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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명곡 순례 (32) 봄날은 간다 (1953년 作)

기사승인 2021.07.06  12: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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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로원 작사 / 박시춘 작곡 / 백설희 노래

▶▶트로트의 열풍이 계속되는 2021년, 우리 전통 가요 및 옛 가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 광복, 한국전쟁, 보릿 고개 등 고난의 시대를 거치며 국민의 위로가 되어준 가요를 추억하며 1980년대 이전의 가요명곡을 돌아보기로 한다
 
천재 작곡가로 가요계의 주목을 받고 있던 박시춘이 블루스풍이라는 새로운 장르 유행을 선도한 곡으로 악극 배우 출신이었던 백설희가 불러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4년 시인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시인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에서 1위에 선정될 만큼 아름답고 찬연한 가사가 일품인 곡으로 백설희의 대표곡이자 데뷔곡으로 분류되며 훗날 이미자, 장사익, 한영애 등이 불러 다시 한 번 사랑을 받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흩날리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그저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봄바람에 흐느끼는 한 여인의 치맛자락에는 고단한 인생이 있을 수 있고, 이별의 아픔과 상처가 남아있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봄이라는 계절이 그렇듯 어떤 아픔과 고난이 있어도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세상을 초록으로 만들며 아픔과 고난을 모두 이겨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 메시지를 가슴에 부여안고 연분홍 치마 자락을 봄바람에 맡겨두는 심정은 기쁨과 환희에 가깝기 보다는 인내와 슬픔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한국 전쟁에 시달리며 좋은 시대를 눈물로 보내야 했던 수많은 여인들이 치맛자락 속에 꽃 편지 속에 아픔과 상처를 담고는 그렇게 가버리는 봄날을 망연자실 바라만 보는 마음을 봄날은 간다가 그려내고 있다. 
 
시인들이 아름다운 노랫말로 선정할 만큼 깊이 있는 노랫말을 음미하다보면 이 노래가 주는 아련한 영상에도 가슴 한 켠이 울컥해진다. 
 
누구든 마음 속에 품고 사는 상처를 시원하게 내뱉지 못하고 내 기분 따위와 상관없이 찬연한 봄날의 햇살에 주저앉아 아픔과 상처를 묻어두고 살아야 한다니... 그렇게 살아온 그 시대의 사람들 마음에 그나마 ‘봄날은 간다’의 한자락이 있어 위로가 되었을지
 
 

silverinews 허길우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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