원칙’에 근거한 자기주장과 자기 주도적 생활을 할 것으로 본다.
 
▲정 교수는 “평생교육의 교육 참여 여건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라며, “평생교육 프로그램 확대와 온오프라인을 
통한 새로운 개념의 시니어 방송대학을 만들어 
‘학위를 수여하는 평생대학’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노인들도 남에게 도움 받기위해 의지하고 살아가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존재로서의 인간 노년을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신중년 시대의 도래는 더 이상 전통적인 트레디셔널 시스템(traditional system)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어렵고 가난한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시혜적 동정이 아닌 모든 시민이 복지의 대상으로 모두가 자립철학을 기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노인교육에 대한 개념과 범위를 특정 연령 계층으로 한정한 단순 문화행사, 여가활동만이 아닌 건강, 보건, 학습활동 등 노인의 특성과 니즈에 수요가 결합된 교육이 필요 하며, 여기에는 사람, 기관(조직), 행정, 자원의 공유와 이를 연계한 다양한 협력체계가 요구된다.
 
 
▶ 비대면 사회, 사회 전반의 전환기에 복지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과 자세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배려하는 사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새 생명을 살린다.
사회복지사는 자립적인 인간이 되도록 지원하는 사람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간은 서로가 배려 할 수 있어야 한다. 배려는 차별하지 않는 사회로 ‘내가 더 많이 갖고 있고 너는 덜 갖고 있잖아’ ‘내가 잘났고 너는 못생겼어’ ‘내가 많이 배웠어 너는 못 배웠어’ 라고 하는 이분법 적인 구분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추구하는 것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가 배려하는 사회다.
 
한편 사회복지의 전반적인 인식이 우리사회 문화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인식이 만연되어있다. 그런데 사회복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 그 물이 흘러서 생명을 살리는 물이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도 빠진 독에서 새어나간 물이 생물, 식물을 살리고, 나무에 수분을 준다. 결국은 그 수분이 흘러서 새로운 생명(생·식물)을 살리는 것인데 사람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만 본다.
 
그래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만 보지 말고 그 물이 스며들어서 새로운 새싹을 틔우고 새 생명이 돋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지금 내가 내고 있는 세금이나 기부금 등 이런 것들이 생명을 살리는 것과 같이 복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김수환 추기경이 ‘내 탓이오’라는 국민운동을 일으켰듯이, 나는 은퇴하면 ‘나먼저’라는 시민운동을 하고 싶다. 지난 20년간 장애인 틈으로 들어가서 장애인과 함께 호흡하고, 독거노인들을 지원하는 센터의 운영위원장을 맡아 오면서 나도 늙고, 병들고,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래서 ‘나먼저’라는 운동을 통해 배려의 문화를 우리사회에 구축해 나가고 싶다.
 
▲배려하는 사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새 생명을 살린다”는 순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도 거점은 필요하기 때문에 민·관·산학의 협력 체계로 온·오프라인을 통한 전달체계와 비즈니스 마인드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종화 교수는 “밑 빠진 독에서 새어나간 물이 생물을 살리는 양분이 되고 수분이 된다”는 비유로 자연의 순환 섭리처럼 인간사회의 선순환에도 아낌없는 참여와 배려를 통해 이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통합사례관리학회, 한국복지경영학회 등 학회장으로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비대면 사회에서의 학술대회를 비롯한 연구 및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후의 계획은?
 
올해는 코로나19로 학술대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학회장으로 활동 하면서 그 만큼 책임도 막중했다. 지난 통합사례관리학회 춘계학술대회를 유튜브 생중계와 실버아이TV방송으로 성황리에 마쳤고, 추계학술대회는 오는 11월25(통합사례관리학회), 12월4일(한국복지경영학회)로 일정이 확정됐다. 차후 학회장 임기가 끝나면 사례관리사 협회를 통해서 교육 사업을 서포팅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삼육대학 캠퍼스를 활용한 평생교육프로그램 확대와 온오프라인을 통한 새로운 개념의 시니어방송대학을 만들어 2년제 3년제 과정의 학위를 수여하는 평생대학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이런 방송대학의 컨텐츠를 전국을 넘어 전 세계로 송출해 시니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학술단체 한국사회복지 교육협회 수석부회장을 7년간 엮임 했고 현재까지도 다수의 학회장 활동을 통해 관련분야의 발전과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자랑스런 한국장애인상 ‘교육부문’, 국회의장상 ‘인권화합부문’, 보건복지부장관상 ‘학술공적’ 등 의미 있는 수상경력을 갖고 있으며, 20여 년간 지도를 맡아온 약700여 명의 제자들이 학계를 비롯한 기관·시설 등 각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silverinews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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